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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방송위소관 예산 심사를 위한 문광위에서 노성대 방송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이종호
수익환원 약속 파기로 재허가 논란을 빚고 있는 SBS에 대해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조건부로 방송허가를 내주는 방안도 제안됐다. 따라서 이달 말로 예정된 SBS 재허가 추천 문제는 더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이미경)는 23일 전체회의에서 방송위원회 새해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중심으로 예결산 심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문광위원회 주요 이슈는 SBS 재허가 문제에 쏠렸다. 특히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사회환원 약속파기로 보류된 SBS 재허가 문제를 집중 추궁한 뒤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잇따라 요청했다.

"윤세영 회장은 거짓말 하고 있다"

▲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자료사진)
ⓒ 이종호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은 ▲윤세영 회장의 거짓말 ▲방송위원회 업무 회피 ▲(주)태영과 SBS가 조성한 공익기금 등과 관련한 의혹을 조목조목 열거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나 청문회 개최를 문광위에 제안했다.

김 의원이 지목한 윤세영 회장의 가장 큰 거짓말은 사회환원 약속 번복. 90년 허가조건으로 (주)태영이 매년 60억원씩 5년에 걸쳐 300억원을 공익기금으로 출연하고, SBS 세전 순이익의 15%를 장학기금으로 내놓겠다는 사회환원 약속을 지금 와서 "허가 전제조건이 아니었다"고 말바꾸기를 했다는 것.

SBS는 22일 공개한 '재허가관련 SBS 입장'에서 이에 대해 "법률적 구속력이 없는 신의성실의 약속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사회환원 미납금 규모와 관련, SBS측은 방송위원회 추산 690억과 달리 511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앞으로 3년에 걸쳐 300억원만 내겠다며 나머지 미납금에 대한 사실상의 탕감을 방송위원회에 요청한 상태이다.

그러나 윤 회장은 90년 12월 3일 국회 문화공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9차례 걸쳐 당시 약속을 구체적으로 증언한 바 있다. 더욱이 윤 회장은 "만약에 태영이 내지 못하면 정부쪽에서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느냐"는 당시 조홍규 의원 질의에 "태영을 걸고라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 국회 회의록에 남겨진 윤 회장 답변은 다음과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이렇게 분명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내년 1월 장학재단을 설립할 당시에 5년 소위 분할불입을 하는 그런 유가증권을 공증해서라도, 다 금융기관에 맡기든지 그렇게 해서 약속은 분명히 지키겠습니다. 그래가지고도 그게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면 태영 자체가 파산해 버리고 말면 그것은 어쩔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하면 이것은 꼭 지켜집니다."

최병렬 공보처 전 장관도 당시 국회에서 "윤세영씨는 개인적으로 매년 60억원씩 5년간 내놓아야 하고, 민방의 수익금 중 세전 수익의 15%를 장학기금으로 출연하는 것이 서울방송의 창사정신이라고 증언했다"고 확인했다. 90년 11월 5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최 전 장관은 같은 날 민자당과의 간담회에서 "태영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 허가가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김 의원은 이어 수익환원 축소를 의결한 98년 주주총회와 관련한 SBS측 해명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최근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면 98년 SBS 주주총회 의사록 진위 논란 의혹도 나왔는데 위원장이 아느냐"며 "만약 회의록 사본이 조작된 것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따져 물었다.

"SBS의 대국민 사기행위, 감독기관 책임도 있다"

김 의원은 방송위원회 업무회피 책임도 추궁했다. SBS가 허가조건을 상습 위반한 데는 감독기관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허가 당시 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최근 법률자문특별위원회 결론과 별도로 방송위원회가 법률자문을 다시 의뢰한 배경을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주)태영, SBS가 조성한 공익재단 운영 검증과 함께 이를 재허가 심사의 공익성 평가항목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태영이 SBS 허가조건으로 출연한 서암학술장학재단과 SBS문화재단의 경우 장학·연구지원의 상당부분이 이공계, 토목건설계에 집중된 한편 자사에 비판적 보도를 막는 도구로 언론인 해외연수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말만 장학재단이라고 만들어놓고 경영권 보호막으로 이요했거나 자사홍보 및 영업활동 강화를 위해 공익기금을 편중되게 썼다면 설립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같은 의혹을 풀기 위해 공익재단 자금조성 및 사용내역 등이 밝혀져야 한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다. SBS는 애초 서암학술재단에 내기로 약속했던 300억원 가운데 현재 234억원만 출연했다.

