많은 중고생들이 선물꾸러미 자판 앞에서 예쁜 포장을 한 선물을 고르며 즐거워하고 있다. 오늘따라 왜 이리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을까하는 호기심에 물어보았다.
"학생 무엇을 고르고 있는 건가요?"
"네……. 낼 모레가 '빼빼로데이'잖아요."
"그게 뭔데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빼빼로 선물을 주고받는 날인데요."
순간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가 떠올랐다. 국적과 정체불명의 많은 기념일이 매월 기념되고 있다는 것을 깜박했다.
지금 길거리 자판, 할인마트, 문방구점에는 빼빼로데이를 겨냥하여 곱게 포장한 많은 선물꾸러미들이 진열되어 있다.
빼빼로데이는 친구끼리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는 뜻으로 숫자 1자 모양의 가늘고 길쭉한 빼빼로 과자를 선물하는 날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발렌타인데이와 같이 좋아한다는 말을 못하는 연인들끼리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빼빼로데이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던 대전시 서구 장소영(17)양은 "본인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런 것이 있지 않았냐"고 반문하여 머쓱하였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상업적이다"고 하기에는 우리 사회에 국적과 정체불명의 기념일들이 너무 많다. 이런 기념일들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유행에 적응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사람쯤으로 간주되는 현실에서 아웃사이더로 취급을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어느 방송프로그램에서 특정 기념일에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오늘 무슨 날인 줄 아느냐고 물었을 때 별로 답변을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현재 유행하고 있는 비공식 기념일은 대한민국 공식기념일 이상으로 기억하고 있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빼빼로데이는 이제는 청소년은 물론이고 일반 직장인까지 널리 펴져있음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기왕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선물을 주고받는 기념일을 기린다면 서로 떨어져 있던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음력 7월 7일 칠석날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 많은 의미 있는 설화를 찾아 기념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를 정착시키면 어떨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사꾼들의 상혼에 선물가게 앞에서 서성이는 많은 청소년들을 지켜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