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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위의장이 22일 열린우리당이 일방 처리를 시도할 경우 저지할 18개 법안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위의장이 22일 열린우리당이 일방 처리를 시도할 경우 저지할 18개 법안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은 4대 법안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추진중인 주요 민생경제법안을 포함하는 '저지법안' 리스트를 발표, 20여일 남은 정기국회 기간 여야 격돌이 예상된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22일 오전 '여당의 일방처리를 반드시 저지해야 할 법안' 18개를 발표했다. 이 리스트에는 4대 법안 즉 △국가보안법 폐지 및 형법 개정안 △과거사 관련법(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개정안) △언론관계법(정기간행물 등록법 개정안·방송법 개정안·언론중재 및 구제법)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 리스트는 열린우리당이 지난 휴일 당정청 회의를 통해 정기국회 내 통과를 확인한 민생경제 관련법, 즉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한국투자공사법, 국민연금법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불리는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무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법사위 심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혀 25일 본회의 상정 의지를 밝힌 열린우리당과 정면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외에도 한나라당은 공직자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공직자부패수사처신설에관한법, 남북한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한 남북관계발전기본법,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직법안(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 그리고 현행 문예진흥원을 민간주도의 위원회로 바꾸는 문예진흥법 개정안을 '저지법안'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이한구 의장은 이들 법안에 대해 '신중합의처리법률'이라고 명명한 뒤,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뜻"이라며 "일방처리시 몸싸움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결의의 표시"라고 리스트 발표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의장은 또 그 선정기준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훼손하는 법안, 경제회복과 기업투자 발목잡는 법안, 한국판 뉴딜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안, 국민갈등 증폭시키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요 법안의 '저지전략'에 대해서는 "상정 자체를 막을 수도 있고, 상정된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막고, 법사위, 본회의에서 막는 방법 등 다양하다"고 단계별 저지선을 그었다.

한나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과 교육위의 경우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의 상정 자체를 막는 방법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4대 법안 전초전 성격의 공정거래법에 대해서도 강경하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몸싸움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열린 상임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표결처리된 사실을 두고 "꽤 의견 접근을 보았는데 갑자기 원안대로 처리하자고 하면 여야간 대화와 절충은 필요 없게 된다"며 "4대 법안이 이런 식이라면 심각하게 논의하겠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한나라당, 여야·정부 참여하는 '원탁회의' 거부

박근혜 대표가 22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22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한나라당은 여권이 당정청 회의를 통해 제안한 여야, 정부가 함께 하는 '원탁회의' 제의를 거부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최광 국회 예산정책처장의 파면동의안이 표결처리된 사실을 들어 "우리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마당에 그 진실성이 의심스럽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이한구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원탁회의 제안의 속뜻은 법안을 충분히 심의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위헌사항이 포함된 법안을 정치지도부가 졸속 처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거부의사를 드러냈다.

특히 한나라당의 성토는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를 골자로 하는 기금관리운용법 개정안에 모아졌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한 뒤, "연기금을 제멋대로 쓰겠다는 정부여당의 정책을 주무장관(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문제를 지적했다"며 "연기금 정책이 여권내 사전 조율 없이 졸속으로 내놓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한구 의장은 정부가 연기금의 안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기금운용위원회에 민간인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한 것에 두고 "독립성이라는 말에 속지 말아야 한다"며 "이미 기금관리기본법 3조 3항에 기금의 설치목적과 운영계획이 명시되어 있는데 뭣하러 개정을 하냐"며 사실상 개정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저지법안' 리스트를 발표한 데 이어 '적극추진법안'과 '신속협의처리법안' 등을 발표한 계획이다. 이한구 의장은 "한나라당의 적극 추진할 법안은 경제활성화와 자유민주주의체체 수호와 관련된 법률"이라며 감세법안과 테러방지, 탈북자 지원들의 법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의 지난 총선 공약이었던 백지신탁제와 한나라당이 제출키로 한 국가건전재정법을 "반드시 통과시킬 법안"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국가건전재정법과 관련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도 전부 국가채무 범위에 넣어 건전하고 효과적인 재정정책을 펴게 하고 나라의 빚을 국민이 정확히 알도록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영세·박재완 의원이 제출한 주식백지신탁제도 관련해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에서 국민 앞에 도덕적으로 깨끗한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약속한 법안"이라며 "이견이 있으면 수정, 보완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의 재산을 제3의 기관에 맡겨 부정한 재산증식을 막기 위한 백지신탁제는 아직까지 당내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상태. 당 정책위는 조만간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을 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산신탁의 범위를 놓고 이견이 예상된다.

"구태의연하고 구악적" 열린우리당 맹비난

박영선 열린우리당 원내대변인은 22일 한나라당이 발표한 '18개 저지법안리스트'에 대해 "상정도 되지 않은 법을 저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회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구태의연하고 구악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이 법안을 저지하겠다고 발표한 18개 법안 중 12개 법안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여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것이 과연 의회 민주주의차원에서 볼 때 정당한 일이냐"고 되물은 뒤 "한나라당이 18개 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기금관리기본법과 관련 의결권 제한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연기금 의결권을 제한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외국에서 들어오는 펀드는 의결권을 주고, 우리나라 국민이 모아서 내는 돈에는 의결권을 안주면 형평성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 또 "(한나라당의) 의결권 제한 주장은 의결권을 한시적으로만 주겠다는 논리인데, 이는 의결권제한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 있음을 한나라당 스스로 인정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박 대변인은 "이미 법사위로 넘어간 공정거래법을 저지하겠다는 것은 한나라당이 정략적 목적으로 국회를 파행시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우리당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한나라당도 민생경제를 위한 여야 원탁회의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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