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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12월 8일
영남일보 12월 8일 ⓒ 영남일보
또 김 의원은 "합의된 개정안은 불행히도 구법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준다고 비판받았던 조항들과 조사활동을 사전 위축시키려는 독소조항, 그리고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조항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법사위 법안 심사에서 원안대로 복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천여 개의 과거사 관련 단체 등이 총망라된 '올바른과거청산을위한범국민위원회'(범국민위, 상임대표 강민조 등)는 지난 13일 보도자료 '친일진상규명법 손만 대면 개악'을 통해 수정안은 "독소 조항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시민사회의 조사권 강화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도로 누더기 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또 범국민위는 "지위범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조사대상자의 반민족행위 혐의를 입증해야 할 엄청난 부담을 위원회가 떠안게 되었다"며 "이렇게 되면 직위의 고하와 직무의 반민족성에 관계없이 증거주의 논란이 일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법안의 핵심이라 할 반민족행위자 선정 부분을 삭제한 점을 지적"하며 "반민족행위자를 반민족행위(수정안제2조)로, 위원회의 업무 조항(수정안제4조)에서 반민족행위자 선정을 반민족행위 결정으로 바꿈으로써, 해방된 지 60여년만에 만들어지는 진상규명법이 명예형에 해당하는 최소한의 징벌적 조치마저 배제되고 허울만 남은 법으로 또다시 전락하게 되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덧붙여 "한나라당은 법안을 무력화하기에 급급하였"고 "열린우리당은 이에 굴복하여 입법 취지를 크게 훼손하였다"며 여·야 정치권을 모두 비판했다.

<영남일보>, '친일법' 여야절충 일등공신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

<영남일보>는 지난 8일(5면3단) '우리당 깃대 든 친일법 개정안 대부분 한나라 뜻대로'란 연합뉴스 기사에서 "여·야가…이른바 4대 입법 가운데 합의를 이뤄내기는 친일진상규명법이 처음이다"라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하지만 수정법안의 문제점은 지적하지 못했고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열린우리당이…한나라당의 의견을 수용함으로써 합의에 이르게 됐다"며 여야의 합의에 더 무게를 두었다.

영남일보 12월 14일
영남일보 12월 14일 ⓒ 영남일보
그런데 '합의'에 무게를 둔 이런 보도 태도는 14일(4면3단) '친일법 與野절충 일등공신'이란 조금은 황당한 기사로 이어진다.

<영남일보>는 이 기사에서 "국회 행정자치위 소속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대구북갑)은…친일청산의 기준이 될 이 법안을 이끌어내기까지 절충안을 내고, 타협안을 제시하면서 여·야 간 논란의 간극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반(反)인권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며 "진상규명위의 권한을 제한한 것"을 예로 들고 있다. 하지만 진상규명위의 권한이 축소되었다는 시민연대와 김희선 의원 측 주장과는 상충되는 평가이다.

그리고 "초선인 그가 이처럼 훌륭한 협상자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변호사 출신이면서 3선 구청장을 지낸 이력이 뒷받침됐다"며 "법과 행정이 전공분야인 만큼 자신감이 있었고, 그 결과 초선으로서의 한계를 넘을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합의만 하면 좋다는 식'이 아니라면 이런 평가는 과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기준에서 본다면 모를까 올바른 친일청산을 바라고 있는 국민의 기준과는 동떨어진 평가라 할 수 있다.

게다가 16대 국회에서는 물론이고 17대 국회에서도 친일규명법안 처리에 반대한 당이 한나라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등공신' 같은 보도는 지역의원의 홍보에 지면을 할애하는 지역신문의 잘못된 애향심의 발로로 밖에 볼 수 없다.

<매일신문>, "친일 규명이 급한가"

매일신문 12월 9일 사설
매일신문 12월 9일 사설 ⓒ 매일신문
그런데 <매일신문>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친일규명법 개정안의 행자위 통과에 대한 기사는 전혀 싣지 않았다. 어떻게 개정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면서도 9일치 사설 '民生파탄에 親日 규명이 급한가'에서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소한 사실관계는 보도를 한 뒤, 자사의 주장을 펼쳐도 펼쳐야 할 것이 아닌가. 사실 관계를 알고 싶은 사람은 다른 매체를 이용하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매일신문>은 위 사설에서 친일법 개정안이 국회 행자위를 통과한 것을 두고 "도대체 이 정권이 진정한 민심의 소재를 알고나 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다"며 그 이유로 "지금 우리 경제는 거의 파탄지경에 이르러 국민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허덕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친일 행위를 규명하는 게 그리도 급한 일인지, 정부 여당 스스로도 지각이 있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며 정부와 여당을 비난했다.

애초 친일규명법을 누더기로 만들었고 개정안에도 반대했으며, 마지못해 응한 개정안 협상에서도 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 4년여 동안 '친일 규명 조사'에 들어간다면 이 나라는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게 불 보듯 뻔하"고 "그 후유증은 한 마디로 광풍(狂風)이 될 것이다"며 "따라서 이 법이 확정되더라도 조사 자체를 일정 기간 유보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매일신문>이 걱정하는 '친일규명=사회혼란'이란 등식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1947년7월2일 남조선과도입법의원에서 제정한 '친일파 숙청법'(결국 미군정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했다)에 반대했던 입법의원 양제박은 "지나친 제재는 혼란을 야기하여 건국에 큰 방해가 될 것이니 감정에 흐르는 처단론은 금물"이라며 일찍이 '사회혼란론'을 선동한 바 있다.

또 어려운 경제 때문에 친일규명을 미루어야 한다는 <매일신문>의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다. 그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호시절일 때 결단코 친일규명을 주장한 바 없다. 그뿐인가. 우리는 너무나 오래 기다려 오지 않았는가. 60년이 모자라서 더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친일규명을 하지 말자는 또 다른 논리일 뿐이다.

전국적 차원에서…주도적으로…적극 협력한 친일행위?

1949년 1월21일 <경향신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반민 피의자의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도 친일 행위에 대한 물증 문제로 상당수가 석방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 반민특위에 검거된 친일파 김아무개씨는 만주국 총영사로 임명된 것도 자신은 거부했으나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한 것이며, 중추원 참의가 된 것도 자신은 모르는 사이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친일반민족 행위 사실을 부정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행자위에서 통과된 '친일규명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친일규명위원회'는 위와 같이 50여 년 전에도 밝히기 쉽지 않았던 '구체적이고 명확한 친일행위 그 자체'를 밝혀내야 하는 참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개정안'의 곳곳에 "전국적, 주도적, 적극 협력한 친일행위"란 단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해방 60년이다. 하지만 우리는 친일파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한 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친일규명법 개정안',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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