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물가와 저임금, 거기에 13억 명이라는 잠재적 구매자를 가진 매력적인 시장 중국. 이어지는 경제불황과 해마다 증가하는 청년실업자 탓에 취직자리 찾기가 바늘구멍 만큼 좁아진 한국사회. 거기에서 눈을 돌려 소규모나마 중국과의 무역을 시도하거나 중국현지에서 장사를 시작해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병무가 만화로 알기 쉽게 풀어쓴 중국무역지침서 <중국 가서 10억 벌기>(당그래)는 앞서 언급한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듯하다. 이병무는 중국인의 생활습관과 기질에서부터 거래관계를 맺을 때 조심해야 할 점, 인간관계 확대를 위한 방법 등을 친절하게 조언한다. 그야말로 경제분야의 실용만화다.
책에는 중국을 오가는 배 위에서 선물한 한 자루의 볼펜이 나중에 클레임 걸린 물건을 하선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일화와 현지에서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구입해 고가에 팔려 했던 물건이 국내법(정보통신법)에 저촉돼 무역업자가 쫄딱 망했다는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고, 의리를 중시하는 중국인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중국 가서 10억 벌기>는 시장조사 방법에서부터 현지 공장부지 매입시 주의해야 할 점, 외상거래시 점검해야 할 사항까지 그림을 통해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무역이나 공장설립을 위해) 중국을 오가며 위기에 처했을 때 작은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남과 다른 방법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개인의 노력"이라고 부연했다. 이 책은 2004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우수만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기발한 발상에 웃다가 허리가 꺾어진다
- 메가쇼킹 만화가의 <애욕전선 이상없다>
지난 2000년 이후 <카툰불패> <감격 브라다쓰> 등의 인터넷 연재만화를 통해 네티즌들의 배꼽을 움켜쥐게 만든 메가쇼킹 만화가(본명 고필헌)가 '스포츠투데이'에 연재한 <애욕전선 이상없다>(애니북스)를 단행본으로 묶었다.
고필헌의 만화는 화풍에서부터 내용까지가 시쳇말로 '확 깬다'. 특히,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유치한 듯하면서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날카로움을 담은 대사는 그의 만화를 여타 작가들의 작품과 변별시킨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메가톤급 외로움이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오는구나!"
"마님의 몸은 막걸리에 적신 인삼 같아유~"
"싱겁기가 새댁이 끓인 콩나물국이구먼."
'말의 맛'을 아는 만화가를 만나는 기쁨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독특한 작가를 본다는 것은 한국 만화계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한 근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필헌의 만화는 독자들만이 아니라 동시대 동료만화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자극을 줄 듯하다.
세상 혹은, 사람 탓에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해 있거나, 웃음과 희망대신 짜증과 한숨을 반복하는 이들에게 특별히 권한다.
그들은 어떻게 만화를 만나 사랑했나
- 장상용의 <한국 대표만화가 18명의 감동적인 이야기>
일간스포츠 만화담당 기자인 장상용(32)이 만화가 18명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들었다. 그 결과 고우영과 신문수 등의 원로에서부터 양영순과 흥승우 등 비교적 젊은 작가까지 연령층을 총망라한 인터뷰 모음집이 만들어졌다. 이름하여 <한국 대표만화가 18명의 감동적인 이야기>(크림슨).
책은 좌절과 궁핍, 절망과 환멸을 거듭하던 만화가 지망생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만화로 일가(一家)를 이뤘는지를 미세하게 추적하고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이현세가 월북한 삼촌으로 인해 연좌제의 족쇄에 걸려 고민했다는 것과 <아기공룡 둘리>의 김수정이 어린 시절 시장에서 비닐우산을 팔았다는 얘기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역시 좋은 예술은 '고통'과 '가난'이 만드는 법인 모양이다.
아직도 많은 수의 사람들은 만화를 '그저 웃고 넘어가는' 예술장르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웃음 한 조각'을 만들어내기 위해 만화가들이 얼마나 숱한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지 알게 된다면 독자들의 태도도 달라지지 않을까? 장상용의 책은 이런 측면에서 독자들의 의식전환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