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60년을 맞은 2005년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과거사를 청산하여 지난 세기 동안 민족공동체를 파괴하고, 갈등과 반목을 조장했던 질곡의 역사를 바로잡아 21세기 평화와 상생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가는 한해로 만들어갈 것을 제안합니다."
경제와 문화, 언론, 환경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감시와 대안 제시 활동을 하는 전국 35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의 2005년 신년사 첫머리에 나온 말이다.
연대회의 소속 단체 회원과 대표들 250여명은 6일 오후 서울 한국언론회관 20층에서 신년하례회를 갖고 2005년 신년사를 통해 "신명나는 시민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활동할 것"임을 다짐하고 친목을 다졌다.
연대회의는 신년사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에 굴복하여 우리의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하고,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가파병을 국회가 동의한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토로한 뒤, "이는 세계 시민사회에 우리가 대단히 큰 빚을 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또 올 한해 동안 ▲호주제 등 차별적인 전통과 낡은 관습 철폐 ▲남북한의 통일을 향한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화해협력 ▲민생안정을 위한 시급한 대책 마련 ▲전 국토를 토지투기와 개발의 광풍으로 몰아넣을 우려가 큰 개발정책 즉각 중단 등의 사업에 힘을 모으자고 결의했다.
이날 신년하례회에서 환경재단 이세중 이사장은 "지난 해 시민단체의 활동이 자기 중심적인 면도 있었고, 합리적 갈등해결에 소홀한 측면도 있었다"고 지적한 뒤, "신중하게 연구하며 접근하여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는 "기업인으로서 민주주의와 희망이 있는 사회로 만들어 온 시민단체에 빚을 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한 사회로 지식국가, 문화국가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 모인 분들도 기득권층에 속하는 것 같은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봤다"며 "올해엔 시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고 역설했다.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지난해 국가보안법과 호주제 폐지 등의 사안이 처리될 줄 알았으나 되지 않아 우울한 기분"이라고 말문을 연 뒤, "2005년은 새로운 희망과 함께 출발하여 실업과 민생은 물론이고 정치개혁 등 다양한 과제를 힘차게 밀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한편 연대회의는 지진과 해일로 인한 2004년의 재앙과 불행을 2005년엔 희망나누기로 함께 하기 위해 전국적인 모금운동 '0405 새해 지구촌-아시아 희망나누기'를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모금운동과 관련, 연대회의는 필요할 경우 조사단을 파견해 현지에 필요한 지원사항을 파악하고 단순히 모금사업 뿐 아니라 시민들이 사업에 직접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