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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유쾌한 상상'에 빠지게 하는 우리 모임의 회원들입니다.
벌써부터 '유쾌한 상상'에 빠지게 하는 우리 모임의 회원들입니다. ⓒ 허선행
잠깐 우리의 '마냥 즐거운' 시간들을 잠시 들춰볼까 합니다. 여러 번 모임이 있었지만 가장 유쾌했던 모임인 지난 연말의 송년회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한 해 동안 잊지 못할 일을 소개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노래를 한 곡조 뽑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송년회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특별히 사회자가 없는 그 자리에서 자칭 '사회자'라 말하던 분이 말을 꺼냈습니다.

"나는 올해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하느라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랬더니 배에 王자가 생기더군요. 한 번 보여드릴까요?"

'과연 사실일까' 갑자기 조용해진 가운데 그의 배를 주시하던 우리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뒹굴고 말았답니다. 땅바닥을 치며 웃는 사람, 너무 웃어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 소리를 치는 사람….

사실은 그러했습니다. 중년 남성의 그 남산만한 배 한 귀퉁이에 볼펜으로 王자를 그려온 것입니다. 그 송년회에 참석한 이들을 웃기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준비를 하고 왔던 것입니다.

일 년 내내 그 생각만 하면 웃음이 절로 나서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답니다. 어쩌면 한해 웃을 웃음을 그날 다 웃었을지도 모릅니다. 경제가 어려워 웃을 일도 적어지고 자꾸 줄어드는 씀씀이는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줄 생각을 하면 어떨까요?

무엇보다 이 모임의 송년회가 기대되는 것은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올해는 각자 배우자에게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랑의 편지'로 써 보자고 했습니다. 평소에 하고 싶지만 쑥스러워 못했던 말을 편지로 써 보자는 것입니다.

우리 남편은 생전 편지라고는 안 써봤다는 둥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지금부터 걱정이라는 둥 핑계를 늘어놓지만 결코 싫지는 않은가 봅니다. 송년회 이후 부부금슬이 더 좋아질 테니까요.

올 한 해는 여느 해보다 우리 모임의 회원들에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고이 키운 딸 혼사를 앞둔 집,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집, 딸의 임용고사를 앞둔 집, 건물을 짓느라 바쁜 집, 아들이 팔을 다쳐 깁스를 한 집, 시아버님이 암으로 투병 중인 집, 남편이 0.5밀리미터만 종양이 컸어도 암이 될 뻔 했다고 안도의 숨을 쉬는 집, 아들이 좋은 직장에 취직한 집, 늦둥이 아들의 돌잔치를 한 집, 운동에 열중하는 집.

이번 송년회에서는 함께 슬퍼하고 함께 애태우고 함께 기뻐하며 보낸 한 해를 다시 한 번 반추하고 마무리하려 합니다. 나누어서 반이 되었던 슬픔과 나누어서 배가 되었던 기쁨을요.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따로따로 하는 송년회, 술에 흥청망청 찌들어버리는 송년회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참석하여 정말 편안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송년회, 그 웃음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송년회는 어떨까요? 또, 꺼내기 쑥스러운 말들을 편지에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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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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