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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지진해일로 전세계가 충격에 빠져있는 가운데 필립 젠슨 호주영국교회(Anglican Church) 시드니 주교가 “이번 재난은 신의 뜻(The Will of God)이다. 인간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며, 곧 최후의 심판이 다가올 것이라는 경고”라고 말해 호주국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세인트 메리 성당의 닐 브라운 주교
ⓒ TWT 제공
필립 젠슨 주교는 지난 12월26일 시드니교회에서 “첫째로 세상의 모든 일을 주관하시는 주권자 하나님께 기도하고, 둘째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돕고, 셋째로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번 재난을 신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세인트 메리 성당의 닐 브라운 주교는 12월30일, 시드니 세인트 메리 성당에서 열린 미사강론을 통해 “인간은 그 누구도 신의 뜻을 알 수 없다. 이번 재난을 신의 뜻으로 믿는다면 그건 가톨릭의 믿음(Catholic belief)이 아닌, 끔찍한 믿음(horrible belief)”이라며 필립 젠슨 주교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닐 브라운 주교는 이날 미사에 참여해서 특별성가를 부른 인도네시안 커뮤니티 성가대에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재해를 당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특별기도를 올렸다.

이 소식을 접한 유대교 지도자들과 힌두교 지도자들도 1월초 <시드니 모닝헤럴드>를 통해 필립 젠슨 주교의 의견에 반대입장을 표했다. “그 누구도 쓰나미 재앙을 신의 뜻이나 신의 응징으로 묘사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시드니 유대교회의 레이몬드 애플 랍비는 "인간은 신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필립 젠슨 주교의 발언은 영국 로완 윌리엄 대주교의 입장과도 어긋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완 윌리엄 대주교는 영국판 선데이 텔리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큰 재앙을 두고 어떻게 신이 허용한 일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호주 전국일간지인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1월4일, ‘부적절한 시기에 나온 신학적 논쟁(The wrong time for the theological debate)’이라는 사설을 통해서 필립 젠슨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깊은 사색을 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나온 필립 젠슨 주교의 발언은 그의 소신과 강직한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의 신앙적 동정심과 세상에 관한 견해와 상식에 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희생된 희생자들 중에는 크리스천과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죽음이 그들이 지은 죄의 대가라든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신의 경고라는 발언은 희생자들의 생애를 모욕하는 것이다. 희생자들에 포함된 어린 아이들의 죽음도 과연 죄의 대가인가?

필립 젠스 주교가 ‘신의 뜻’ 운운한 날에도 수많은 희생자 가족들이 슬퍼하고 있었으며, 더욱이 아직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인간의 생사화복을 신이 주관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에 나온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이번 재앙을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생긴 거대한 해일로 인한 피해’라고 믿을 따름이다. 지금은 ‘쓰나미 재앙’이 신의 뜻인지, 아니면 자연현상인지를 신학적으로 논할 때가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비통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돕는 일이 우선이다.

지금 믿을 수 있는 것은 피해현장에 파견된 의사와 간호사, 기술자 및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솔선수범과 도덕적 지도력이다. 그들의 희생적인 봉사가 필립 젠슨 주교의 말보다 훨씬 더 신의 뜻에 가까울 것이다."


▲ 1월 10일자 데일리텔리그라프지 1면
ⓒ 데일리텔리그라프
‘쓰나미 재앙’이 발생한 지 18일이 경과한 현재 호주는 성금모금으로 하루를 열고 닫는다. <시드니 모닝헤럴드>와 <데일리 텔리그래프>는 18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나미 뉴스를 헤드라인으로 다루었다. 또 호주의 모든 방송사는 무기한 모금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월 8일에는 3대 상업방송사가 사상최초로 오페라 하우스와 멜버른 텔스드라돔에서 ‘Reach Out to Asia’라는 자선공연을 공동 개최했다. 이 공연에서는 단일행사 모금으로는 호주 사상 최대액수인 2050만 호주달러(약 164억원)를 모금했다.

또 1월 10일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크리켓 월드팀과 크리켓 아시아 팀이 자선경기를 펼쳐 운동경기를 통한 성금모금으로는 호주사상 최대액수인 1465만 호주달러(약117억 원)를 모금했다. 두 모금행사 모두 TV중계를 통한 일반인들의 전화모금이었다.

현재 호주는 민간차원의 모금뿐 아니라 국가지원금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월12일 현재 민간모금액은 1억5천 호주달러이며, 국가지원금은 10억 호주달러다. 호주정부의 지원은 세계 1위 수준이다. 호주 정부는 오는 1월16일을 ‘쓰나미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 애도의 날(National Day of Mourning for Tsunami Victims)'로 선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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