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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의 기개가 마치 사육신의 절규처럼 하늘을 찌른다.
ⓒ 한석종
88고속도로 담양톨게이트를 지나 읍내로 접어들면 대나무와 함께 '죽향담양'이라고 새겨진 표석을 만나게 되는데 비로소 이곳이 대나무의 고장 '추성고을'(담양의 옛 이름)임을 실감하게 된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여름의 대나무는 산그늘에 조용히 자신을 감추지만, 눈보라 치는 엄동설한에 더욱더 푸르러 위풍당당한 군자의 자태를 드러낸다.

예로부터 대나무의 푸름과 올곧음은 선비의 절개와 기상으로 상징되었으며, 마디마디 비어있는 허심은 세속의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운 군자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었다.

평소 대나무는 성질이 너무 곧아 옮겨 심으면 잘 자라지 않고 죽는다고 한다. 그러나 음력 5월 13일 죽취일(竹醉日)에는 대나무도 취해 옮겨 심어도 뿌리를 잘 내린다는 속설이 전해져 오는데 이는 대나무의 절개를 잘 나타내 준다.

죽향 담양에는 어디를 가나 대숲이 산을 이루고 있지만 잘 정돈된 죽림욕장(대나무 체험학습장)은 세 곳이 조성되어 있다.

하나는 담양읍에서 순창방면으로 약 3km 정도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우측에 “대나무골 테마공원”이 있으며, 또 한군데는 담양읍 향교리에 죽녹원이 있는데 터미널에서 약 1.5km 정도 용면 방면으로 가다보면 담양천을 끼고 300여년이 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팽나무 등으로 조성된 관방제림이 나오고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에 보이는 대숲이 죽녹원이다.

다른 한곳은 담양읍에서 수북방면으로 약 3km 정도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병풍산 줄기 삼인산 아래에 “대나무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 가로수도 대나무를 닮은 것일까? 죽림욕장으로 가는 길목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어.
ⓒ 한석종

▲ 아침햇살에 드러낸 대나무의 살빛에 온 세상이 눈부시다.
ⓒ 한석종

▲ 대나무도 사람의 얼굴처럼 표정이 각양각색이다.
ⓒ 한석종

▲ 대숲 사이로 보이는 초가삼간이 정겹기만 하다. 초가삼간~ 한 곡조 뽑으니 더덩실 춤을 추고 있다.
ⓒ 한석종
죽림욕을 마치고 돌아서면 세속의 욕심을 다 비워낸 탓일까? 왠지 뱃속이 허전해져 옴을 느낀다. 이럴 땐 대나무 죽순이 곁들인 맛깔스런 향토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주고서 담양온천욕을 즐기고 나면 요즈음 잘 나간다는 욘사마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고요한 대숲에
밤안개가 차오른다.

동이 트는 이른 새벽
대 잎에 맺힌 이슬방울

마디마디 허심을 적시고
또르르르 세상 밖으로 떨어져

잠든 영혼을 깨운다.

-<죽로(竹露)>, 한석종-


▲ 죽림원 가는 길에 시원하게 펼쳐진 담양천과 관방제림.
ⓒ 한석종

▲ 장독대는 대숲이 제격, 대숲에 이는 소슬바람과 그늘에 숙성된 장맛이 그토록 일품이련가!
ⓒ 한석종

▲ 이른 아침, 마치 수행자의 정갈한 모습으로 도열해 있는 竹.
ⓒ 한석종

▲ 대숲을 거닐면 그 기개에 놀라 세속의 욕심마저 줄행랑을 친다.
ⓒ 한석종

▲ 죽막 사이로 드러난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 한석종

덧붙이는 글 | 오실 때는 세속에 찌든 시름 배낭에 가득 담아 오세요 
가실 때는 대나무의 마디마디 허심을 가득 채워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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