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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초불닭의 불닭과 생맥주
홍초불닭의 불닭과 생맥주 ⓒ 김영주
1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사랑을 받아온 고기는 돼지고기였다. 소고기도 물론 미치도록 맛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유가 있을 때나 먹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다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닭고기는 찾아먹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닭고기를 다시 보게 만드는 맛 집 2곳을 만나게 된다. 내가 자주 가는 홍대 부근에서 우연히 들어가게 된 < Loy's >라는 평범한 호프집이었는데,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 먹게 된 프라이드치킨의 맛은 ‘아! 내가 그 동안 헛살아 왔구나, 치킨이 이런 맛일 수도 있다니!’를 느끼게 한 것이다.

매콤한 맛을 강렬하게 준 치킨이었는데 아마 카레가루를 첨가한 듯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한 후배 작가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 친구 말하길 신촌에 색다르면서도 맛있는 닭 집이 생겼다고 해서 가게 된, 이름도 생소했던 ‘불닭’집인 <홍초불닭>.

역시 생맥주와 함께 먹게 된 직화구이를 매운 양념의 닭고기는 ‘오호라! 이건 닭의 또 다른 세계로다! 도대체 닭의 끝은 어디인가!’를 외치게 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 Loy's >는 아쉽게도 없어졌고, 불닭은 급성장을 하고 있다.

홍초불닭. 그렇게 1년 전에 알고 나서 계속 주목을 하고 있는 맛 집 중에 하나이다. 물론 내가 주목을 한다고 해서 불닭이 어떻게 된다든가 하는 일이야 없겠지만, 그저 맛 집 관련 프로그램을 하는 작가로서 불닭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재미있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난 불닭의 어떤 것에 대해 주목을 하는 것인가. 내가 던지는 질문은 이거다. 불닭은 과연, 몇 년 전 이 땅에 나타나 전국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하며 찜의 소용돌이를 몰아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적은 수의 집들만 남기고 사라진 찜닭의 운명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처음 이 세상에 선을 보였을 때는 ‘니가 무슨 갈비 행세냐?’, ‘닭의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련?’ 등 뭇 사람들의 비아냥거림과 무시 혹은 일부 마니아들만의 쓸쓸한 환호 등의 풍상을 겪었겠지만 이제는 어느 새 춘천을 지역구로 하여 당당한 전국적인 메뉴가 되어버린 닭갈비의 위치로 우뚝 설 것인가!!!

홍초불닭의 창업자는 홍성표씨다. 외식사업을 하기 전에는 특수촬영분야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데 2000년부터 불기 시작한 벤처 열풍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바람에 쫄딱 망하게 된다. 그래서 고민 고민 끝에 결심을 하게 된 것이 외식 사업이었고, 식당 역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비싼 수업료를 물다가 마침내 최후의 도박이라는 성격으로 올인을 한 것이 2002년 8월 신촌에 조그맣게 문을 열게 된 홍초불닭인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에 프랜차이즈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게 되고, 또 1년 정도가 지난 2004년 11월 현재 홍초불닭의 가맹점 수는 전국에 110여 곳이고, 내가 본사에서 두 눈으로 확인한 달력에 의하면 거의 하루 걸러 한 곳씩의 가맹점이 탄생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2년 만에 급성장을 한 것이다. 5곳의 직영점 중 제일 잘 되는 곳이 바로 홍대1호점인데 하루 회전이 5, 6회전으로 평균 하루 매출이 3백에서 5백만원에 달한다고 하니 이건 잘 돼도 너무 잘 되는 거다. 불닭이 그야말로 불이 붙은 것이다.

그렇다면 홍성표씨는 수많은 외식 아이템 중에서 하필이면 왜 불닭이란 것을 생각하게 된 것일까. 그가 처음에 생각한 것은 닭을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매운맛의 맛 집을 해보자는 것이었고 한국인은 매운맛을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승부해볼만 하다고 본 것이고 거기에 보편적이고 저렴한 닭을 결합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한다.

하지만 매운 닭을 팔겠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는 손님들이 올 리가 없다. 당연히 마케팅에 들어가야 하고 그 방법으로 시식으로 잡았는데 시식의 타깃이 흔히 생각하듯 가게 앞에서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에게 시식을 하는 게 아닌, 가게 주변 신촌의 상가들을 찾아다니며 상가에서 일하는 수많은 종업원들에게 맛을 보여준 것이다.

