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논란과 관련, "92년 당시 수사지휘를 맡은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직접 성기고문에 가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을 '조국통일애국전선(조애전)' 조직에 가담시킨 것으로 알려진 양홍관씨는 13일 낮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정형근 의원을 "막대기를 가지고 제 성기 귀두를 친다든가 이런 식의 고문까지 자행했던 장본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앞서 양씨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하남신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도 "안기부에 들어가면 일단 옷을 벗기고, 성기고문까지 하고 손가락에 막대기를 끼우고 돌렸다"고 주장했다.
유기홍 "다른 사람 시켰대도 교사범"
정형근 "사실무근, 법적대응할 것"
'정형근 의원 성고문'설이 제기되자, 이날 오후 열린우리당도 당시 고문 기록이 담긴 <이른바 '남한조선당 사건' 자료집2> 일부를 공개하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93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제작한 이 자료집은 양씨 가족들이 접견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양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성기고문' 등의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있다.
이 자료집에 따르면, 당시 고문수사관은 92년 양씨를 고문하는 과정에서 성기를 비틀고 귀두를 치는 일명 '성기귀두뽑기' 고문을 이틀간 계속하며 "조선노동당원임을 시인하라"고 강요했다. 또한 당시 고문수사관들은 비녀꼽기, 손가락으로 눈 찌르기, 구타와 협박도 일삼았다고 한다.
당시 자료집에서 양씨는 "5∼6일 후에는 결국 자포자기 상태로 모든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때의 좌절과 패배감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라며 "'성기귀두뽑기' 고문을 당하는 순간은 육체적 통증도 느낄 수 없는 분노가 끌어올랐다"고 심경을 밝혔다.
양씨는 수사담당자에 대해 명시적으로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고, "수사관 중 주무자는 이름은 모르지만 별명이 '왈왈이' '멍멍이' '사장님'으로 불리고 인상착의는 1m 75cm, 몸무게 75kg 정도의 뚱뚱한 사람"이라고 진술했다.
자료집을 공개한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개 고문하는 사람은 정확하게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자료가 만들어진) 93년만 해도 정형근씨로부터 직접 고문 받았다고 밝히기에는 너무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설명하며 "저는 양홍관씨 주장이 맞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 의원은 "정 의원은 당시 수사차장보로 실질적 수사책임자였는데, 직접 때렸으면 실행범이고 다른 사람에게 시켰더라도 교사범이므로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밝히기 위해서라도 고문 관련 자료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이같은 양씨의 주장에 대해 정형근 의원은 "사실무근이며 대응할 가치도 없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정 의원은 지난 9일에도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정범구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김대중 정권이 나를 주욱 내사했는데, (고문이나 조작의) 의혹이 있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고문수사' 주장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양씨는 라디오 프로그램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형기를 받고 (정형근 의원을) 고소한 적이 있지만, 수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되면서 무혐의로 됐다"며 "장본인(정 의원)이 고문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와 공포로 요즘 며칠을 보내고 있다"고 현재의 심경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