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금주령과 더불어 등장한 알 카포네 이야기 등 이런저런 내용들이 재미있고 짜임새 있게 담겨 있는 특별한 역사책이 지난 10월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케네스 데이비스(<유에스에이 위크앤드> 편집자문위원)의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원제: Don't Know Much About History).
이 책의 2장은 독립전쟁이 일어나기까지 식민지 기간에 일어난 몇몇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이 중 '필립 왕의 전쟁이란?'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여든 명의 인디언들이 자다가 머리가 잘려나가는 봉변을 당했으며, 잘려나간 머리는 장대에 꽂혀 맨해튼에 전시되었다. 어떤 네덜란드 여인은 그 머리들을 발로 차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포로로 잡힌 어떤 인디언은 거세가 된 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졌으며, 네덜란드인 총독이 낄낄대며 보는 앞에서 자신의 살점을 먹도록 강요당했다.'
이 책은 역사책이다. 대개 역사책 하면 일방적인 연표 순서대로 설명문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지루하여 손을 놓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우선 소제목을 거의 호기심을 끌 만한 질문 형식로 만들어 놓아서 읽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콜럼버스가 그토록 중요했다면 왜 콜럼버스합중국이 아닌 미합중국이 되었을까?' '노예 무역의 창시자는?' '보스턴 학살 사건이란?' '조지 워싱턴을 죽인 것은 주치의' '공화당은 왜 창당되었나?' '링컨은 정말 정직했을까?' '링컨 암살범은?' '존슨 대통령은 왜 탄핵당했나?' '판초 빌라는 어떤 사람인가?'
'헨리 포드는 과연 자동차를 발명했을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왜 대법원을 자기편으로 만들려 했을까?'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 대해 루스벨트는 무엇을 알았고, 언제 알았을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꼭 투하해야만 했을까?' '로젠버그 부부가 간첩 행위로 처형된 이유는?' '아이젠하워는 왜 흑인을 위해 군대를 파견했을까?' '미란다원칙의 미란다는?' '알리가 징집을 거부한 이유는?' '닉슨과 키신저가 <뉴욕타임스>의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막은 이유는?' '악의 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읽어보지 않으면 두드러기라도 돋을 것 같다. 이처럼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제목이 무려 178가지나 된다. 하루에 한 가지씩만 읽어도 반년이면 미국의 역사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672쪽 분량의 무게도 무게지만, 그 무게 속에 담겨진 내용의 무게 또한 상당하다. 가벼운 내용인 듯하지만, 천천히 음미해 보면 미국사 이면에 숨겨진 묵직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흑인과 백인은 분명히 다르므로 평등하게 사는 일은 영원히 없다"고 말한 '인종주의자'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 선거에서 경쟁자와 비교되는 동안에 노예해방론자로 알려졌다는 이야기는, 큰 윤곽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미국 역사 저쪽의 진실을 알려 준다.
미국인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무미건조한 역사책을 싫어할지 몰라도 역사를 아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초판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부문에 35주 동안이나 머물러 있었고 130만부나 팔려나가며 '대안 교과서' 대접을 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미국인으로서 미국 역사에 대한 변명이나 미화 없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썼다"고 저자가 밝힌 재미있는 역사책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 2003년 개정판(한국에서는 2004년 10월 출간)에서는, 시대적으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사건과 기묘하기 이를 데 없던 2000년 대통령 선거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풍부한 사진 자료와 각 장마다 본문을 읽는 데 적절하게 도움을 주는 박스 구성이 잘 되어 있으므로, 들여다볼 때마다 참 공들여서 잘 만들었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이다. 모두 9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문신, 금지된 패션의 역사> <세계 영화사> 등을 번역한 뉴욕 주립대(올바니) 서양사 석사학위 출신의 이순호씨가 번역했다.
이 밖에 제임스 M. 바더맨의 <두 개의 미국사>(이규성 옮김·2004년 5월·심산 펴냄)와 리처드 생크먼의 <미국사의 전설, 거짓말, 날조된 신화들>(이종인 옮김·2003년 9월·미래M&B 펴냄)도 재미있는 제목으로 서점가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