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 단식하시는 분들을 보니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가능한 하루 단식이라도 참가할 생각입니다."
17일 오후 문화예술인들의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 선언에 참여 차 여의도 국회 앞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정지영 감독의 말이다.
<남부군>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의 영화로 유명한 정 감독은 "국가보안법 폐지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그 이유를 말하는 건 의미가 없을 정도"라고 지적한 뒤, 이렇게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결사 반대하니까,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대체 입법 얘기도 하는데, 이건 인권과 민주주의로 흥정을 하겠다는 논리입니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타협 대상이 아닙니다. 도대체 납득이 안갑니다. 어떻게 그걸 절충하고 타협하려 하는지…."
정 감독은 또 "80년대 검열시대에 영화를 시작했다"며 "당시 민주인사들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검거되고 투옥되는 상황이라, 스스로 표현을 자제해야만 했던 것이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정 감독의 근황과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생각들을 들어봤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너무나 당연한 일"
- 오늘 단식 농성에 참여하시는 건가요?
"지금 바로 직접 단식에 참여하지는 못해도 그 뜻이 옳다고 생각해서 참가했습니다. 이곳에 와 단식하시는 분들을 보니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가능한 하루 단식이라도 참가할 생각입니다."
- 혹시 <남부군> 등의 작품으로 국가보안법의 피해를 받은 경우가 있는지요?
"제가 80년대 검열시대에 영화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민주인사들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검거되고 투옥되는 상황이었는데요. 사실 저 스스로도 표현을 자제해야 했던 것이 부끄럽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통당했습니다. 그 분들에 비하면 전 국보법 때문에 직접 피해를 본 적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국가보안법 폐지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그 이유를 말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인데요."
"인권과 민주주의는 타협 대상이 아닙니다"
- 그냥 평소 생각을 말씀해 주시죠.
"국가보안법이 국민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도 마음에 피해를 봤다고 봅니다. 국가보안법으로 억압해 이득을 본 건 소수의 정치권 밖에 없습니다. 또 국가보안법이 국가 안보에 도움을 준 게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이 결사 반대하니까,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대체 입법 얘기도 하는데, 이건 인권과 민주주의로 흥정을 하겠다는 논리입니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타협 대상이 아닙니다. 도대체 납득이 안갑니다. 어떻게 그걸 절충하고 타협하려 하는지…."
- 요즘 근황은 어떻습니까? <아리랑>이란 작품을 준비 중이란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요?
"예, 아직도 못 끝냈습니다. 지금도 시나리오를 쓰느라 정신없이 바쁩니다. 시나리오가 끝나면 내년에 바로 촬영 들어갈 생각입니다. 개봉은 2006년에나 할 수 있을 겁니다."
"제대로 홍보한다면 절대 다수가 폐지 찬성할 것"
- 원작인 님 웨일즈의 책 <아리랑>은 사회주의 혁명가 김산의 삶을 그렸다고 공안기관에 의해 '이적표현물' 판정을 받기도 했는데요?
"전 국가보안법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설령 저촉이 되는 게 있더라도 무시할 생각합니다."
-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꼭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여론 조사에서 국보법 폐지 반대가 많다고 나타나는데, 그건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보법이 있는 경우와 없을 경우를 비교해 가며 제대로 홍보한다면 절대 다수가 폐지에 찬성할 겁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국민들 대다수가 피해를 입고 있거든요. 그걸 알려야지요. 오늘을 계기로 문화예술인들도 직접적 실천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