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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뽀뽀는 딱 한번만!> 겉그림.
<엄마 뽀뽀는 딱 한번만!> 겉그림. ⓒ 비룡소
어른들의 시각에서 청개구리같이 말을 듣지 않고 사고만 치는 아이들은 흔히들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여기 토미 웅거러의 <엄마 뽀뽀는 딱 한번만!>에도 문제아 한 명이 있다. 아니, 한 고양이가 있다.

엄마인 비단결 여사의 속을 썩이는 아들 발톱이는 사고치기 선수다. 시계 모조리 분해해놓기, 선생님 가방 속에 산 거미 넣어두기, 여자애들 목덜미에 강력 풀 들이붓기, 약장 속에 누룩뱀 집어넣기 등등 어디를 가나 사고를 치는 통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런 발톱이는 고민이 딱 한 가지 있다. 엄마가 자신을 아기 취급하면서 뽀뽀를 하는 것이 발톱이의 최대고민이다.

"아침에 뽀뽀, 저녁에 뽀뽀, 고맙다고 뽀뽀, 미안하다고 뽀뽀, 뽀뽀해달라고 뽀뽀, 여름 뽀뽀, 겨울 뽀뽀, 미끌미끌 뽀뽀, 끈적끈적 뽀뽀, 질척질척 뽀뽀"

발톱이는 결국 길거리에서 엄마에게 큰 소리로 "뽀뽀가 정말 싫단 말이야!"를 외치게 된다. 엄마의 과잉 보호에 대한 발톱이의 최후 통첩.

엄마는 난생 처음 발톱이를 때리고는 눈물을 글썽인다. 그 뒤로 엄마와 아들의 냉전은 지속된다. 냉전의 기간 동안 발톱이는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결국 자신이 아끼던 냄새 폭탄 두 개와 초고속 새총, 딱총 한 묶음을 친구들한테 팔고 그 돈으로 노란 장미를 사서 엄마에게 선물한다.

"어머, 이렇게 고울 수가. 이거 나한테 주는 거니?"
"응. 고맙다고 뽀뽀만 안하면요."
"네가 정 바란다면, 엄마가 한번 노력해 볼게."


대도시에 가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학원에 갈 때도 엄마가 바로 학원 앞까지 차를 태워 보내는 바람에 정작 코 앞의 길도 찾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워낙 요즘 세상이 험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엄마의 과잉보호가 아이들을 '온실 속의 화초'로 키우면서 사회에 나와서 작은 시련 하나 견디지 못하고 자기 인생을 포기해 버리는 유약한 인간으로 만드는 계기가 된다.

물론 아이들이 호기심에 이리저리 사고도 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에게 "너 이렇게 하지 마. 다음부터 이러면 혼날 줄 알아"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그냥 감싸주기만 한다면 아이들은 비뚤게 클 수밖에 없다.

어린이도서관에 오는 아이들도 개구쟁이 3-4학년 남자아이들이 많은데, 불러다 앉혀놓고 "우리 진규, 원래 안 그러잖아. 뭐 때문에 그런거였니?"하고 먼저 말을 들어줄 자세를 취하면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말문을 열고는 자신들의 이유 있는 항변을 늘어놓는다.

걔 중에는 수긍할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들을 요목 조목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게끔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 관계의 문턱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을 마냥 어린애 취급하며 행동하게 된다면 어느새 아이들은 자신의 진실한 속내를 감추게 된다.

진심으로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이 무조건적으로 퍼주는 사랑보다 더 현명한 엄마의 자세가 아닐까?

엄마 뽀뽀는 딱 한번만!

토미 웅거러 글.그림, 조은수 옮김, 비룡소(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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