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품 핸드백 사건' 파문이 MBC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내부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노조와 보도국을 중심으로 한 기자회 등에서는 현재 사태를 창사 이후 최대 위기로 보고 MBC를 구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실천을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경영진 책임론이 회사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이긍희 사장의 책임사퇴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보도국 젊은 기자들도 10일 밤 성명을 통해 회사의 근본적 쇄신과 경영진의 용단을 촉구했다. 90년 이후 입사한 기자 34명의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추문은 MBC가 그동안 쌓아올린 신뢰도와 명예에 치명적 상처를 냈다"며 "언론사로서 정상적 활동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23일 MBC 뉴스 보수화와 관련해 중견기자들이 책임자급 간부들의 자성을 촉구한데 이어 보도국의 두번째 집단 비판이다. 당시 노동조합 전임자 출신 중견기자 11명은 '17년 전의 정신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뉴스의 쇄신을 거듭 촉구한 바 있다.

관련
기사
[2004년 11월 25일 보도] "MBC뉴스, 군사독재 시절에도 이렇지 않았다"

90년대 입사한 젊은 기자 34명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표현으로 최근 심경을 밝힌 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MBC를 구해내기 위한 출발점이자 제2창사에 버금가는 각오, 내부감시를 철저히 하지 못한 집단적 자기반성임을 고백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고 경영자인 사장과 보도본부 경영진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사장은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봉사로서 깨끗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 뒤 "기자 출신으로 사장과 동반책임을 져야 할 임원들에 대해서는 더욱 추상같은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기자들은 이 사장의 재임기간에 보도부문을 이끈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리더십에 대해 '파산선고'라는 극단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다음은 90년대 이후 입사한 MBC 기자 34인이 10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근본적 쇄신과 용단을 촉구한다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 내부 감시 못한 점 반성

우리는 MBC 뉴스와 기자들의 도덕성에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지고 있는 지금의 사태를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로 규정한다. '신강균의 사실은'을 둘러싼 추문은 MBC가 그동안 나름대로 쌓아올린 신뢰도와 명예에 치명적인 상처를 낸 것은 물론 언론사로서의 정상적인 활동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 모두는 시청자와 국민 앞에 감히 고개를 들 수 없는 죄인이 된 심정임을 토로하면서 백척간두에 선 심경으로 공영방송 MBC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한 구성원들의 실천과 행동을 촉구한다. 우리의 입장 발표는 그러한 실천과 행동의 출발점이자 제2창사에 버금가는 각오로 회사를 일대 쇄신해야 한다는 자기 다짐이기도 하다. 또한 일체의 불미스러운 과거로부터 단절하지 못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윤리가 지켜지도록 내부 감시와 견제를 철저히 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집단적 자기반성임을 고백한다.

깨끗이 책임지는 일이 사장의 마지막 봉사

최고 경영자인 사장은 회사가 처한 미증유의 위기에 대해 근본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우리는 이 참담한 상황에서 국민 앞에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사장의 결단일 것으로 믿는다.

회사의 매체력 추락에 대한 우려가 사내외에 팽배한 상황에서도 연임에 집착하는 것으로 비쳐온 그동안의 자세와 과감히 단절하고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봉사로서 깨끗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추문으로 도덕성을 의심받았던 외국 공영방송사들의 사례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사장으로서 어떠한 처신이 가장 바람직한 것일지에 대해 깊은 통찰이 있기를 기대한다.

보도출신 경영진에 더욱 엄중한 책임 물어야

또한 사장의 재임 2년이 총체적 실패로 규정되기까지 그를 보좌한 경영진의 책임에 대해서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보도 부문 기자 출신으로 사장과 동반 책임을 져야할 임원들에 대해서는 더욱 추상같은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은 군사정권 당시에 익힌, 상명하복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리더십에서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상황에 따라 기회주의적 보신술을 구사하면서 회사의 최고 경영진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우리들의 판단이다. 그들이 군사정권 당시 일선 기자로, 또 중견 데스크로 보여준 행태에 대해서는 분명한 역사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스 농단 두 본부장의 리더십에 파산선고

동시에 현 사장의 재임 2년 동안 보도본부장으로서, 또 보도국장으로서 뉴스를 농단한 두 본부장의 총체적 과오부분에 대해서도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회 개혁과 민주주의의 심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들은 극히 피상적인 인식으로 일관했음은 물론 때로는 반감과 적의, 냉소와 질시로 폄하하고 의미를 축소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이 보도 책임자로 군림한 지난 2년 동안 MBC 뉴스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침체를 경험하다 오늘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에까지 이르렀다. 지난 2년간 뉴스를 좌지우지해온 두 사람의 구시대적 리더십에 대해 우리는 오늘 엄숙한 마음으로 파산을 선고한다.

우리는 전 구성원들이 제2창사에 버금가는 각오로 지혜와 노력을 다하지 않는 한 이번 사태의 수렁에서 쉽게 빠져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한다. 과감하게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우리 모두가 감수하지 않는 한 MBC 뉴스의 신뢰 회복은 요원할 것이다. 다시 한번 깊이 머리 숙여 사죄하면서 우리의 입장 표명이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2005년 1월 10일
1990년대 입사한 MBC 기자 34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