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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 마련된 4자회담장에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가 사진촬영을 위해 나란히 서 있다.
24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 마련된 4자회담장에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가 사진촬영을 위해 나란히 서 있다. ⓒ 권우성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당론 변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4자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관심이 집중됐으나 24일 회담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시간40분 가량 진행된 3차 회담에서 국보법과 신문관련법에 관한 논의가 오갔으나 양측은 이렇다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약간의 개정안이고 우리는 폐지 후 형법보완이기 때문에 거리가 너무 멀다"고 대체법안 등 당론변경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천 원내대표는 "우리당이 대체입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라며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대체입법안이 논의되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쪽에 물어보라"는 말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여야 지도부는 주말·휴일에도 회담을 열고 국보법을 비롯한 4대 법안에 관한 절충을 시도할 예정이다.

국보법 협상 "아직은 거리 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4자회담에 임하는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한층 고무되었다. 전날 열린 당·정·청 지도부 만찬회동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에 대해 '오랫동안 숙제였는데 쉽게 해결되겠느냐, 차근차근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발언한 것을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 연내처리' 당론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한 것.

이날 열린 4자회담에 5분 일찍 도착한 박근혜 대표는 열린우리당 협상 대표단을 기다리던 중 기자들에게 "노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게 경제이고, 민생이 어려운데 경제에 올인하는 것이 남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대통령이 국민통합과 경제에 올인한다면 야당으로서도 최대한 법안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리도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동안은 막느라고 바쁘지 않았나"라고 이날 회담의 의제인 국보법 협상에 여유를 보였다.

김덕룡 원내대표 역시 "우리가 좀 일찍 왔다"고 운을 뗀 뒤 "우리가 좀 빚을졌다, 협상은 한발씩 한발씩 나가는 것이니 오늘은 진전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협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예정된 시간인 3시 정각에 회담장에 도착한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는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이부영 의장이 기자들을 향해 "메리크리스마스 해피뉴이어"라고 인사말을 건내자 잠시 웃음이 터졌다.

이어 기자들의 '오늘 선물을 주실 게 있냐'는 질문에 이 의장은 "실질적인 것은 회담 안에서 얘기해야지 기자들에게 먼저 얘기하면 회담의 김을 뺄 수 있다"는 말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예정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축약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예정된 시간(5시)에 끝내겠다"고 말했다.

3시10분께 회담은 비공개로 들어갔다.

박근혜 "노 대통령에게 최대한 협력하겠다" 여유 보여

24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 마련된 4자회담장에 일찍 도착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24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 마련된 4자회담장에 일찍 도착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 권우성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상임중앙위원과 기획자문위원 등이 참석한 긴급 지도부 연석회의를 열고 4자회담 협상전략을 논의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회의결과에 대해 "4대 법안 연내처리에 관한 열린우리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국보법을 비롯한 4대 법안에 대한 당론을 4자회담을 통해 관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폐지 후 형법보안이라는 기존의 당론을 변경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말로 일축, 더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당직자가 기자들과 만나 '기존 국보법 당론을 지키되 국보법의 처리시기를 늦추거나, 대체입법 등 기본 당론 자체를 바꾸는 복수안이 논의될 방침'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김 대변인은 "회의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다수의 분위기가 기존의 당론을 유지하는 입장이 지배적이라 복수안이 거론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변인은 "(국보법 폐지 당론을) 확고하게 관철하는 것이 열린우리당 협상단의 입장"이라며, 4자 회담에서 전권을 위임받은 지도부가 당론에서 벗어난 협상을 할 경우에 대해서는 "당론 변경시 의원총회를 소집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중앙위원들 "4자회담 중단" 촉구하며 지도부 맹성토

'국가보안법 연내폐지와 국회정상화를 위한 240시간 의원총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24일 오후 국회기자실에서 '당지도부와 국회의장이 국가보안법 연내폐지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연내폐지와 국회정상화를 위한 240시간 의원총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24일 오후 국회기자실에서 '당지도부와 국회의장이 국가보안법 연내폐지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 권우성
하지만 여러 루트를 통해 국보법 당론이 변경될 가능성이 시사되자 열린우리당 내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국회 146호에서 '240시간 연속 의원총회'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의원들은 "4자회담을 36일 연다 한들 한나라당이 보안법 폐지에 합의해줄리 만무하다"며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표결처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유시민·임종인 등 72명의 의원들은 '더는 국민을 속일 수 없습니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국보법 폐지문제와 관련해 우리당 지도부가 진정으로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도 우리는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며 국회의장을 설득해 표결처리하는데 소극적인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또한 중앙위원 26명은 결의문을 내고 당 지도부를 향해 "최고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국보법 연내 폐지 결정을 지켜라"며 4자 회담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내주 28일 오후 6시,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10만 기간 당원 대회를 소집할 예정이라며 "전국 당원조직을 총동원해 비상시국대토론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대 중앙위원은 "오늘 오전에 예정된 중앙위원회가 지도부의 일방적인 연기 요구로 개최되지 않았다"며 "4자회담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은 "중앙위원회는 3차례에 걸쳐 당 지도부에 국보법 연내 처리를 요구하기 위해 결의문 내려했지만 지도부가 원내 결정을 믿어달라고 해서 지켜봐왔다"며 "하지만 회의를 미루면서 지난 24차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된 국보법 연내처리를 적극 홍보하지도, 실천하지도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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