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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학교에 참가한 학부모 기념 사진
ⓒ 정일관
경남 합천에 위치한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에서 올해 들어 마지막이면서, 통산 24번째 학부모학교를 개최했습니다.

원경고등학교는 학부모학교를 통해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를 이끌어내고, 학교 현안을 논의하며, 마음공부 강의를 수료케 했습니다. 즉, 스스로 행복을 가꾸어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한 주체로 학부모들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경고등학교 학생들의 거주지는 전국 단위로 흩어져 있습니다. 경남, 부산, 울산에 사는 학생 다음으로 서울 경기지역과 대구 경북 학생들이 많고, 전라도와 충청도, 심지어 강원도와 제주도까지 사는 곳이 다양해 사실 학부모 모임 자체가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 학교 홈페이지 사용 방법 교육
ⓒ 정일관
그래서 초창기의 학부모들은 단지 '아이를 맡기고 가는'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맡기는 것으로 부모의 책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며, 심지어 대안학교에 보냄으로써 집안의 평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비록 뜻이 있는 학부모라 하더라도, 집과 너무 멀어 학교에 참여하는 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니 학교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습니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립무원 위에 아이들을 끌어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형국이었습니다. 그 걸음걸음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뿌리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또 얼마나 속을 태우고 애를 태우며 살았는지 모릅니다.

▲ 학교 현안에 대한 진지한 토론회
ⓒ 정일관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학부모학교를 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난 해부터는 뜻 있는 부모님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면서 학부모회가 만들어지고, 지역마다 학부모님들끼리 모임도 가졌습니다.

특히 올해 '효도의 날' 행사를 치르면서 학교와 더욱 가까워지면서 학교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부모님들의 노력들이 뚜렷해졌습니다. 학부모학교때 학교 현안에 대한 토론회와 워크숍을 열면서 차차 교육의 중심으로 학부모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1박 2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학부모학교에서 원경고등학교는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대한 사진을 전시하고 동영상을 상영해 학부모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함께 하는 교육 상담으로 아이를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도 갖게 했습니다.

▲ 마음공부 특강
ⓒ 정일관
이어 내년도부터 달라질 학교 교육 방침과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좋은 선후배 관계와 공동체 생활에 꼭 필요한 태도와 예절을 기르고 알찬 수업을 위한 공동의 노력 등에 대한 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에서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기도 하고, 건강한 대안을 제시하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슬기로운 방안들을 내놓았습니다. 이 토론회는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 되었고, 그 중 열성적인 학부모는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밤을 지새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마음공부 특강
ⓒ 정일관
아이들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자고 난 학부모들은 다음날 다시 강의실에 모여 박영훈 교감의 마음공부 특강을 들었습니다.

특강에서 박 교감은 "진리는 자연이며, 자연은 변화무쌍하다. '나'도 웃는 나, 우는 나, 찡그린 나, 화내는 나, 활발한 나, 우울한 나, 미워하는 나, 사랑하는 나 등으로 변화무쌍하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가 진리이므로,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힘이 곧 실력이다. 그러기 때문에 머리와 생각과 기준을 놓고, 마음을 살피고 받아들이고 공부해야 진정이 서로 통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 학부모 감상담 발표
ⓒ 정일관
학부모 학교가 끝나면서 학교에서는 학부모학교 연간 4번 중에 3번 이상을 참석한 학부모에게 수료증을 수여하고, 생활 원예 시간에 학생들이 직접 심은 실내 식물인 테이블 야자수를 선물로 드려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 학부모학교 수료증과 테이블 야자수 수여
ⓒ 정일관
학부모는 그 자체로 학교의 소중한 힘입니다. 내적인 힘을 갖추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학부모라면 말입니다.

때때로 학부모학교를 열어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를 이끌어낸다고 학교에서 정성을 드리는데,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주는 것보다 도리어 학부모들에게서 받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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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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