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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과 나
ⓒ 전진한
새해가 밝았지만 경기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새해 아침을 장식하는 뉴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가가 올라간다는 소식입니다. 특히 서민들의 대표적인 먹거리중 하나인 라면 값까지 오른다니 유난히 추운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

경기도 안 좋은 데 물가까지 올라가니 서민들의 삶은 더욱 위축됩니다. 경기가 이렇다 어렵다보니 실직을 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지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참 일할 시기에 집에서 놀고 있는 지인들을 보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그 지인들 속에 제 동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생은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닌 적이 없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PC방이나 당구장 같은 곳에서 파트타임으로만 일을 해왔습니다.

올해 벌써 27살이니 군대 간 2년을 빼더라도 4년 이상 파트타임으로만 일을 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동생은 항상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가끔 저와 술자리를 할 때도 동생은 한숨을 길게 내쉬곤 했습니다.

" (한숨을 쉬며)형, 난 뭐하면서 인생을 살아가지? 사는 게 자신이 없어."
" 힘내라. 그리고 적성이 뭔지 잘 찾아봐."
" 그게 뭔지 모르겠어? 난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동생은 항상 패배감으로 젖어 있었습니다. 동생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나이까지 서서히 먹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동생이 사회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할 만한 곳은 없어 보였습니다.

이런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너무 많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대학을 가라고 해도 동생은 완강히 거절했습니다. 적성도 모르는데 무작정 대학을 갈 수는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 고집이 가끔 이해되지 않을 때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동생은 무엇인가 열심히 배우는 눈치였습니다. 얼마 전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엄마 잘 계시죠? 원진(동생)이는 뭐해요?"
" 요즘 원진이 바쁘다. 요즘 빵 만드는 학원 다닌다고 집에 빵만 가져온다."
" 그래요? 잘됐네요. 열심히는 해요?"
" 아주 열심히 한다. 매일 책만 쳐다본다."

동생은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빵 학원을 다니며 제과, 제빵 자격증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잠도 자지 않고 공부한다는 얘기를 어머니가 해주셨습니다.

동생에게 시험 얘기를 꺼내면 부담스러워 할까 싶어 격려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우리 가족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 동생이 취직을 했다는 소식입니다.

새해가 밝은 1월 1일 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형, 새해 복 많이 받아."
" 그래 너도 새해에는 취업도 하고 좋은 일 많이 생겨라."
" (웃으며) 형, 나 취업했어. 제빵사 시험도 합격하고 대형 할인점에 취업도 됐어."
" 그래? 너무 축하한다. 월급 받으면 한턱내라."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동생은 당당하게 시험에 합격하고 취업까지 한 것입니다. 전화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괜히 동생의 취업소식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동생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제는 동생의 자신 없어 하는 모습도 없어 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취업을 한 동생이 너무 대단해 보입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동생에게 옷이라도 한 벌 선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자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길을 꾸준히 닦아왔던 동생에게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랍니다. 이번 설날에는 동생이 만든 빵을 맛있게 시식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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