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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승무 ⓒ 박은영
가을바람에 선선히 지는 낙엽과 함께 우리 춤사위의 선과 흥이 어우러지는 무대가 있었다. 9일 7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펼쳐진 김진환의 전통춤 '무묘회란'은 중견춤꾼답게 무대 가득 아름다운 우리 선의 박진감이 넘쳐 났다.

궁중정재인 춘앵전으로 무대를 열어, 살풀이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 두고, 호방한 한량무로 유유자적 선비의 여유로움으로 쉬어 갔으며, 설장구, 사물놀이, 오고무로 휘몰아쳐 관객들에게 환호의 여흥을 주고 차분한 승무의 다독임으로 무대의 막을 내렸다.

춘앵전
춘앵전 ⓒ 박은영
김진환씨 독무로 올려진 '춘앵전'은 김씨의 깊이 있는 춤사위와 화려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궁중정재를 차분하고 우아하며 춘앵전의 의미답게 잘 하셨다" 라며 국립국악원 무용단 안무자 하루미씨는 김진환 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김진환만의 춤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애절하고 구성진 선율 속에 하얀 한복을 입은 서늘한 두 여인의 살풀이춤은, 살풀이의 의미와 함께 관객에게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의미가 컸다. 살풀이의 2인무는 거울을 마주 하는 듯하면서도, 흐르는 듯 멈추며 휘몰아치는 독자적인 춤사위로, 독무로 추어질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맛을 선사했다.

설장고
설장고 ⓒ 박은영
특히 사물놀이와 태평소 장단에 맞춰 추어진 설장고춤과 오고무에서는 역동적이면서도 박진감으로 신명나는 볼거리를 안겨줬다. 이에 관객들은 중간 중간 열띤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사물놀이는 대학 재학생들로 구성된 팀이어서 놀라움은 더했다. "춤추고 음악하는 것이 전공인의 무대만은 아니다. 춤을 좋아하고, 우리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열정만 있다면 우리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예민한 감각과 감흥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며 김씨는 전통문화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자신의 평소 생각을 무대로 나타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무대 연출면에서도 사물놀이와 설장구, 오고무를 각기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작품으로서 조화시키는 새로운 시도는 지켜보던 전문인들조차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또한 설장구, 사물놀이, 오고무로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경쾌하고 역동적인 춤사위와 음악은 관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사물놀이(좌). 오고무(우)
사물놀이(좌). 오고무(우) ⓒ 박은영
평소 전통춤에 관심이 많아 자주 이런 무대를 찾는다는 회사원 박연철씨는 "기존에 소개된 전통춤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무대 전반에 힘이 있으면서도 참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무대였다" 며 공연 소감을 얘기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한없이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서서 전통 춤의 흥과 멋을 김진환식으로 맘껏 펼쳐 보이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춤은 설명이 필요 없다. 보여줘서 객석에 감동을 주면 그 뿐이다"라는 김씨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진정한 춤꾼이란, 관객들이 진정으로 그 가치를 인정해 줄 때 저절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관객표정

"학교 숙제로 우리 춤을 보게 되었는데, 특히 설장고, 사물놀이 오고무가 참 신명났다."
-여의도중3 이승현

"김진환씨의 춤은 우리의 선이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회사원 고혜정(38)

"춤에 혼이 담겨져 있어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가 춤을 출 때는 온 몸에 모든 기를 다 배출해 내는 것 같다."
-회사원 남미선

"춤에 쏙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선이 굵고 거친 듯 하면서도 섬세하고 다이나믹하다."
-프리랜서 홍소라(33)

"그동안 서민적인 민속공연만 접해봤는데, 궁중무용을 보면서, 우리문화의 깊이와 고급스러움을 느꼈다."
-대학생 조남효(25)

"사물놀이, 오고무, 설장고의 배치를 역으로 이용해서 관객과 호흡이 참 잘 이뤄졌다. 좌우대비와 관객과의 조화를 참 잘 꿰뚫었다. 똑같은 안무라도 적은 인원으로 구성을 참 잘해 냈다. 무용계에 모든 것을 섭렵할 수 있는 그의 역량을 다시 한 번 봤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안무자 하루미 / 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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