김 의원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SBS '수익환원' 약속의 법적 구속력 여부 ▲허가 당시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 ▲재허가 추천 주체들의 책임방기 ▲SBS 허가·재허가 추천 관련 정부문서 관리부실 실태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다. 또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SBS 재허가추천 일정은 잠정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 끝날 때까지 SBS 조건부 허가해야"

▲ 이광철 열린우리당 의원이 노성대 방송위원장등에게 질의하고 있다.
ⓒ 이종호
열린우리당의 정청래, 안민석, 이광철, 이경숙, 민병두 의원과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 등도 잇따라 SBS 재허가 문제 등을 짚었다. 이들은 SBS의 대국민 약속파기와 잇따라 제기된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방송위원회 후속 심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광철 의원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구두약속이라느니 하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방송위원회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라며 방송위원회의 단호한 태도를 주문했다. 이 의원은 "설립 당시 약속의 법적 효력을 자인하고도 재허가 추천 심사완료일을 앞두고 '구두 약속이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며 SBS를 질타했다.

최근 SBS 행태를 '조삼모사식 여론몰이'에 빗댄 이 의원은 ▲SBS가 미납금액을 제멋대로 산정, 방송위원회를 기만하는 것은 아닌가 ▲SBS가 맘대로 분납액을 정하고 나머지 탕감을 요구할 자격,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세전 이익 15%에서 당기순이익 10%로 환원금액을 자의적으로 줄일 수 있는가 ▲SBS 대주주와 경영진 누구도 사회환원 위반책임을 왜 지지 않는가 등을 따졌다.

이 의원은 SBS의 조속한 미납분 납부와 더불어 사회환원 약속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방송위원회측에 강력히 촉구했다.

이 의원은 "수사, 조사권이 없는 방송위가 이같은 의혹을 그대로 두고 재허가를 내줘도 되는 것이냐"며 "별도 조사가 더 필요할 경우 국민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조건부로 방송허가를 내주는 방안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SBS에 대한 청문회나 국정조사가 이뤄진다면 설립허가 당시 특혜의혹, 설립허가 조건, 허가 관련자료 파기의혹, 6년간 이뤄진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심사, 이번에 이뤄진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심사까지 모두 조사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경숙 의원은 90년 SBS 방송허가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최병렬 전 공보처 장관에 대한 관련 증언 확보를 제안, 눈길을 끌었다. 정청래 의원도 SBS에 대한 국정감사와 청문회 실시를 주장했다. 정 의원은 SBS의 대국민 약속 파기와 관련, "그럼 앞으로 결혼할 때나 이혼할 때도 공증받고 해야 하는가"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일단 죽여놓고 보자는 발상 아닌가"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SBS 재허가와 관련, "사회환원 약속이 법률적 허가조건은 아니었다"는 근거를 들며 조속한 재허가 추천을 요구했다. 그러나 뚜렷한 반박논리를 내거나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격론을 벌이지는 않았다.

이계진 의원은 재허가 추천을 받지 못할 경우 관련 규정이 있는지를 묻고 "후속 법률 없이 재허가 추천을 하지 않는다면 일단 죽여놓고 보자는 발상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완전불이행과 성실히 이행하지 못한 것은 다른 문제"라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사례로 방송국 문부터 닫게 해보겠다는 것인데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강원도와 SBS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정권이) 대표로 강원민방 한번 죽여보자는 것밖에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재오 의원 역시 "법적 근거에 의해 방송사가 문닫은 적 있는가"를 물었다. 이 의원은 "군사쿠데타에나 그에 준하는 언론통폐합 등의 조처 말고 법적 근거에 의해 방송사가 문닫은 적 있는가"라며 이번 SBS 재허가 과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이 노성대 방송위원장등에게 질의하고 있다.
ⓒ 이종호
이재웅 의원은 법적 구속력 문제를 따졌다. 이 의원은 "사회환원 약속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허가추천 조건이 되느냐, 법적 분쟁으로 갔을 때 방송위원회는 자신 있는가"라며 "시간을 너무 끌면 마치 정부압력에 의해 재허가하는 것이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으니 빨리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정병국 의원은 또 사회환원 약속이 재허가 심사기준이 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정 의원은 "방송위원회가 원칙을 갖고 심사해야지 정치권에서 문제제기를 하니까 재허가 조건에 반영하고 있다"며 MBC 부동산투기 의혹과의 형평성 문제를 언급했다. 정 의원은 "MBC는 (재허가) 문제를 해결해주고, SBS는 붙들고 있으면 스스로 권한을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복 의원은 SBS의 사회환원 약속을 도덕적 차원으로 해석했다. 정 의원은 "만약 허가조건이었다면 분명히 서류로 작성돼 관계기관에 제출됐어야 한다"면서 증빙자료의 존재 여부를 따졌다. 이어 방송위원회 법률자문특별위원회의 유권해석과 관련, "아무리 법률자문을 거쳐도 관계자 증언이나 자료를 갖고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심사는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의견이 모아지면 성실하게 조사에 응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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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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