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되고 있는 다른 채널의 인물 다큐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인간애에 호소하는 형식이다. 90대 노모를 모시고 사는 70대의 아들, 아내를 잃고 삼남매를 키우는 가장과 주변 가족들의 모습 등 한편으로는 마음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따뜻한 우리의 일상을 잔잔히 담아내는 KBS 2TV의 <인간극장>이나, 서민들의 일상을 애정과 희망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KBS 1TV의 <피플 세상 속으로> 등이 그렇다.
이처럼 기존의 인물 다큐 프로그램은 어느 누구에게나 쉽게 공감이 가는 우리 주변의 흔한 일상사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논픽션 공감>의 새로운 시도
그런데 <공감>은 이런 접근 방식과는 조금은 다른 형식으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감>은 인물 다큐 속에 사회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구성은 자칫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인물에 대해 다루는 꼭지와 비슷해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 그러나 <공감>은 시사보도 프로그램과 인물 다큐 프로그램의 장점만을 따와 새로운 형식을 만들었다.
<공감>이 처음 다룬 '우리 읍내 지구촌 학교'는 폐교 위기까지 처한 한 중학교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갖춘 학교로 거듭난 후 학생과 학부모들의 변화된 생활을 보여준다. 농촌 학생의 모습과 학부모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농촌 교육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 '장애 여성의 누드'나 커밍 아웃을 했던 홍석천씨에 대해 다룰 때는 그들의 일상과 이야기를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왜 그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가를 공감하게 만든다. 장애 여성, 동성애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의 힘도 크지만 그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가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의 힘도 크다는 것을 <공감>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지난 주 영국 유학생의 죽음에 대해 다룬 '피살자의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찾아서'도 마찬가지이다. 영국 경찰의 비협조로 4년 동안 제대로 된 부검도 하지 못하고 진상 규명을 위해 영국에서 홀로 싸우는 이영호씨의 모습을 다루면서 영국의 인종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자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 서로 공감해가야 할 일들이 많다. 우리는 그 동안 공감하면서 해결해야 할 일들을 대립과 편견, 무관심으로 제쳐두었던 것은 아닐까. <공감>은 그 과정에서 고통받았고 또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를 공감하게 만들고 있다. <공감>의 시도가 우리 사회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