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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한국사람하고 산 지 십 년 이상 되었는데 2년 전에 한국말을 공부하려고 한국에 왔습니다. 그 때에는 한국말을 인사밖에 못해서 좀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제 한국말은 점점 늘었지만 물론 제 외모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저는 프랑스에서 온 백인이거든요.

외할아버지는 스페인 분이시고 외할머니는 이탈리아 분이셔서 우리 부모님은 순수한 프랑스사람이 아닙니다.

20세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알제리, 폴란드 그 다음에 포르투갈, 모로코, 여러 아프리카 나라와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로 이민 왔습니다.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프랑스로 많은 사람이 이민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7~10%의 프랑스 인구가 다른 나라에서 이민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오래 전부터 프랑스 사람들은 외국사람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인간도 동물처럼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행동이나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낯선 상대방에게는 더 쉽게 좋지 않게 대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한국에서 살면서 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은 그래도 한국에서는 외국사람이 제일 많은 도시인데도 지금도 외국사람을 보면 아무 데서나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하고 괜히 무서워하기도 하고 괜히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외국사람이 아닌 척, 한국사람인 척하면서 살고 싶지만 그것은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 외모가 '외국인'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한국에 외국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는 알지만 그래도 가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 있습니다.

보통 지하철에 앉아 있을 때 제 옆에 빈 자리가 있으면 보통 한국사람들은 제 옆에 앉는 것보다는 서 있거나 다른 자리에 앉는 걸 훨씬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에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내 착각이 아닐까?' 아니면 '내가 무섭게 생겼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인터넷에서 한국에 왔다 갔던 한 프랑스 사회학자가 그 현상에 대해 쓴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학자는 그런 일은 한국에 있는 외국사람에게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까 자존심 상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기사를 읽고 너무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경험했던 일이 사실이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들이 인종차별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저는 그 때부터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습니다.

유럽 제국주의 때 유럽은 강해서 다른 나라한테 자기의 문화를 강요하고 많은 민족들도 무시하고 나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백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역사 때문에 보통 사람처럼 백인들만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했지만 제가 진짜 외국인이 되었을 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것은 알게 됐습니다.

'진짜로 외국인'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제가 지금 생각하면 네덜란드나 영국에서 살았을 때 실제로 그 나라 사람들이 저를 외국인처럼 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일본사람이나 중국사람이 한국에 오면 한국사람하고 외모가 비슷해서 외국사람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제 일상생활에 대한 예를 들으면 많은 (젊은) 한국사람들이 저를 보기만 하면 미국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영어로 '하이(Hi)'라고 합니다.

작년에 어떤 프랑스 친구의 부모님이 한국에 왔을 때 친구의 부모님에게 자주 한국사람들이 '하이'라고 했기 때문에 친구 아버지의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프랑스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데다가 상대방이 자기를 미국사람으로 생각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한국에 이민 온 사람이라면 인종차별주의를 더 심하게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1년 전에 인터넷에서 아주 안타까운 얘기를 읽었습니다. 한국에서 한국여자를 사귀던 한 흑인이 있었는데 그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반대하시고 상황이 좀 복잡했습니다.

어느 날 여자친구하고 처음으로 수영하러 갔는데 물론 수영장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봤지만 그것에 익숙해져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영장 안에 들어가자마자 거의 모든 수영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나와버렸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자기 때문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충격적인 경험이었는지를 저는 상상도 못합니다.

다른 예로 우리 집사람이 한국사람인데 유럽에서 살았을 때 자주 상대방한테 일본의 '곤니치와'라는 인사를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나서 상대방이 아내를 일본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릅니다.

스스로 자기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인종차별주의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외국인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은 계속 돈이 더 많은 나라가 될 거기 때문에 한국에 이민오고 싶어하는 외국사람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국사람이 침착하게 열린 마음과 생각으로 두려움 없이 외국인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관대한 눈으로 상대방을 봐야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사람으로서 외국사람에게 그냥 인사를 하고싶을 때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해서 제 이야기가 분명하지 않을 때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제 글을 고쳐준 여러 한국사람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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