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법사위 회의장 점거가 13일째를 맞은 가운데, 20일 오후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과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이 국보법 폐지안 등 개혁입법 연내 처리를 요구하며 각각 농성에 들어갔다.
강혜숙·우원식·유시민·정청래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오후 4시30분 국회 본관 제4회의장(145호실)에서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는 '240시간 연속 의원총회' 방식으로 농성을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농성에 앞서 이날 오후 3시께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속의총은 국보법 폐지를 위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이를 통해 김원기 국회의장에게도 국보법 폐지안 직권 상정의 명분을 드릴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과반수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소수의 '불법 점거' 세력 때문에 통과되지 못한다면 국회 스스로 입법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당 지도부에게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이들은 국보법 연내 처리 이외의 대안을 묻는 기자들에게도 "(아직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입법권을 포기할 생각이 결코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연속의총은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된 뒤 열린우리당 의원 20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임시 의총을 열고 이후 대응을 논의한 결과다. 우원식 의원은 "현재는 20여명의 의원들에 불과하지만, 보다 많은 의원들이 대열에 동참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마지막 제안이다, 손잡고 개혁 나서자"
한편 이날 오후 3시 열린우리당 농성장 맞은편인 국회 본관 제3회의장(145호)에서는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야합저지와 개혁관철'을 내걸고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의 농성은 여야 협상이 진행되는 24시간동안 열린우리당에 국가보안법 폐지 연내처리를 비롯한 개혁과제 처리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일단 하루동안 상임위 일정 등 다른 의정활동을 잠시 접고 농성에 참여한 뒤, 이후 두 당의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 대응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열린우리당에 마지막으로 간곡하게 제안한다"며 "한나라당과의 야합시도를 중단하고 즉각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개혁과제를 연내에 관철하자"고 호소했다.
천 의원단대표는 "한나라당과 국보법을 합의처리하겠다는 발상은 사실상 개혁파괴행위의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야합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열린우리당을 반개혁·국민기만세력으로 낙인찍고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노회찬 의원 역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타협해서 만드는 국가보안법은 섣부르게 독소조항을 남겨둘 가능성이 많다"며 "그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그냥 두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에 이어 민주노동당이 농성에 들어감에 따라 원내 3당 의원들이 모두 국회에서 농성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단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은 당리당략을 위한 범법행위를 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지도부와 의장단 압박용 농성을 하는 반면, 민주노동당은 국회정상화를 위한 농성을 한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