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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주년째인 이날 수요 시위엔 70여명이 참가해 '2005년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 문제 해결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결의했다.
13주년째인 이날 수요 시위엔 70여명이 참가해 '2005년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 문제 해결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결의했다. ⓒ 이민우
"일본 정부는 우리가 죽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사죄하고 해결하라!"

5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일본대사관 앞. 쌀쌀한 날씨 속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639차 수요 시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장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사흘 전인 지난 2일 김상희 할머니가 별세했고, 지금도 병환이 심해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할머니들이 이미 여럿이기에 일본 정부의 사죄가 더 이상 늦춰져선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집회 참석자들은 임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주도로 열린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총리의 방한반대 집회를 계기로 시작되었다. 올해로 13년째다.

이날 수요 시위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 주관으로, '위안부' 할머니와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등 70여명이 참가해 '2005년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 문제 해결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결의했다.

보추협의 장완익 대표(변호사)는 "올해는 을사조약 100주년이자 해방 60주년, 한일수교 40주년이 되는 해"라고 말문을 연 뒤, "이는 곧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지 100년이고, 분단된 지 60년이 되며, 잘못된 한일수교 40주년을 의미하는 것이니 어떻게든 한일관계를 제대로 해결해 사죄도 받고 보상도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선언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신혜숙 대표는 "올해 광복 60주년을 맞아 정대협은 1년 내내 숨가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필코 광복의 기쁨을 할머니들에게 돌려 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협은 올해 상반기 유엔인권위와 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의 권고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배상을 촉구하고 일본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하는 국제연대 서명운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신혜숙 대표는 "일본이 지진해일 피해 지역에 5억 달러를 보내는 것도 다 유엔 상임이상국이 되려고 하는 것"이라 지적한 뒤 "위안부 문제 등 자신의 과거에 책임지지 않으면서도 상임이사국이 되려는 일본을 막아내야 한다"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경과 보고를 맡은 정대협 윤미향 사무총장은 "오늘은 수요시위 13주년이 되는 날인데, 그 동안 이 자리에 함께 하셨던 할머니 중에 여러분들이 역사의 한을 씻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기 전에 반드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 문제를 해결하도록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윤미향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는 하루 빨리 굴욕적인 사대외교 청산하고 자주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 뒤 "일본 정부는 국제기구의 권고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30년 동안 장사를 해 먹지 않고 모은 돈"을 기탁한 황금주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사죄하도록 힘써 달라는 뜻을 전했다.
"30년 동안 장사를 해 먹지 않고 모은 돈"을 기탁한 황금주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사죄하도록 힘써 달라는 뜻을 전했다. ⓒ 이민우
이어 황금주 할머니에게 감사패가 수여됐다.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운동에 헌신한 황 할머니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 기금으로 1억원을 전달했고, 보추협에도 1천여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감사패를 받은 황금주 할머니는 눈시울을 닦으며 "30년 동안 장사를 해, 먹지 않고 모은 돈"이었다고 말문을 연 뒤, "하나도 아까운 거 없고 속이 시원하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일본 정부가 사죄하도록 힘써 달라는 뜻을 전했다.

수요시위 중간엔 재미 무용가 김명수씨가 희생된 위안부 할머니들을 추모하기 위한 살풀이 공연을 펼친 뒤, 참가자들의 발언이 계속됐다.

지난 해 출범한 국무총리 산하 기구인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강제동원진상규명위)의 최봉태 사무국장은 "이미 지난 해에 오랜 싸움으로 강제동원 진상규명법도 만들어졌고, 한일협정문서 정보공개에 대한 공개 판결도 이뤄졌다"며 "올해엔 할머니들의 문제가 꼭 해결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최봉태 사무국장은 "강제동원진상규명위가 진상 규명은 꼭 확실히 해내어 일본이 과거의 잘못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걸 구원해 줘서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올해가 할머니들 문제 해결의 마지막 해라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배웠다는 동작초등학교의 한 졸업반 어린이는 "제가 어른이 되면 반드시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 드릴 테니, 제발 건강하셔야 한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해방 50년! 이 할머니들에게 진정한 해방의 기쁨을 돌려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해방 50년! 이 할머니들에게 진정한 해방의 기쁨을 돌려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 이민우
한편 이날 수요시위 참가자들은 보추협의 이희자 공동대표가 낭독한 성명서를 통해 "한일 양국정부는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일본군 성노예를 비롯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들의 불행했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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