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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 경제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해찬 총리에게 행정자치부의 지침을 공개하며, 정부의 전공노 탄압을 질타하고 있다.
16일 국회 경제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해찬 총리에게 행정자치부의 지침을 공개하며, 정부의 전공노 탄압을 질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4일간의 국회 대정부질문 기간 여야 55명의 의원들이 질의자로 나섰지만 비교섭단체인 민주노동당에게 주어진 기회는 2번. 지난주 사회분야 대정부질의를 한 노회찬 의원에 이어 16일에는 강기갑 의원이 나섰다. 쌀시장 개방협상의 중요성을 감안한 민주노동당측의 조치였다.

질의 서두는 농민 출신 의원답게 강 의원의 구수한 입담으로 시작되었다. 강 의원은 "원외에서 야생마처럼 농민운동을 죽 하다가 농민·서민의 염원을 안고 들어온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막말 퍼레이드'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국회 대정부질의 행태를 농사일에 빗대 여야 공히 숙연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저는 농사꾼이다 보니까 봄이면 밭을 장만하고 토지를 장만해서 곡식을 심으려고 하다 보면, 괭이질도 하고 곡괭이질도 하면 땅이 깊은 데는 푹신푹신하니 좋습니다. 그런데 돌밭 같은 데는 조금만 치면 딸깍딸깍하고 손이 아프고 괭이질을 몇 번 못 합니다.

대정부질문은 그야말로 씨를 뿌리기 위해서 곡괭이질 하고 삽질, 괭이질 해서 밭을 고르고 깊이 있게 하는 자리인데 너무 각박하다 보니까 밭을 장만 못 할 것 같습니다. 밭흙이 약하면 조금만 가물면 아무리 좋은 씨를 넣어 놓아도 그냥 가뭄을 타서 말라 버리고,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흙이 파여 내려가서 농사를 망칩니다."


“다른 의원 질문 할 때는 시간이 안가더니"

16일 국회 경제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질문하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16일 국회 경제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질문하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어 강 의원은 "우리 한국 농업의 70%는 농업통상에 그 운명이 달려 있다, 우리 식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쌀시장 개방협상 관련 정책질의를 이어갔다. 강기갑 의원은 홍종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을 상대로 "농업이 주는 사회 공익적 기능, 돈으로 치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냐"며 농업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물었다.

하지만 홍 조정관은 답하지 못했다. 이에 강 의원은 "수질유지, 홍수방재, 공기정화작용 등 사회적 기능을 합하면 약 50조원에 달한다"며 "이런 것은 알고 계셔야 통상 현장에 나가서 우리 농업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정부측 답변이 시원치 않으면 곧바로 날카로운 추궁에 들어갔다. 2002년 한중 마늘비밀협상 파문과 관련, 강 의원은 홍 조정관의 “국제관계상 세이프가드(수입제한조치)를 실시하기 어렵다”고 답하자 외통부의 '저자세' 통상을 꼬집었다.

강 의원은 "세이프가드는 WTO에서도 허용하고 있는 생산자의 권리인데 왜 그게 분쟁이 되냐, 중국이 과도하게 반응한다고 해서 비밀스럽게 이면 합의를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행위가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긴장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강 의원은 “다른 의원 질문 할 때는 시간이 안 가더니 내가 질문하니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고 농을 던져 장내에 웃음이 터지지도 했다. 의원들에게 주어진 대정부질문 시간은 20분이다.

강 의원의 '전공'을 살린 질의는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강 의원은 "값 싸고 질 낮은 수입농산물로 인해 식중독 피해가 늘고 있다”고 말한 뒤 외교통상부의 잘못된 유권해석으로 우리 학교급식이 WTO급식 규정 예외사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종기 조정관이 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을 사용하는 지방자치조례가 WTO가 정하는 내국민대우 위반이라는 외통부측 입장을 제시하자, "전세계적으로 정부조달협정에 가입한 24개 국중 22개 나라가 자국의 농산물을 학교급식조례제정을 통해 공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왜 안 되냐"고 반문했다.

강 의원은 또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조달에 저촉을 안 받게 협정을 했는데 우리나라는 왜 저촉되도록 규정을 정했냐"며 "외통부에서 계속 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해서 나주시 등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해 놓고도 그 동안 학교급식을 못하고 있다, 어느 나라 외통부냐"고 따졌다.

마이크는 꺼져도...

쌀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는 허성관 농림부 장관을 상대했다. 강 의원은 "지금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쌀 재협상, MMA 물량, 시장유통 등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10년 관세 유예하더라도 쌀산업을 지킬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이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과 국민 건강권에 관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어 강 의원은 "관세화냐, 관세화 유예냐를 두고 국민에게 선택하도록 했는데 관세화와 관세화 유예 중 어느 게 유리한 것이냐"며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협상을 비공개 밀실에서 국민적 합의도 없이 진행해왔다는 사실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허 장관에게 물었다.

하지만 허 장관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자 강 의원은 "불확실한데 2개안을 내놓고 선택하라고 하면 농민들한테 협박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마이크가 꺼져도“농업을 살려야 한다”는 강 의원의 호소는 계속되었다. 강 의원은 "농업은 생명산업이고 농민은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쌀이 무너지면 농업이 무너진다,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쌀을 지킬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고 동료의원들을 향해 호소했다.

한편 강 의원은 전국공무원노조의 총파업과 관련 경찰의 폭력진압과 초강경 징계방침에 대해 "돌멩이 든다고 쇠몽둥이를 가지고 가서 매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가화만사성, 국화만사성이니 대화의 장에 나서라"고 이해찬 총리에게 주문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질문을 마친뒤 마이크가 꺼지자, 육성으로 의원들을 향해 농업을 살려야 한다며 호소하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질문을 마친뒤 마이크가 꺼지자, 육성으로 의원들을 향해 농업을 살려야 한다며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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