맛 집의 성패는 고객들의 입소문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무래도 지나다니는 사람들보다는 해당 상권에서 고정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혀를 사로잡으면 그들이 내는 입소문이 그들을 찾는 고객들에게 전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 결과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이 전략은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맛 집의 생명은 단연코 음식의 맛이다. 이곳의 핵심 세트는 불닭, 누룽지, 김치 그리고 생맥주다. 불닭의 부위는 오직 닭다리만 쓴다고 한다. 아무래도 닭다리가 가장 쫄깃하기 때문이다. 불닭 한 판에 놓여지는 닭다리는 대개 서너 마리의 닭이 자신들의 다리를 내놓은 결과물이다. 불닭은 먼저 다리 살들을 찜통에 찌는 과정으로 기름을 빼는 작업을 거친 후에야 이 집의 대외비 사항이라는 소스에 버무리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직화구이를 통해 불닭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도 궁금해 소스의 구성을 물어봤지만 청양고추가 기본이라는 것과 화학조미료를 사용해 매운 맛을 내는 일은 절대 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입을 다문다. 현재 소스는 이천에 있는 자체 소스공장에서 만들어져 전국의 가맹점들에게 뿌려진다는데 못다 밝힌 비밀은 우리나라의 과거사 진상이 규명되는 정도를 봐서 나중에 다시 물어보리라 다짐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보는 좋은 닭의 기준은 무엇일까. 첫째는 위생적으로 처리됐는가를 보고 그 다음이 육질이고 크기는 그다지 중요한 기준은 아니라고 한다.

누룽지
누룽지 ⓒ 김영주
이 곳에서 불닭과 함께 먹지 않으면 섭섭한 것이 바로 누룽지다. 솔직히 조금 비싸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1회 정도는 리필이 된다는 정도에 만족하기로 한다. 매운맛의 닭과 궁합이 맞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콩나물국 등 많은 것을 시도했지만 결국 낙점을 받은 것이 누룽지다. 매운맛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음 타자로 생맥주가 기다리고 있고 이어서 불닭을 먹어야 하고 누룽지 한 숟갈을 뜨지 않을 수 없으니 불닭과 누룽지와 생맥주는 물고물리는 관계인 것이다.

그런데 홍초불닭이 빠른 기간 동안에 급성장을 하게 된 데에는 조류독감의 영향이 컸다. A라는 상품이 크는 데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A가 워낙 뛰어나서 크는 경우가 있고, 다른 B, C, D들이 내리막길을 타는 바람에 가만히 있던 A가 반사적으로 크게 되는 형태도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조류독감이 전국을 떨게 하고 있을 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전국의 닭을 판매하는 맛 집들은 다운 일보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거의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홍초불닭은 매출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치킨은 주로 아이들이 먹지만 아이들의 손을 잡고 매장을 가거나 배달을 시키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당연히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주저하게 된 것이고, 삼계탕은 그 음식의 생명이 건강식이고 보양식인데 당연히 직격탄을 맞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정부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닭 살리기 캠페인을 했고 내가 하는 프로그램에서도 닭고기 맛7을 긴급 편성하는 등의 분위기가 됐는데, 가만히 보니 불닭이라는 것은 닭이라기보다는 매운맛에 더 포인트가 갔고, 직화구이로 열을 가하니까 균 걱정은 없겠다는 인식들이 강화가 되어 언론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진 것이다. 이 어찌 불닭의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단 말인가. 물론 불닭의 맛을 위해 노력한 분들의 몫은 논외였음을 말해둔다.

직화구이되는 불닭
직화구이되는 불닭 ⓒ 김영주
2004 대한민국은 매운맛 열풍이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 불닭이라는 매운맛의 닭고기가 자리 잡고 있다. 홍초불닭이 나오고 나서(물론 이미 매운닭발은 있었고, 다른 불닭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약간의 시간차는 있겠지만) 현재 불닭이라는 이름을 쓰거나 매운맛의 닭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가 무려 60여 곳이라고 한다. 여기에 매운갈비찜, 매운꽃게, 매운족발 등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요즘 대한민국은 '매운민국'인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매운맛의 사회학적 의미를 밝힌다든가 매운맛의 영양학적 측면에서 본 고찰 등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로 하자. 처음에 이 글을 시작하며 내가 던졌던 질문, 불닭은 찜닭이 될 것인가, 닭갈비가 될 것인가?

아마도 2005년 정도면 어느 정도의 윤곽은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다양한 불닭들 내부에서 치열한 내부경선이 치러지고, 메이저리그에 속하는 불닭들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불닭이 닭갈비와 나란히 하는 국민적인 메뉴가 되느냐 하는 것은 불닭 관계자 여러분의 몫일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불닭을 사랑하신다면 지금 이 시간도 보다 더 맛있는 불닭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리시는 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불닭이 어떻게 되든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프라이드치킨리그나 삼계탕마당에서 즐거움을 찾으시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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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관심이 많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쓰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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