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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이 맞붙은 두루넷 인수전에서 하나로텔레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LG그룹 통신사업은 전반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이 맞붙은 두루넷 인수전에서 하나로텔레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LG그룹 통신사업은 전반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국내 3위 초고속인터넷업체인 두루넷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로텔레콤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 구조조정의 최대 현안이었던 두루넷 매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통신 시장구도에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로텔레콤은 4900억원, 데이콤은 4500억원 수준의 입찰금액을 각각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매각 절차를 보면,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로텔레콤이 5%를 이행보증금으로 납입하면 2주 가량 실사가 이뤄진 뒤 내년 1월 13일께 본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두루넷 매각측과 하나로텔레콤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이콤-메릴린치 컨소시엄에 기회가 넘어가게 된다.

초고속인터넷 시장 'KT-하나로' 2강 체제로

하나로텔레콤이 두루넷을 최종 인수할 경우 우선 초고속인터넷 인터넷 시장이 KT와 하나로텔레콤의 양강체제로 재편되는 한편 데이콤·파워콤·LG텔레콤 등 LG 통신 3사의 사업전략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KT가 가입자 600만5000명으로 시장점유율 51%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하나로텔레콤이 가입자 278만6000명에 시장점유율이 23%이지만, 두루넷 가입자 129만명을 흡수하게 될 경우 점유율은 단번에 34%로 높아지게 된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의 확고한 양강구도가 형성되는 것.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KT와의 확고한 양강체제 구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할 수 있어 사업경쟁력과 수익성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데이콤 가입자는 19만3000명으로 시장점유율이 1.6%에 불과하다. 때문에 데이콤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 시장을 3개 사업자 구도로 가져가기위한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두루넷이 꼭 필요했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이 더 많은 입찰 금액을 써내면서 데이콤의 두루넷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 간 셈이 됐고,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사업권까지 포기하면서 두루넷 인수에 '올인' 한 데이콤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데이콤은 향후 두루넷 인수를 위해 마련한 자금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확충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2강체제로 재편된 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가입자를 확충하려면 경쟁사 가입자를 빼와야 하는데, 가입자 규모가 큰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인터넷 전화 등 통합서비스 제공 및 비용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데이콤의 두루넷 인수 실패가 미치는 영향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LG그룹의 통신사업 전반에까지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그룹 통신3사 전략 수정 불가피

데이콤은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고 국제전화 사업에서도 군소 사업자들의 난립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망임대 사업을 하고 있는 파워콤 역시 두루넷 인수 실패로 개인 가입자 시장(소매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또 파워콤은 매출의 25%이상을 하나로텔레콤과 두루넷에 망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채운다. 이에 따라 하나로텔레콤이 두루넷을 인수하게 되면 파워콤은 매출에 있어 하나로텔레콤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만약 가입자 확대에 따른 투자 효율성을 앞세워 하나로텔레콤이 자체 망을 늘려간다면 파워콤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때문에 개인 가입자가 없는 파워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되고, 하나로텔레콤이 이 약점을 지렛대 삼아 파워콤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LG텔레콤도 올해 가입자 600만명을 넘어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자사 가입자에게도 번호이동의 문호가 개방되기 때문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LG통신 3사가 두루넷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를 포기했기 때문에 차세대 서비스에 있어서도 와이브로 서비스를 준비중인 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LG그룹은 통신사업 전반에 걸친 재검토와 전략 수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2000년 IMT-2000 사업자 선정 실패, 2003년 하나로텔레콤 인수 실패에 이어 이번 두루넷 인수 실패까지, '통신 3강'이라는 LG그룹의 꿈이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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