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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식 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는 이지수씨.
ⓒ 박성규
“기쁘고, 가슴이 벅찹니다.”
지난 25일(목) 오후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금산리. 이지수(전통옹기제조업)씨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전통옹기를 만드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30년간은 전통 방식으로 옹기를 만들지 못했어요. 보일러 가마를 이용해 만들어 왔죠. 근데 이번에 처음으로 재래식 가마에서 옹기를 굽게 됐어요.”
재래식 가마의 훼손으로 그동안 전통 제조 방식으로 옹기를 만들어 오지 못한 것. 수리비만해도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들어 지난 세월 동안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아산시의 도움으로 재래식 가마를 보수해 다시 전통 방식으로 옹기를 만들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재래식 가마로 옹기를 구워야 최고의 품질을 만들 수 있죠. 보일러 가마로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재래식 가마에서 나오는 품질은 만들 수 없어요.”

이날이 옹기를 굽는 마지막 날이었다. 지난 22일(월) 처음 가마에 불을 지펴 작은 피움 하루, 큰 피움 하루, 돋굼불 하루를 거쳐 마지막 단계인 큰불 작업을 하는 날이었다. 25일부터는 옹기를 식히는 과정에 들어갔다. 보통 3∼4일 정도면 끝난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번 옹기 제조는 재래식 가마를 만들고 처음으로 시연 행사를 갖는 것입니다. 고추장, 김치, 간장 단지 종류의 옹기를 120여점 정도 굽고 있어요. 가마에 물건을 쌓는 데만해도 1주일씩이나 걸렸죠.”

1천2백∼3백도를 넘는 온도의 뜨거운 열기가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도 느껴질 정도인데 이씨는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았다. 가슴이 들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를 느끼게 했다.

이씨가 옹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48여년 전부터.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전통 옹기를 제조해 오고 있다. 지난 해에는 충남도로부터 전통문화가정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계승 기간만도 1백년이다.

“두고 보세요. 아주 멋진 옹기들이 나올 겁니다. 꼭 한 번 구경오세요(웃음).”

이씨의 얼굴에서는 혼자서 4일 밤낮 불을 지피느라 고생한 사람의 표정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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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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