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방안을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건설경기 침체를 이유로 "유보해야 한다" 또는 "보유세 처리를 봐가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오락가락하는 사이 '대국민 약속론'을 근거로 못을 박아버린 셈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23일 연세대 경제대학원 수강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시한이 올 연말까지인데 조금만 버티면 과거처럼 풀릴 것이라는 인식으로 아직까지 팔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이 정부 말을 믿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표적인 경기대책인 부동산 정책의 경우 온갖 규제로 하루아침에 투기를 잡은 뒤 1년 뒤 집이 안 팔린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치면 다시 푸는 정책을 반복해 투기를 장려해 왔다"고 지적하고 "이에 따라 국민들이 정부정책을 믿지 않고 부동산 신화를 신봉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국민이 정부 말을 믿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
이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를 빌미로 다시 단기적 건설경기 부양에 '올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헌재 부총리의 경제정책 운영방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위원장이 "지금처럼 불경기가 오래간 것을 본 적 없는 국민들이 단기적 부양책을 원하고 있다"며 "건설규제를 풀면 경기가 좋아지고 고용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나, 과거의 시행착오를 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 위원장은 "내년 하반기 건설경기 둔화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냉·온탕식 규제완화로 투기를 부추기기 보다는 턱없이 부족한 도서관이나 요양시설 건립 등으로 메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뉴딜정책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투기수요를 낳을 수 있는 무리한 건설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비주택부문 SOC 건설에 진력하는 것이 정책의 일관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보인다.
"무리한 건설경기 부양 보다는 복지인프라 건설에 진력해야"
단기적 부양책을 바라는 국민들의 인식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처럼 불경기가 오래간 것을 본 적 없는 국민들이 단기적 부양책을 원하고 있다"면서 "건설규제를 풀면 경기가 좋아지고 고용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나,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들과 노사정 모두 단기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고, "참여정부가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운영하고 있어 임기말에 국정지지도를 50%로 끌어올리며 후반전에 강한 정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요약하자면 단기적 부양책은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200개 골프장을 일괄 허가해 줘야 한다"고 했던 이헌재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이정우 위원장은 "미국에는 골프장이 2만개, 일본에는 2000개 가량 있지만 우리나라는 200개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관광수입 등을 목적으로 한 골프장 추가건립에 찬성하나, 200개를 더 짓겠다는 것은 과욕"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임금이 곧바로 비용이 되고 국제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형 국가에서는 과거처럼 임금상승율이 두자리일 경우 경제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전제하고 "상생하는 네덜란드 모델로 가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고, 시간도 많지 않다"며, 네덜란드 폴더 모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국민들과 노사정 모두 단기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지난 22일 KTV '사회통합의 길, 대책을 듣는다'는 주제의 좌담회에 출연해 이와 유사한 기조로 자신의 경제정책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좌담회에서 "지금까지 40년 간 우리가 성장주의에만 매달려 온 게 아닌가, 분배문제라든가 차별이라든가 사회적 연대라든가, 그런 개념을 너무 등한히 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얘기를 조금만 하면 분배주의다, 심지어는 좌파라는 얘기까지 할 정도였다"며 복지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비판한 뒤 "복지제도가 아직 미비한데도 불구하고 서구의 복지병을 걱정하고 역차별을 걱정하고 그럴 정도로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경제관의 연장선 상에서 이 위원장은 "사회안전망은 같은 그물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잡을 수 있어야 되는데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져 있어서 사회보험 적용률이 50%가 되지 않는 그런 실정에 있다"며 "그래서 앞으로 사회안전망에 대해서는 상당한 확충과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