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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알을 낳았대! 표지
엄마가 알을 낳았대! 표지 ⓒ 이선미
얼마 전 어린이도서관에 자원활동을 하시는 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보여주니 참 좋은 것 같기는 한데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우리 지민이한테 책을 읽어주는데 민망해서 어쩔 줄 몰랐어요."
"무슨 책이었는데요?"
"'엄마가 알을 낳았어요'인가? 그림을 보고 애는 멀쩡한데 내가 얼굴이 빨개져서…."

자원활동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동안 인상이 깊었던 그림책을 즉석에서 꺼내 들며 더 풍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우리 대화의 요지는 이것이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어려운 소재를 쉽게 이해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주옥같은 그림책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런 책을 아이들에게 많이 접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말처럼 배빗 콜의 <엄마가 알을 낳았대!>라는 책은 솔직하고 유쾌하게 엄마아빠가 어떻게 아이들 낳게 되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아이들 시각에서 엄마아빠가 아이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치는 장면'은 아주 유머러스하게 표현된다.

유머러스하지만 너무 솔직한 그림책의 표현에 "엄마 왜 이렇게 힘을 합쳐야 되는데?"라고 아이가 반문할까봐 얼굴이 벌개져서 그림책을 끝까지 읽어주었다는 어머니와는 달리 아이는 별 거부감 없이 그림책의 내용을 받아 들였다.

임신과 출산 이야기 외에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은 바로 어린이 성폭력에 관한 부분이다.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는 성폭력 부분을 어떻게 하면 미리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주변에 어린 아이를 갖고 있는 부모들을 보면 낯선 남자어른이 있는 곳에 아이를 절대 혼자 놔두지 않는다든지, 늘 노심초사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고는 한다. 그러나 그런 환경을 피하는 것 이전에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아이들이 성폭력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다.

슬픈 란돌린 표지
슬픈 란돌린 표지 ⓒ 이선미
그런 이야기를 풀어낸 그림책이 바로 카트린 마이어의 <슬픈 란돌린>이다.

성폭력을 경험한 브리트는 늘 의기소침하고 우울하다. 그러나 성폭력이 무엇인지, 슬프고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브리트는 알지 못한다. 이때 브리트의 인형 친구인 란돌린이 브리트에게 말을 건네면서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더 이상 숨기지 말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 그리고 브리트는 절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이 그림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따로따로 행복하게 표지
따로따로 행복하게 표지 ⓒ 이선미
그림책을 읽다 보면 간혹 그 놀라운 재치에 감탄할 때가 있고는 한다. 엄마아빠의 이혼을 이야기한 <따로따로행복하게>, 밤에 잠을 자는 것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난 이젠 하나도 무섭지 않아>, 엄마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돼지책> 등등 그림책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어른들의 끊임없는 숨은 노력들이 아닐까 싶다.

오늘밤 잠자기 전, 아이방에 건너가 달콤한 그림책 이야기 하나 해주는 것이 어떨까? 아마 백점 만점 부모가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엄마가 알을 낳았대! - 3~8세

배빗 콜 글.그림, 고정아 옮김, 보림(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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