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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정통부 장관(오른쪽)과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이 달리는 버스안에서 진행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오른쪽)과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이 달리는 버스안에서 진행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 정보통신부 제공
13일 오후 12시 30분, 대전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내 11연구동 앞.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 시제품을 탑재한 버스가 조심스럽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서는 이동전부터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 등 시연단이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 뉴스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과연 버스가 움직이는데도 인터넷 연결이 끊기지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잠시.

시연 버스는 곧 시속 20㎞에 도달했지만 재생 중이던 뉴스 방송은 정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청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마치 집안 PC로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것처럼 인터넷 방송은 끊김없이 재생됐다.

실시간 방송의 화질과 전송 속도도 기존의 유선 인터넷이나 고정식 무선인터넷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버스를 계속 이동시키면서 이번에는 실시간 방송과 함께 또 다른 영상물을 동시에 시청해 보기로 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영화 매트릭스를 재생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이번에도 방송과 영화 두개 모두를 동시에 시청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달리는 버스안에서도 와이브로 시제품의 최고 전송속도는 1.7Mbps에 평균 전송속도도 1Mbps 이상을 유지했다. 이 정도면 현재의 유무선 초고속 인터넷에 견주어 절대 밀리지 않을 정도의 빠른 전송 속도다. 다만 기지국에서 멀어지자 전송속도가 떨어지면서 약간의 끊김 현상이 발생하긴 했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기지국과 버스의 위치사이에 높은 건물이 놓여있는 지형적인 문제라는게 ETRI 관계자의 설명이다.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시제품 시연회 대성공

이동 중에도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시제품 시연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비록 이날 시연회에서는 시스템 최적화와 안정화 작업을 많이 하지 못해 이동 속도를 20㎞에 한정시켰지만, 이동 중에도 무선 인터넷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만은 확실하게 보여줬다.

내년 말 제품이 설계대로 상용화되면 시속 60㎞로 달리는 동안에도 1Mbps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를 대량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와이브로 시제품이 완성된 것은 지난달 27일. 기술개발에 들어간지 2년만이었다. ETRI 이동통신연구단은 이날 시제품 와이브로 기지국과 단말기를 이용하여 상·하향 무선인터넷 접속에 최소로 성공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도 자체 개발한 와이브로 기지국에 단말기를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초고속 무선 인터넷을 이동 중에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세상의 빛을 본 순간이었다.

이번 기술 개발은 ETRI, 삼성전자의 주도로 이뤄졌다. 현재 ETRI는 80여명, 삼성전자는 350명의 연구인력을 투입해 시제품 개발을 마친데 이어 내년 말 상용제품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총 연구비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39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소요 재원은 삼성전자가 270억원, KT, KTF, SKT, 하나로텔레콤 등 4개 통신사업자가 120억원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당초계획보다 많은 연구비가 필요해지자 추가로 30억원을 출연해 ETRI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휴대인터넷은 우리가 세계 표준 주도

이번 기술 개발 성공은 그동안 미국의 퀄컴 등 해외업체에 의존해 왔던 이동통신 핵심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와이브로는 또 현재 세계 각국들이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4세대 이동통신(전송속도 정지시 1Gbps, 이동중 100Mbps)의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CDMA 세계 최초 상용화에 이은 또 하나의 신화창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이동통신분야는 이미 다른 나라가 선점한 세계표준에 맞춰 장비를 개발해 왔지만, 와이브로는 우리가 핵심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세계표준을 주도하면서 장비 및 단말기를 개발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업체에 로열티를 주지 않아도 돼 국내 통신 산업의 선순환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주환 ETRI 원장은 "와이브로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기술을 개발해 시작하는 서비스로 세계 표준을 주도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진대제 장관은 "이번 와이브로 시제품 개발은 CDMA 상용화 이후 우리가 거둔 최대의 쾌거"라며 "이 기술을 세계적으로 상용화 해 국민 소득 2만달러 시대의 먹거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도 "와이브로 기술을 기반으로 전송속도가 정지시에는 1Gbps, 이동중에는 100Mbps를 구현하는 4세대 이동통신 핵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효과 2010년까지 6조원 넘을 듯

경제적 파급 효과도 국내 망 구축 투자 3조원 등 2010년까지 장비 및 단말기 매출만 해도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현재 서류가방 크기인 모뎀을 내년 말까지 노트북이나 PDA에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크기로 만드는 것이다. 또 카드에서 더 나아가 노트북 휴대폰 등 다양한 단말기에 와이브로 기능을 내장할 수 있도록 단일 칩으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연구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2005년말까지 상용제품을 개발할 계획으로 2006년 시작될 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3개 통신 사업자의 와이브로 상용서비스 준비에도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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