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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기자는 칼바람 국회 앞 농성장엔 어울리지 않는 단정한 옷차림으로 보는 사람조차 추위를 느끼게 했다.
김진희 기자는 칼바람 국회 앞 농성장엔 어울리지 않는 단정한 옷차림으로 보는 사람조차 추위를 느끼게 했다. ⓒ 이민우
'국보법폐지 1천인 단식농성단'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오마이뉴스>는 23일 오후 2시께부터 약 1시간여 동안 '끝장 단식' 19일째인 여의도 국회앞 단식농성단을 특별중계했다.

이날 중계는 애초 오후 1시에 생중계로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부터 계속된 갑작스런 서버 이상으로 1시간 가량 늦게 시작돼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오마이뉴스> 관계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젊은 처녀가 옷을 춥게도 입었네, 따뜻하게 좀 입지"

특별중계 진행을 맡은 김진희 기자는 칼바람으로 유명한 국회 앞 농성장엔 어울리지 않는 단정한 옷차림으로 보는 사람조차 추위를 느끼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 기자는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있는 이곳 여의도 국민은행 앞 단식농성 천막농성장 앞은 지금 바람도 불고 상당히 춥습니다."

이 얘길 들은 민가협의 한 어머니가 혼잣말을 했다.

"젊은 처녀가 옷을 춥게도 입었네. 좀 따뜻하게 좀 입지 그랬어."

김 기자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는 단식농성자 중에서 우선 18일째 단식농성 중인 황임봉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 여성의 돌발 욕설 "이 빨갱이 XX들아, 나가 죽어라."

황임봉씨는 "단식 4일째 혈압이 떨어져 링거를 맞기도 했고, 서울추위가 심해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기도 했다"고 힘든 점을 얘기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이 끝나는 날까지 체력이 되는 한 단식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 50대 여성이 "저 빨갱이들을 빨리 국가보안법으로 잡아 처넣지 않고 뭐하는 거냐고"라며 거세게 항의했으나 경찰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50대 여성이 "저 빨갱이들을 빨리 국가보안법으로 잡아 처넣지 않고 뭐하는 거냐고"라며 거세게 항의했으나 경찰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이민우
그런데 황임봉 씨가 얘기를 하던 중 갑자기 50대 여성이 뛰쳐나와 김 기자에게서 마이크를 빼앗은 뒤 "그 좋은 국가보안법을 왜 폐지하냐" "이 빨갱이 XX들아, 나가 죽어라" "야, 이 개XX들아" 따위의 욕설을 퍼붓는 소란을 벌였다. 너무나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돌발사태였다.

이 여성은 곧 단식농성장 근처에 있는 전경들에게 다가가 "아니 지금 도대체 뭣들 하고 있는 거냐", "저 빨갱이들을 빨리 국가보안법으로 잡아 처넣지 않고 뭐하는 거냐고"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으나 경찰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냥 가 버렸다.

신혼부부도 어린 딸 엄마도 국가보안법 폐지한 뜻

지난 12일 결혼해 신혼여행을 갔다온 뒤 바로 단식농성에 참가했다는 안광남, 양혜경씨 부부(단식 5일째·울산 거주)의 사연도 듣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새신랑 안광남씨는 신혼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에 "단식농성하며 얼굴은 보는데, 밥도 같이 못 먹고 결혼생활이랄 게 없다"고 말한 뒤 "국가보안법이 끝장 날 때까지 계속 굶겠다"고 결의해 박수를 받았다.

지난 12일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바로 단식농성에 참가한 양혜경, 안광남씨 부부. 이 새내기부부가 맘 편히 따뜻한 밥상에 마주앉을 날은 언제일까.
지난 12일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바로 단식농성에 참가한 양혜경, 안광남씨 부부. 이 새내기부부가 맘 편히 따뜻한 밥상에 마주앉을 날은 언제일까. ⓒ 이민우
이 날 특별방송에선 무엇보다도 16개월 된 딸을 친정에 맡겨 놓고 18일째 단식농성 중인 울산 예지엄마 김혜정씨의 사연이 주위 사람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유난히 가냘픈 체구의 김혜정씨는 "정치권의 야합을 보며 힘이 빠지지만 끝까지 하려는 생각"이라며 목이 메여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단식 참가 1주일간 아이가 집 앞에서 기다렸고 아빠가 수술했는데도 못 가 보고 있다"며 끝내 눈물을 떨구었다.

이날 특별방송이 진행된 단식농성단 맨 앞엔 보라색 손수건을 머리에 쓴 민가협 어머니들이 앉아 자리를 지켰다. '목요집회'를 겸해 특별방송 진행에 참여한 것이었다. 또 전날(22일) 군에서 의문사한 아들(허원근 일병) 대신 '불교인권상'을 받았던 허영춘씨(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 대책위 위원장)를 비롯한 유가협 회원들도 참여해 국가보안법 폐지에 뜻을 같이 했다.

'폐지 보이'의 공연을 보며 재미있게 웃는 민가협 어머니들과 단식농성 참가자들.
'폐지 보이'의 공연을 보며 재미있게 웃는 민가협 어머니들과 단식농성 참가자들. ⓒ 이민우
한편 이날 오전 11시에 진행된 '장애인단체 국가보안법 폐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1일 단식을 진행 중인 한 장애인은 "오전엔 기자가 한 둘 밖에 없어 말 그대로 '기자 없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지금은 기자가 많다"며 서운함을 토론한 뒤 장애인들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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