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첫 눈이 늦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습관적으로 ‘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간절하지는 않지만 겨울을 느끼고 싶어서인지 한껏 기대에 찬 모습을 보이며 눈이 내리길 기다린다.
그런데 벌써부터 원없이 눈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을 만들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산 영인산 휴양림 운영 실무를 맡고 있는 채수정(45·아산시청 산림과) 휴양림 담당은 지난 한주 눈을 만드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날씨가 예년보다 포근해 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늘도 그런 어려움을 알았는지 영인산 휴양림 눈썰매장 개장을 앞두고 눈을 만들 수 있는 적당한 날씨를 만들어 줬다.
“영하 2℃는 돼야 눈을 만들 수 있는데 그동안 날씨가 너무 포근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눈썰매장 개장을 앞두고 날씨가 도와줘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휴양림 업무를 봐 온 지난 2년 동안 채 담당은 휴일을 포기하고 살고 있다. 여름에는 물썰매장, 겨울에는 눈썰매장 관리를 하느라 그렇다.
“아내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하죠. 다른 남편, 아빠들처럼 같이 놀러가 주지도 못하고….”
그래도 채 담당이 휴양림에 근무하며 남들이 못 누리는 혜택을 얻고 있는 것도 있다. 극심한 불경기로 좀처럼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든 시기임에도 영인산을 찾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찡그리고, 어려운 모습만 보잖아요. 근데 저는 웃는 모습만 보니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웃음)”
채 담당의 연말과 새해는 눈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
“지난 25일 개장했어요. 개장 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이에요. 개장 기간은 내년 2월 6일까지고요. 지난 해에는 1만명 정도가 눈썰매장을 찾았는데 아마 올해도 비슷한 수준일 거에요. 이용객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도록…. 직원들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이용객들이 다 떠나고 난 후 어두컴컴한 썰매장에 남아 눈을 만드는 채 담당을 비롯한 직원들의 모습에 세상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