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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학교실에 참가한 어린 아이와 학부모들이 체험 학습장으로 오르고 있다
생활과학교실에 참가한 어린 아이와 학부모들이 체험 학습장으로 오르고 있다 ⓒ 정헌종
아이들은 차에 오르기 전부터 들떠 있다. 가까운 근교의 작은 숲 속에 가는 것인데도 엄마 손을 잡고 산에 간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인데 하늘은 오늘따라 너무 좋다.

산에 도착해서도 아이들은 재잘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이 즐거운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밟히는 수북한 낙엽만이 아이들의 재잘 대는 목소리와 장단을 맞출 뿐이다.

“약간의 힌트만 주면 아이들은 자기들의 무한한 생각으로 자기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거든요. 저희들이 이런 시간을 만드는 것은 아이들의 무한한 창작과 창의의 공간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어떤 지식을 얻는다거나 그런 것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장정선(포항 생명의 숲) 사무국장은 생활과학교실 숲 관찰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자연의 귀중함과 우리 인간이 자연과 어울리며 자연의 일부란 걸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자녀와의 진솔한 대화와 숲에 대한 사랑 그리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아이들이 자연의 소중함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자연에 대한 겸허함을 가르치는 것이 숲 관찰 및 분석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아이들에게 하루아침에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기다립니다. 기다리려고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녹음기 들어대듯이 자연을 사랑하라 자연을 사랑하라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소중한 자연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사랑하게 되고 자기 자신도 모르게 애착을 가지게 되고 그리고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되면 되는 거거든요.”

자연의 소중함과 숲의 가치를 강의하고 있다. 청명하니 날이 너무 좋았다.
자연의 소중함과 숲의 가치를 강의하고 있다. 청명하니 날이 너무 좋았다. ⓒ 정헌종
“어린이 여러분 숲이 뭐예요?”

“나무가 있어요.”“ 개미도 있어요.”“원숭이도 있어요.”“병아리도 있어요.”

아이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숲에 대한 것들을 한마디씩 내뱉으니 아이들 소리가 넘쳐난다.

“그래요 병아리도 있지요. 집 뒤에서 모이 먹다가 한 번씩은 산에도 놀러 가죠. 그럼 숲이 왜 좋은 거죠?”

“머리를 맑게 해 주고요 시원하고요…….”

“나무도 숨소리가 있습니다. 사실은 물을 빨아올리는 물이 흐르는 소리지요. 나무의 물 빨아들이는 양은 항시 같은 것이 아니라 그 날의 온도에 따라 달라진답니다. 침엽수보다 활엽수가 더 많은 물을 빨아들이고 증발시키지요.

침엽수인 가문비나무는 하루에 약 10리터의 물을 증발시키는 반면 활엽수인 참나무는 약 40리터 정도의 물을 증발시킵니다. 보통 크기의 자작나무는 하루 평균 60~70리터의 물을 증발시키는데 날이 아주 더운 여름날엔 400리터의 엄청난 양의 물을 증발시킨다고 해요.

사람이 더우면 땀을 흘리듯 나무도 땀을 흘리는 것이지요. 나무도 땀을 흘리지 못하면 더위에 죽고 만답니다. 나누어 드린 청진기를 나무에 잘 대보면 숨소리가 들릴 거예요. 자 한번 들어보시고요 엄마들하고 같이 들어보세요.”

나무의 숨소리를 듣고 있는 아이와 엄마의 진지한 모습
나무의 숨소리를 듣고 있는 아이와 엄마의 진지한 모습 ⓒ 정헌종
눈을 감았다. 움직임도 멈추고 숨소리도 죽인 채 귀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진지했는지 갑자기 재채기를 할 뻔했다. 간신히 고비를 넘기고 나니 나무의 숨소리를 들어보라고 청진기를 내민다.

어떤 아이는 죽은 참나무 그루터기에 자라는 자그만 버섯에 청진기를 대곤 이렇게 말한다. “버섯이 콩닥 콩닥 숨을 쉰다.” 여기 저기서 신기하게도 나무 숨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겨울의 초반이라 나무의 숨소리는 작았다.

숲은 산소공장이다. 숲의 광합성으로 만들어내는 산소의 양은 1헥타르 면적에서 연간 12톤으로 약 44명에게 상쾌한 공기로 제공할 수 있다. 1천만명 이상이 몰려 사는 서울 사람들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면 최소한 22만 헥타르의 숲이 필요하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1분에 축구장 10~20개 크기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숲이야 말로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진정한 보루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숲이야 말로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진정한 보루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정헌종
또한 숲은 천연 공기 정화기이기도 하다. 나무는 아황산 가스, 질소 산화물을 흡수하고 맑은 산소를 만들고 있다. 1헥타르의 침엽수는 1년 동안 30~40톤의 먼지를 걸러주며 활엽수는 약 68톤의 먼지를 걸러주고 있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1리터 공기 속에는 자그마치 10만~40만개나 되는 먼지가 존재한다. 이러한 먼지를 제거하고 청소해줄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숲의 바람인 것이다.

숲의 토양은 천천히 물이 스며 나오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 숲이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우리나라 9개 다목적 댐이 저장하고 있는 물의 양보다 약 1.6배나 많은 약 180억톤이나 된다. 숲은 그 자체로 녹색댐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숲은 천연 약방이요 천연 음식창고이자 최고의 정수기이며 방음벽이고 야생동물의 보급자리이기도 하다.

아빠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 정헌종
나무의 숨소리를 하나 둘 확인했는지 이제 저마다 숨소리가 더 잘 들리는 나무를 찾는 걸 보니 아이들과 부모들은 나무의 숨소리 듣기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이제는 자연의 풀과 낙엽, 나뭇가지, 열매, 새의 깃털 등을 풀로 붙여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도화지 위에 만드는 미술 시간이다.

포항 생명의 숲, 학교 숲 시범학교 6개교 선정

포항생명의 숲은 지난 5일에 ‘2005학년도 학교 숲 시범학교”를 선정 발표했다. 총 24개교가 응모하였으며, 서류심사와 현장 심사를 거쳐 6개교가 시범 학교로 선정되었다.

시범 학교로 선정된 학교는 포항시 장기초등학교를 비롯, 경주시 아화초등학교, 영천읍 금호중학교, 왜관읍 동부초등학교, 상주시 성동초등학교와 상주중학교이다.

이 시범 학교들은 내년부터 3년에 걸쳐 연 1천만원씩 지원받게 된다. 학교 숲 운동은 도심지 학교 내에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여 학교 옥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으로 숲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이 참여하여 유대감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조별 교육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했다.
조별 교육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했다. ⓒ 정헌종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유명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 혼다는 숲체험 센터 ‘혼다의 숲’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 숲체험 교육 센터를 설립하여 사회공원화하고 있는 사실들이 한국적 상황과 지역성에서 부럽기만 하다. 우리의 기업들은 이러한 기업의 사회 기여에 대해 배우는 것이 극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이 자연의 풀과 나무 열매와 껍질로 만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모두가 잘생기고 예쁘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깨끗한 자연이고 자연을 마음껏 상상하는 창의력 그리고 미래를 만드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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