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우리 모두 염원하는 국가보안법을 이 땅에서 걷어가 주옵소서."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낮 1시. 국가보안법 '끝장' 단식을 진행중인 여의도 국회앞 단식농성장에서 '국가보안법폐지 천주교연대'(아래 천주교연대) 주최로 성탄미사가 열렸다.
"기쁜 성탄 맞아 보안법 폐지에 적극 나서자"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촉구 성탄미사'에 참가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아래 사제단) 신부와 신자들을 비롯한 단식농성단 200여명은 "기쁜 성탄을 맞아 예수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에 적극 나서자"고 다짐했다.
이날 미사 주례를 본 김종근 신부(골롬반외방선교회)는 "이 엄동설한에 19일째 단식을 하며 우리는 국가보안법 폐지의 염원을 정치권에 기대지 않고 우리의 길로 걸어나가고 있다"며 "예수께서 전해주신 정의와 평화, 인권의 메시지가 널리 전해지도록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김일회 신부(사제단 인천교구 대표)는 강론에서 "미선이 효순이를 위해 사제단이 단식하던 때도 성탄 무렵이었던 게 기억난다"고 말문을 연 뒤 "1천여명이 단식하는 이곳에 국가보안법 연내 완전 폐지를 위한 기도와 바람으로 함께 했다"며 이렇게 선언했다.
"단식하는 민족의 아들, 딸이 바로 아기 예수"
"아기 예수는 결코 거창하고 훌륭한 모습으로 오신 게 아닙니다. 이 땅에서 단식하는 여러분이 민족의 아들이고, 민중의 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족의 아들과 민중의 딸들이 아기 예수로 새롭게 오신 것입니다."
김일회 신부는 또 "그동안 국가보안법으로 많은 이들이 생명을 유린당하고 어둠속에 갇혀 지냈다"며 "아기 예수 탄생의 뜻을 살려 어렵고 힘들고 지쳐도 우리가 함께 모여 우리의 간절한 소망으로 2004년 마지막 날 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미사에 참가한 권오강씨(단식 5일째)가 앞으로 나와 "1987년 당시 안기부 지하실에서 이틀간 거꾸로 매달린채 고문을 당했으며 국가보안법의 만능적인 힘으로 노태우 정권이 수립되는 과정을 봤던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뒤 "이제 민주화명예회복법으로 민주화 관련자가 됐는데 이게 바로 국가보안법이 필요없는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보안법 연내 폐지와 대체입법 저지 위해 단식"
권오강씨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야합해 대체입법을 얘기하는 건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와 대체입법 저지를 위해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자 조대원씨는 "위정자들을 위해" 간절한 목소리로 기도했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열망과는 상관없이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민주와 정의를 야합과 거래의 대상으로 서슴없이 포기하려 하고 있습니다. 위정자들이 더 이상 부정과 불의가 아닌 정의와 용기있는 자리에 나서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보안법 폐지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책임과 의무"
빵을 나누는 의식인 '성체성사'를 마친 뒤 미사 참가자들은 천주교 연대 박순희 공동대표가 낭독한 성명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로 이 땅에 진정한 해방의 역사가 시작되기를 한마음으로 기도하자"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사제, 수도자, 신도들이 하나되어 하느님 나라에는 당연히 없는 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일이야말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이요, 의무"라고 강조한 뒤,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미사 참가한 단식농성자들은 김종근 신부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다짐하며 옆에 계신 분들과 격려와 평화의 인사를 나누자"고 말하자 "평화를 빕니다" "보안법 폐지합시다"하며 서로 격려했다.
끝으로 미사 참가자들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예수의 뜻을 실천하자는 의미의 '파견성가'로 '광야에서'를 힘차게 부르며 국가보안법 폐지의 결의를 다졌다.
한편 천주교와 개신교·불교·원불교 4대 종단 지도자들이 오는 27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