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두 번은 만화가 재치도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어서 무척 재미있게 봤다. 제한된 지면에 칸을 만들고 그 칸 안에 이야기를 완성해 내는 재주가 돋보였다. 그 나이 소년들이 할 만한 고민을 담아 낸 만화일기를 볼 때는 숙연해지기도 했다.
토론시간이었나 보다. 토론은 논리가 중요한 시간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논리폭력에 대해 이야기했나보다. 만화일기는 이 날의 고심을 담았다. 논리가 폭력이 되는 바로 그 지점이 못내 가늠이 안 되었던 모양이다. 상대가 받는 상처를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 논리를 세우는 나 자신의 순수한 의도를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 물음을 던지는 만화일기였다.
문제는 폭력이 자주 등장하면서였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은 습관이 되어 다시 생각을 지배하게 된다는 판단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한마디 해야겠다 싶기도 하지만 아들 스스로 학교 홈페이지에 만화로 공개일기를 쓰고 있는 것을 가지고 내용과 표현을 문제 삼는다는 게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일기는 일종의 자기고백인데 고백을 문제 삼는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다. 그렇게 되면 다음부터는 스스로 일기의 수위와 내용을 조절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이의 의식 속에 빨간 펜을 든 검열관이 자리 잡는 경우를 떠올린다.
아이가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는 당연히 나무라야 하지만 그것을 일기형식으로 스스로 밝혔을 때는 섬세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다.
그러나 며칠 전 일기에서는 칼로 자신을 베는 장면이 있어 얼마나 섬뜩했는지 모른다. 그끄저께 일기는 남자애들이 여자 생활관에 쳐들어가서 창문에 돌을 던지는 장면이 있었고 몇몇 학부모들이 드디어 나무라는 댓글을 달았다.
'중학생쯤 되었으면 이제 그렇게 난폭하게 놀지 마라'는 나무람도 있었고 '장난이 지나치면 그것도 폭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학부모들의 지적이 있기 전에 아들의 만화일기를 보고 아비인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풀이 죽은 아이는 '죄송합니다. 할말이 없습니다'하고 댓글을 올렸다.
어떤 식으로든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자기 정화의 한 과정이기도 한데 표현에 재갈만 물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내 마음이기도 한 학부모들의 마음이 아이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대안학교여서 상대적으로 행동과 표현이 자유로운 만큼 아이가 상대의 자유와 권리도 챙기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