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깊은 겨울밤 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적막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잠든 겨울 숲은 정말 조용했습니다. 나무계단을 따라 걷는 길이 동화 속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길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가끔 밤을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의 밤을 만난다면 밤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찾은 곳은 대관령 휴양림이었습니다. 워낙 인기가 좋은 곳이어서 예약이 쉽지 않은 곳인데, 운 좋게 취소한 방 하나를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우리 가족이 나선 여행길은 일정이 조금 벅찬 편인데, 휴양림 숙소에서 창문을 열고는 다음날 오전의 일정을 모두 포기했습니다. 휴양림에서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런 곳에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면 집에서 하는 것보다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까지 편해진 까닭인지도 모릅니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아름다운 대관령 휴양림의 밤을 찍고 싶었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 숙소를 빠져 나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사진마다 대략 20초 정도 노출을 주었습니다. 조명이 곁들여진 휴양림의 모습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사진들은 좀 아껴두려 했습니다. 사진을 찍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멋진 사진은 혼자 보고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 평가하든 스스로 멋져 감춰두고 싶은 그런 경우 말입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 사진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자분들이 바쁘신가 봅니다. 여행과 포토갤러리에 올라오는 새 글이 다른 때보다 적었습니다. 문득 제 가슴이 포근해졌던 그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가족분들과 함께 보고 싶었습니다. 사진 몇 장으로 그런 즐거움을 나눌 생각에 제 마음이 더 반갑습니다.
모든 분들의 성탄절이 행복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