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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청색천화봉황문지인자황수파어용문라
우리 나라 불교 4대 총림 중 한곳이며 국보 제49호 대웅전이 있어 유명한 충남 예산 수덕사에 최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바로 수덕사의 근역성보박물관에서 열리는 '지심귀명례(至心歸明禮)- 한국의 불복장(佛腹藏) 특별전' 때문이다.

▲ 사저교직답호
불교 신도들은 물론 학문 연구를 위해 이곳을 찾는 단체손님 등 평일 하루 평균 관람객은 1000명에 육박하며, 주말에는 그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관람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불복장(佛腹藏)'은 사찰에서 불상이나 기타 존상들을 조성할 때 그 속에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지닌 내용물을 납입하는 의식과 그 물건을 통칭하는 말이다.

부처님 몸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놀랍게도 국보급, 보물급에 해당하는 우리의 역사 유물이 들어 있다. 그러나 함부로 꺼낼 수는 없어서 개금하거나 불상의 보수가 필요할 때에만 이 보물들이 세상에 공개된다. 때론 불경스럽게도 도굴꾼에 의해 불복장품들이 털리는 경우도 있다.

불복장은 기본인 불경과 함께 오곡(五穀)과 오향(五香) 등을 담은 후령통(喉鈴筒)이 핵심이다. 또 진주와 호박 같은 오보(五寶), 오색실, 사리 등 무려 75가지의 상징물이 부처님 몸 속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 그래서 불복장은 일종의 타임 캡슐이라 할 수도 있다. 당대 불자들이 지극한 불심으로 자신의 일부를 넣고 소원을 빌기 위해 넣었던 생활용품들도 현재에 와서 귀한 역사 자료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히 고려의 뛰어난 직물 기술과 색(色)을 느낄 수 있는 복식 9점이 전시되어 관련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 전시회를 찾은 국민대 심연옥 교수는 그동안 출토 복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의 원형과 직조 기술이 부처님 몸 속에서 완벽하게 보존됐다며 거듭 찬탄했다.

▲ 팔엽연화
조상경에 따라 가진 불복장 의식 이전의 불상은 신앙의 의미가 없는 하나의 조각품에 지나지 않지만 이 의식을 거치면서 비로소 신앙의 존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일반인은 물론 불자들도 범접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특별전은 전국 12개 사찰의 공개 혹은 비공개 불복장 유물을 자유로이 접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이며 다시 보기 힘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나 박물관, 개인 소장가들이 선뜻 내어주기를 꺼리는 데다, 워낙 가치가 큰 유물들이어서 운반과 전시 과정에서 염려되는 불상사 때문에 한자리에서 이렇게 많은 불복장을 접하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 후령통.
지난 12일부터 시작한 전시는 12월 12일까지 한 달 동안 열릴 예정이다. 박물관은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관계자에게 설명을 요청하면 그 의미를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 박물관에서는 사전 단체 접수도 받고 있다. (☎ 041-337-2902)

"단순한 유물로만 보지 마세요"
[인터뷰]수덕사 근역성보박물관장 정암 스님

ⓒ장선애
'2만㎞ 대장정.'

수덕사 성보박물관 이선용 학예사는 이번 특별전을 위한 정암 관장스님의 행보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암 스님은 전국 각지의 사찰을 직접 방문해 전시회 의미를 설명하고 참여를 촉구했다.

불교적 정서를 지닌 내용물 외에 가장 많은 불복장은 직물이다. 불복장 의식을 할 때 참석하는 불자들이 자신이 입던 옷이나 준비한 직물을 납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은 3년 전부터 이에 관한 연구와 준비를 해 왔다. 화려한 직조와 염색 문화가 번성했던 우리나라가 '백의민족'이라는 인식에 밀려 세계적인 우수성을 잊는 것이 안타까워서다.

원래 계획은 내후년쯤 현대 기술로도 흉내낼 수 없다는 고려 시대 직조 과정을 직접 재연할 생각이었다. 올해 특별전 인연이 닿아 전시가 생각보다 당겨지면서 재연행사는 숙제로 남게 됐다.

이번 특별전을 열면서 가장 염려한 것은 "관람객들이 불복장을 단순한 유물로만 받아들이면 어쩌나"하는 것이다. 결국 정암 스님은 긴 고민과 기도 끝에 '지심귀명례(至心歸明禮)'라는 제목을 붙였다.

"지심귀명례는 불가에서 부처님께 기도를 드릴 때마다 들어가는 말입니다. 지극한 맘으로 몸을 다 바쳐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뜻인데 이 유물들을 통해 그런 조상의 정성을 느끼고, 현대인들이 자기 자신에게만 매몰돼 주위를 돌아보지 못함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지난 8월부터 박물관 입장료를 받지 않기로 해 가뜩이나 살림이 어렵지만 이번 특별전도 무료로 개방했다. / 장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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