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기자회견 열고 ㈜한국화이바 광산 개발 규탄
지난 8일 행진 6일째인 초록행동단이 찾은 밀양시 상남면 평촌마을. 이 마을 대부분 집이 발파에 따른 진동과 소음 등 피해에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특히 평촌3리 주민 이광동씨의 집 벽은 안전성에 의심이 갈 정도로 심하게 갈라졌다.
이씨는 집안 곳곳에 갈리진 벽을 가리키면서 "땀흘려 딸기농사 하믄서 모은 돈으로 직접 지은 집이라예. 지은 지 8년도 안됐는데, 5년여 동안 저기 한국화이바가 석산을 발파하는 바람에 집 외벽에 금이 가고 집채가 뒤틀려서 창문도 깨지고, 갈라진 벽 사이로 빗물이 새서 피해가 말도 아닙니더"라며 그동안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씨네 안방은 침대 옆 벽과 천장 등에 금이 가고, 문지방이 뒤틀려 문을 제대로 열 수도 없는 상태였다. 방 한 켠에는 누수 흔적이 남아 곰팡이가 피었다.
이씨는 해가 지나면서 진동 피해를 주고 있는 한국화이바에게 계속 보수공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업체 측에서 기술자를 불러 땜질식으로 고쳐주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는 것. 또 그는 "다시 갈라질텐데, 집 다 무너지기 전에 발파작업을 중단해야 합니더"라고 덧붙였다.
밀양시 상남면 연금리에 소재한 ㈜한국화이바는 방위산업체로서 중간재 완제품을 생산하는 3개 공장을 두고 있다. 1992년 공장 건립 당시 지역주민들이 공해기업이라며 반발하자,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 지역주민과 기본협약서를 체결하고 난 후 정상 운영됐다.
평촌3리 주민들과 기업이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가 담겨 있는 이 합의서에는 "공장 가동시 공해발생 판명시는 본 공장을 폐쇄한다. 공장이 입주하여 공해가 발생하면 전면 손해 배상한다" 등의 사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하지만 합의 이후 13년이 지난 지금 평촌리 주민들은 "㈜한국화이바가 불법적인 채광산업으로 주민의 생존권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피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공장 추가건설 가장한 석산 개발 중단하라"
초록행동단은 이날 오전 11시 하얗게 석산의 속살을 드러낸 ㈜한국화이바 공장부지 앞에서 평촌마을 지역주민 5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화이바가 불법적인 광산 사업을 자행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밀양 상남면 불법광산 대책위원회와 밀양민주시민연대회의, 밀양참여연대 그리고 초록행동단은 불법적인 채광 개발 등 환경 파괴로 주민들을 불안과 고통에 빠지게 한 한국화이바를 고발하고, 피해주민들의 아픔과 현실을 알리고자 했다.
밀양 상남면 평촌리 대책위원회 이영학 위원장은 "지난 91년부터 주민들과 함께 한국화이바의 환경파괴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한국화이바가 지역주민에게 소음진동의 고통과 먼지의 아픔을 안겨주고 있지만, 피해에 대한 정당한 권리나 보상요구가 관철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초록행동단 염형철 부단장은 “기업을 감시하고 조정할 수 있는 지자체, 밀양시가 이를 정당하다고 허가내준 것은 불법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염 부단장은 "법을 잘 모르는 지역주민들을 우롱하며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주민을 협박하는 ㈜한국화이바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주민 대응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초록행동단은 앞으로 평촌마을 지역주민의 입장과 함께 하면서 ㈜한국화이바에 대해 ▲불법광산 사업을 중단하고 ▲훼손지를 전면 원상 복원하며 ▲생존권을 말살하는 공장부지 확장 및 공장 증축을 중단 ▲지난 4년간 진행되어온 발파작업으로 인한 피해를 전면 보상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조혜진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인터넷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