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와 속초 성폭력상담소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군인들에게 이 법의 취지를 알리고 성매매 방지 의식을 고취 시키고자 지난 2일부터 오는 12월 8일까지 강원도내 군부대 성매매방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문수 제1야전군사령부 인사근무과장은 이날 교육에 대해 "장병들이 외출이나 외박을 나갈 때 지휘관이 꾸준히 성매매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번에는 특별히 외부 초청 강사를 초청해 군인들이 성매매특별법을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날 교육은 유혜정 속초 성폭력상담소 소장이 20~40대 부사관 이상의 군인 250여 명을 대상으로 약 90분간 진행했다. 유 소장이 강당을 빼곡히 메운 군인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질문을 건네자, 군인들의 얼굴에는 순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유 소장이 군인들에게 "성매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하고 물었다. 이에 얼굴이 빨개진 한 군인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돈으로 순간의 성적 쾌락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성매매에 대한 대학생들과 일반 사회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이 상영된 후, 유 소장이 "성매매가 필요합니까?"라고 묻자, 의견이 둘로 나뉘었다.
성매매가 필요하다고 답한 한 군인은 "배우자를 찾지 못한 사람이나 부인과 사별한 사람에게는 성매매가 필요하다"며 "(성매매를 막을 경우) 그러한 사람들의 성적 욕구를 풀기 위한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여성의전화가 지난 2003년 성구매 고객의 구매 동기를 조사한 결과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라는 답변은 전체의 7.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유 소장이 "성매매는 필요악인지", "성관계는 누구와 하고 싶은지", "신병 신고식은 어떻게 하는지", "군 입대 전 개인의 성관계 경험은 있었는지" 등의 질문을 하자, 군인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답하는 분위기였다.
한편 '성매매를 금지시키면 군인들의 총기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등 성매매를 군대의 사기를 연관 짓는 사회 지도층의 발언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류진(26) 중위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상품화된 현실이지만 사람은 이성을 가진 존재이므로 운동 등 다른 방법으로 성욕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강의를 마무리 하면서 "우리 나라 남성들은 자신의 여자친구나 가까운 여성들은 '보호해야 할 존재'로 여기면서 다른 여성(성매매 여성 포함)들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여성들을 '걸레'에 비유하기까지 하는 남성들의 '이중적 잣대'를 비판했다.
한편 유 소장은 이번 교육에 대해 "군인들이 언론을 인식한 탓인지 타 부대에서처럼 솔직한 심정들을 내놓지 않아 아쉬웠다"고 짧게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