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권위원회(아래 불교인권위, 공동대표 진관스님, 지원스님)가 주최한 제10회 불교인권상을 정수일씨(전 단국대 교수)와 군대에서 의문사한 고 허원근씨(아버지 허영춘씨가 대신 수상)가 수상했다.
22일 오후 조계사 대웅전에서 불교인권위 창립 15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열린 이날 시상식에는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와 민가협 임기란 고문 등 각계인사 80여명이 참석했다.
시상식 인사말을 맡은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한상범 위원장은 "뜻 깊은 귀한 상을 받으시는 두 분께 축하 말씀드린다"며 "암울했던 시절 먼저 간 청년들, 한창 일할 나이에 돌아가신 분들, 이름 없는 분들의 덕택에 오늘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사회부장 지원 스님이 대독한 치사를 통해 "정수일 선생과 고 허원근 군에게 위로와 왕생의 뜻을 전한다"며 "인권은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이자 민주사회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말했다.
법장 스님은 또 "15년간 묵묵히 일해 온 불교인권위는 사회의 등불 역할을 더욱 정진해 달라"고 당부한 뒤, "정수일 선생은 뜨거운 민족애를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역할을 하길 기원하며, 고 허원근 군은 용서와 화해의 상징으로 길이길이 기억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홍근수 상임대표는 "정수일 교수님은 깐수라고 알려진 간첩으로 통했던 사람"이라며 "불교인권위가 우리 사회가 상을 줄 수 없는 분들을 찾아 상을 주는 일을 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근수 상임대표는 "우리 사회에선 민족운동과 민주운동이 좌경용공과 빨갱이로 비방받고 있는데, 이런 일을 하신 분들의 희생으로 민족의 평화와 세계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며 "비방에 구애받지 말고 간첩이 되건, 빨갱이가 되건 용기 있게 일하자"고 역설했다.
이어 정수일씨와 고 허원근씨를 대신한 허영춘씨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상을 수상한 정수일씨는 "우리 겨레는 반백년이 넘도록 갈라짐이란 아픔을 겪고 있고, 저 또한 분단 비극의 체험자로서, 그 쓰라림을 사무치게 절감했다"며 "더 이상 갈라짐이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일씨는 또 "이 시상은 반인권의 행태를 고발하는 자리이자, 이 시대 겨레가 요구하는 학문을 해야겠다는 깨우침을 준다"며 "70이 넘은 나이이지만 더 잘 하라는 격려로 알고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문사한 아들 대신 상을 받은 허영춘씨(의문사진상규명을위한유가족대책위 위원장)는 "부끄럽다"고 말문을 연 뒤, "아들이 죽게 된 원인은 부모들이 잘못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기에, 그 잘못을 깨닫고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자식대신 상을 받는 회한을 털어놨다.
허영춘씨는 "지금도 많은 자식들이 죽어가고 있고 진상규명을 요구해 21구의 사체가 냉동실에 있는 상황"이라며 "여러분들과 함께 좋은 나라 만드는 데 동참하겠고, 아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비가 되겠다"고 엄숙히 다짐했다.
불교인권상은 지난 1992년 처음 제정돼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의 인권 보호와 권인 신장을 위해 노력한 사람(단체)에 시상을 해왔다. 그 동안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씨(1992년, 제1회)를 시작으로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제4회, 1995년), 리비아 국가원수 카다피와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제9회, 2003년) 등이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