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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올 새해는 평상시 토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무덤덤한 기분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 아침부터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상쾌하게 들렸다.
"아침부터 웬 문자 메시지?"
"을유년 새해 소망하시는 일 성취하시고 행복이 충만하시길... ○○○"
바로 새해인사 문자메시지이다.
워낙 요즘 추세가 편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종이 연하장보다는 이메일을, 이메일보다는 메신저를, 그도 저도 아니면 문자메시지 동보전송을 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 버렸나보다.
하긴 문자메시지를 열어보고 2005년 새해가 밝긴 밝았구나 실감했을 정도이니 새해아침 문자 메시지야말로 그나마 무덤덤한 나의 의식을 일깨워준 고마운 존재라고나 할까?
문자 메시지로 시작한 새해 첫날
그러자 좀 있으니 휴대폰 속에 또 다른 문자메시지가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빈번하게 들렸다. 모두 직장동료나 친구에게서 온 새해인사 메시지인데 간혹 이모티콘 문자로 형상화한 새해인사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잘 알다시피 '이모티콘'이란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컴퓨터 자판의 문자·기호·숫자 등을 적절히 조합해 만든 별난 문자라고나 할까?
이 이모티콘이 우리 주위에 일상화된 것은 주로 PC통신 시절 채팅시 많이 사용하면서 재미있는 이모티콘이 많이 보급되었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수많은 이모티콘이 사용되자 한글 오염의 주범으로도 지적되고 있다.
이미 몇몇 이모티콘은 인터넷소설 속에서도 등장하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대학생이 제출한 리포트에까지 나타날 만큼 일상화되어 버렸다.
이모티콘형 단순문자형
특히 이런 이모티콘의 위세는 휴대폰의 보급과 휴대폰 문자메시지의 유행으로 더욱 성행되더니 이제는 당당히 새해인사의 한 형태로 발전되고 이런 추세를 이용해 이를 콘텐츠화하여 수익을 내는 부가서비스가 성행 중인 것이다.
물론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밋밋한 문자메시지보다는 신선한 기분이 들지만 사실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처럼 손쉬운 일이 없다. 인터넷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미 만들어진 이모티콘 형상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이름 한쪽만 치고 건당 얼마씩 부과하고 한꺼번에 전송시키면 되니 말이다. 물론 이모티콘을 본인이 직접 만들어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앞의 형태가 더 보편적인 것 같다.
실상을 알고 나면 오리지널 문자메시지보다 오히려 성의 없는 형태일 수도 있고 더 나쁘게 말하자면 공장에서 만든 기성품 연하장 고르듯이 골라 이름까지 인쇄하여 보내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단지 그 장소가 공장이 아닌 사이버공간으로 바뀐 것일 뿐, 간략하게 문자 메시지의 기성화라고나 할까?
그러나 혹자는 이모티콘 새해인사가 왜 성의없는 거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보통 문자메시지는 간단한 새해 인사 한 줄 찍어 달랑 보내는 거지만 이모티콘 문자메시지는 일부러 인터넷을 접속하는 시간, 마음에 드는 이모티콘을 고르는 시간, 이름을 찍는 시간 등 보통 문자메시지보다 시간이 3배는 더 들어가며 또 비용도 보통 문자메시지보다 많이 들어가니 오히려 정성이 들어간 거라고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개개인의 사고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문자메시지의 형태를 놓고 이것이 좋으니 저것이 좋으니 하는 것은 사실 그리 중요한 게 아닐 것이다. 이런 형태이든 저런 형태이든 모든 새해인사 메시지에는 새해를 기원하는, 보내는 이의 소박하고 따스한 마음이 듬뿍 담겨져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여간 2005년도 나의 새해는 보신각 종소리 대신 새해인사를 알리는 각종 휴대폰 문자메시지 알림 소리로 밝았고 지금 나는 휴대폰 전화번호를 모르는 대다수 독자 여러분에게 상상으로나마 새해인사 메시지를 발송하려 하고 있다.
2005년 새해를 맞이한 독자 여러분!
올해에도 주변에 늘 건강과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 분투기 42번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