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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인 2000년 이산가족 상봉 자리에 선 통일(케빈 몽크), 민주(콜린 스미스 월만), 연희(마리아 브로더), 하나(위니프레드 해링턴).
ⓒ L. Lerner

한국의 극작가이자 감독인 김영순씨는 부시 미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사용하는 용어에 불만이 많다. "부시의 악의 축 운운은 한국의 통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들, 특히 나이가 많은 세대들은 이미 북한을 악의 세력으로, 원수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통일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다."

조국 통일에 대한 열정으로 김 감독은 탄탄하고 격정적인 연극 '사랑의 약속'을 집필했고 얼마 전 브로드웨이 무대에 2주간 그의 연극을 소개했다. 작품과 이를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한 그녀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그녀의 의지와 이상을 잘 보여준다. 김 감독은 3개월 만에 스스로의 힘으로 2만불을 모았고 적당한 장소를 찾기 전까지 30 군데가 넘는 극장을 방문했다.

"사람들은 나더러 미쳤다고 하지만, 나는 이것을 해야만 한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한반도 통일 문제가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브로드웨이 근처의 무대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라며 "내 조국을 사랑한다.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사랑의 약속'으로 인해,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수정될지는 의문이지만, 50년간의 교착 상태로 인해 사람들이 치르고 있는 대가에 대한 스토리는 많은 뉴욕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연극 대사의 많은 부분은 역사적인 2000년 이산가족 상봉에 선택된 한 이산가족에 관한 것이다. 과거와 미래, 한국과 북한을 넘나들며, 민주(콜린 스미스 월만 분)와 한결(가브리엘 오티즈분)의 아름다운 연애시절과 전쟁으로 인한 이별, 가족의 2000년 상봉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일들을 되짚어 나간다.

한국 전쟁 발발 당시, 같은 동포에게 총을 겨누지 않겠다는 평화주의자 한결은 전쟁이 발발하자 그의 아내와 젖먹이 아들, 통일(케빈 몽크)을 먼저 남으로 피난 보내며, 자신은 병들고 늙은 어머니를 만난 뒤 일주일 후에 그들과 합류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들은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

50년 후, 이산가족 상봉의 자리에서 한결은 민주, 통일과 며느리 연희 (마리아 브로더 분), 손녀 하나 (위니프레드 해링턴 분)와 부둥켜 앉으며 격한 감정을 느낀다. 비선형 이야기구조를 바탕으로 소개되는 장면 여기 저기에서, 고뇌와 희망, 분노와 결코 돌아오지 않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 밥상에 항상 올려지는 밥그릇으로 밖에 경험하지 못한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그리움 등 주인공들 감정의 동요가 잘 묘사되고 있다.

극을 통해, 김감독은 주인공들의 개인적인 고통을 성 정체성, 계급 의식, 지정학, 냉전, 내전 및 정치적 소외 등 더욱 큰 문제로 이끌어나간다.

민주 역할의 콜린 스미스 월만은, 여학생 시절부터 노년의 집안 어른에 이르기까지 50년에 걸친 주인공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그녀의 공로는 특히 마지막 2회 기간 동안 병으로 출연할 수 없었던 동료 스테파니 시어리를 위해 나선 것에서도 더욱 빛을 발한다.

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관객과 출연진들 사이에서도 결실을 맺었다. 한결의 대학 친구 인석을 연기한 제레미 라이언 브라운은 "콜린에게 경의를 표한다. 어제 6시 15분에 처음 대본을 받고 8시에 무대에 올랐는데, 훌륭히 해냈다. 오늘 연기는 이전보다 더 발전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기자 교체로 인해 극의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스미스 월만이 대사를 하는 동안의 안무, 의상 교체 및 무대 배경 교체 등 원래 계획이 많이 취소되었다. 이러한 수정으로 인해 대본 자체에 중심이 실리고, 비교적 우수한 연기력과 나머지 장면에서 예정된 간략한 스케치 등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스미스 월만은 전체 극 흐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었으며, 그간 리허설에 계속 참석해 온 듯, 적절한 톤과 대사 타이밍,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보여주었다.

▲ 좌로부터: 한때 가장 가까웠던 친구, 인석(제레미 라이언 브라운)이 한국 전쟁을 위해 싸우기 꺼리는 한결(가브리엘 오티즈)을 비난한다.
ⓒ L. Lerner
한결과 인석으로 분한 오티즈와 브라운은 민주와 한결이 연애시절에 이르기 전의 초기 장면에서, 그들의 삶과 한반도 전체에 어두운 구름이 뒤덮이기 전 밝은 웃음과 기지가 넘쳐나던 남학생간의 우정을 매끄럽게 보여주었다.

몽크, 브로도 및 해링턴은 민주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내었다. 몽크 또한 극의 프로듀서로서, 감독이 이끌어내고자 하는 바를 무대에 실현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김 감독은 한국인의 역할에 비한국인을 캐스팅하는 모험을 감행했는데, 이는 배경, 주제, 대사의 강도 등을 생각해볼 때, 이해할 수 없는 결정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부조화는 대부분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복되었고, 일부 장면에서는 괴리감으로 인해 극의 강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러한 결정에는 이유가 있음을 말한다. "나는 한국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보편적인 얘기, 미 제국과 세계에 끼치는 미국의 영향 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라며 "만약 한국 배우를 캐스팅 했다면 일반 대중들은 극 중 인물과 동화되지 못하고 남의 일로 생각해 버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우 위니프레드 해링톤도 같은 의견이다. "우리가 배역을 연기하므로 인해, 관객들이 느끼는 문화적 차이를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백인으로써, 한국인이 느끼는 것을 완벽히 이해할 순 없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감정은 다들 공감할 수 있다."

상연 기간 동안 관객은 한국계, 비한국계 반반이었다. 연출진들은, 비한국계 관객의 의식을 고취하고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의 상황을 이해 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 좌로부터: 민주 (콜린 스미스 월만), 손녀 하나 (위니프레드 해링턴)가 '사랑의 약속'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L. Lerner
브라운은 "극이 끝난 후, 한국계와 비한국계 관객들이 벌이는 토론을 보며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관객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바로 이것이다. 이것을 위해 연극을 올렸다'. 한반도 대립과 통일 문제는 미국 역사에서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미국에 있는 사람들은, 긴 세월에 걸쳐 한국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미국 관객들을 대상으로 상연된 한국인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연극, '사랑의 약속'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한반도의 반세기가 넘는 분단과 아이러니에 대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를 극 후반부에 효과적으로 전하는 이는 해링턴의 극 중 인물인 하나이다. 그녀는 말한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한 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는데, 수십만 리 떨어진 것 같아."

김영순 감독은 대부분 정치적 은유를 내포한 신상의 이야기를 써나가면서, 드라마, 개인의 신상 이야기, 그녀 작품의 핵심인 정치적 변화에 대한 갈망은 서로 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드라마는 사람과 정책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대배우들과 이 작품을 브로드웨이에 올리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은 관객들이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 얘기하게 되길 바란다. 비록 정치와 역사가 중요하더라도, 세상을 변화시키기를 원한다면, 진실된 사랑과 친절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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