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익산시 여산 장터에는 장이 서는 날마다 일명 ‘똥 자장면’이라는 특별한 음식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6평 남짓한 허름하고 낡은 포장마차 식당이지만 장날 점심 시간 때에는 똥 자장면을 먹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이 자장면은 면이 노란데 예전에는 더 노란 색깔을 띠어 마치 사람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똥 자장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곳 주인 아주머니는 그런 이름보다는 '옛날 장터 자장면'으로 불리워지기를 원합니다.
옛날장터자장면을 처음 만든 원조는 김판임(73) 할머니입니다. 김 할머니는 자장면 만들어 파는 일을 25살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5년 전부터는 몸이 불편해 가벼운 일만 거들어주고 있고, 작은 딸 최연옥(44)씨가 물려받아 하고 있습니다. 옛날장터자장면은 여산 장날에만 맛볼 수 있습니다. 여산 장은 5일장으로 1일과 6일 기준으로 매달 6번씩 장이 섭니다.
이 자장면이 인기가 좋은 이유는 1인분에 1500원으로 가격이 매우 저렴하면서 양은 일반 자장면의 2배이기 때문입니다. 양이 부족하다고 더 달라고 하면 주인 아주머니의 훈훈한 인심처럼 더 주시기도 합니다. 장날 하루 판매하는 자장면 수는 평소에는 보통 300~400그릇 정도이고 비나 눈이 와 장사가 안 될 때는 200그릇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싸게 팔아도 이익이 남는다고 합니다. 주인 최연옥씨는 "많은 돈은 못 벌어도 밭에다가 배추, 호박, 파, 고추 같은 야채 등을 손수 재배하여 요리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손해는 안 본다"고 수줍게 말씀하십니다.
최연옥씨는 장이 서지 않는 날이면 집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바쁘게 보내는 전형적인 농부입니다. 장날만 자장면 만들어 팔고 있는 셈인데 요즘 유행하는 말로 투잡스(두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입니다.
장날이면 새벽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6시에 이곳 여산 장터에 나옵니다. 그 다음부터 돼지 비계로 야채와 자장을 끓이고 볶고, 자장면 반죽을 준비한 후 7시부터 손님을 맞습니다.
옛날장터자장면 맛의 비결은 보통 일반 중국집에서는 쇼팅(소기름)를 사용하는데 돼지 비계로 기름을 내서 야채와 자장을 볶기 때문입니다. 옛날장터자장면 고유의 맛은 바로 돼지 비계 기름에서 나오는 거지요. 또한 손님이 왔을 때 주문하면 바로 바로 면발을 뽑아 2분 안에 자장면을 내 놓기 때문에 면발이 쫀득거리는 이집 특유의 자장면을 낼 수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의외로 도시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 옛 추억의 맛이 그리워서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낀 휴일에 장이 서면 도시 사람들이 이 자장면을 먹기 위해 찾습니다.
또 손님 대부분은 어머니인 김판임 할머니 때부터 수십년간 이곳을 드나든 고정단골들입니다. 어떤 단골 손님은 먹고 돌아서면 입안에 여운이 남아 또 먹고 싶어서 장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까지 말한다고 하니 고향의 맛은 잊을 수 없는가 봅니다.
전북 익산시 용동에서 왔다는 전재용(48)씨는 “이집에 오면 옛날 어린 시절 먹던 자장면 맛을 볼 수 있고, 또 자장면이 느끼하지 않으면서 맛있고 저렴한 가격에 양이 많아 후덕한 인심을 느낄 수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와 같은 5일장은 조선시대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여자들은 '출가외인'이라고 해서 시집을 가면 친정집이나 살았던 동네에 오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날에 장을 보면서 친정 식구 등과 같은 아는 사람을 만나며 근황도 물어 보는 정보 교환의 장소였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한동네 살아도 남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며 삽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며 와글거리는 장터에 와서 옛날장터자장면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도 묻고 아는 사람도 만나고 집에 돌아간다고 하니 옛 명맥은 아직도 남아 있나 봅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과 같은 규모가 큰 상점에 밀려 재래식 장터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골장터에서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훈훈한 시골 인심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옛날장터자장면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