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포항의 발산마을은 산과 해변과 하늘이 잘 어울리는 조망을 가지고 있다.
포항의 발산마을은 산과 해변과 하늘이 잘 어울리는 조망을 가지고 있다. ⓒ 정헌종

'발산'을 찾은 날은 바람이 불었다. 산 모통이를 돌아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데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해묵은 어망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마을에 들어서니 바다는 짙푸른 하늘을 시샘이나 하는 듯 갈매기를 허공에 뿌리고 있었고 한적한 방파제는 출렁이는 파도만 부수고 있었다.

발산은 포항시 흥환리 북쪽, 포항시 대보면 대동배리 남쪽에 자리잡은 어촌마을이다. 마을의 전경은 봄이면 꽃과 향으로 어울리는 낮은 언덕배기와 청명한 바다와 하늘이 티없이 잘 교차해 있어 전망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발산이라는 지명이 말하듯이 봄이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골짜기 언덕배기 할 것 없이 꽃과 향기가 만발한다.

"봄에는 들꽃이, 7월엔 모감주 나무가 지천입니다. 모감주나무는 마을의 자랑이지요. 모감주나무가 천연기념물인 걸 알고 발산을 찾는 사람도 많습니다. 봄엔 꽃이 만발하고 여름엔 피서객들이 만발한 꽃처럼 보이지요. 덕분에 횟감도 팔고 해서 소득도 좋은 편이예요."

발산마을의 말린멸치는 품질 좋기로 유명하다. 멸치 말리는 아낙은 바람불고 햇볕드는 날이 멸치 말리기엔 최적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발산마을의 말린멸치는 품질 좋기로 유명하다. 멸치 말리는 아낙은 바람불고 햇볕드는 날이 멸치 말리기엔 최적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 정헌종

마을 한복판 너른 선창가 앞 뜰에는 아낙들이 멸치를 말리고 있었다. 발산은 굵고 싱싱한 멸치로도 유명하다. 갓 잡아 올린 멸치는 횟감으로도 그만이라 잘 아는 동네 주민이 있어 재수만 좋다면 멸치 회에 소주 한잔을 걸칠 수 있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밭농사와 벼농사를 짓는 농가도 있긴 하지만 주민의 7할은 멸치잡이와 고기를 잡습니다. 멸치를 주로 잡는데 대부분은 말려서 팔고 멸치 젓갈을 담가 먹기도 하고 더러는 시장에 내어 팔기도 하지요."

어른 손가락만한 멸치들이 녹색 그물 위에서 햇볕과 바람으로 건조되고 있었다. 멸치는 간질간질한 햇볕이 나는 날 콧구멍을 스치는 살랑살랑한 바람에 말려야 품질이 최상이고 간도 잘 배여서 맛이 좋다고 한다.

마을 이장인 김씨는 발산의 세 가지 유명한 것이 모감주나무와 마른 멸치 백년역사의 발산교회라고 말하였다.
마을 이장인 김씨는 발산의 세 가지 유명한 것이 모감주나무와 마른 멸치 백년역사의 발산교회라고 말하였다. ⓒ 정헌종

마을 이장인 김(52)씨는 발산에 유명한 것이 세 가지 있는데, 하나는 모감주나무고 또 하나는 품질 좋은 마른 멸치고 나머지 하나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발산교회라고 설명하였다.

"마을 주민의 80% 이상이 크리스챤입니다. 교회가 생길 때 마을의 지도층 되는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이 있었는데 그게 오늘에서는 이러게 깊은 역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미신 같은 게 많았습니다. 옛날에는 여자들은 재수 없다고 배에도 오를 수 없었지요. 그렇지만 교회 덕에 미신을 많이 깨우쳤죠. 지금은 부부지간에 멸치 잡이를 많이 나갑니다."

방파제엔 사람 하나 없이 바다 소리만 날리고 있었다. 바람은 더 거세진 듯 갈매기를 바라보는 눈길조차 오랫동안 머무는 걸 용납하지 않고 방해하고 있었다.

마을을 빠져 나오면 굵은 모래와 해송이 어우러진 해변이 마을을 조망하고 있다. 모래 해변을 끼고 바다 멀리 멍석처럼 깔려 있는 바위 평지는 언제나 낚시꾼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조용한 휴식처가 되어 주기도 한다.

발산의 주위에는 가족 나들이 객이 구경하고 쉴 곳이 많아 사람들이 부담없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발산의 주위에는 가족 나들이 객이 구경하고 쉴 곳이 많아 사람들이 부담없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 정헌종

발산은 호미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 가족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호미곳의 등대 박물관과 공원의 조경들을 둘러본 뒤에 발산에 들려 전망 좋은 방파제와 마을의 천연기념물인 모감주나무와 멸치 말리는 풍경을 둘러본 뒤 자연산 회에 약주 한잔 걸쳐 볼 만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