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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의원등 한나라당 국방위원들은 12일 오전 국회기자실에서 국무조정실이 각 기관에 하달한 `국가기밀자료 국회지원지침`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며 입법부의 기능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며 강하게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가기밀의 국회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국가기밀자료 국회지원지침'이 알려지자 12일 야당이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지침에 따라 최근 국방부는 '국회 및 당정협조 업무처리 지침'을 개정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국방부는 장관 명의로 국회에 서류제출 또는 대면설명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국회의원의 관련 질의시 발언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방부는 국회의원 및 보좌관의 비밀취급에 대해서도 엄중 대처하고 각 언론사에 보도 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비밀등급 기준을 재검토하고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고,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정부 비밀문서 지정 및 관리·폐기에 대한 법률안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참여연대도 "비밀지정에 대한 개선책 없이 보호만을 강화한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보불안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 의도 뭔가"

▲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날 한나라당 국방위원들은 "정부의 관행적인 비밀주의를 강화한 것으로서 3권 분립 기능을 원천봉쇄하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국무총리의 지침 철회 및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최근 국회 윤리특위의 박진·정문헌 의원 경고와 관련해 "국민의 안보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박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방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국군 단독작전시 보름만에 서울이 함락된다"고 주장했고,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 역시 국정감사에서 북한 붕괴에 대한 대비책인 '충무계획'을 폭로했다.

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국방외교안보 분야 의원들은 눈과 귀가 막히고 손발이 묶인 채로 어떻게 충실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냐"며 "'충무계획'의 허술함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인 황진하 의원 역시 "'전방 3중철책선 절단사건', '동해안 잠수함 출몰사건' 등 안보 관련 사건의 실체가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기밀체계 황당... 용산협상은 안보가 아닌 치부"

민주노동당 역시 국방부의 업무처리 지침에 대해 "정부의 행정행위를 견제해야 할 의원의 의무와 권한은 헌법과 국회법에 보장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노회찬 의원은 군사기밀 체계에 대해서 "문서생산자가 자의적으로 비밀로 분류하고 과장급 실무자가 마음대로 이를 해제하는 등 분류시스템이 황당하다"며 "국방부의 2급과 3급 기밀문서는 각각 22만9700여건, 36만7900여건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법률 위반·행정 착오 등을 감추기 위한 경우 △개인·조직·단체를 당혹하게 하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국가기밀 지정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정보 공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기밀 분류를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정부 비밀문서 지정 및 관리·폐기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필요하다면 결과물을 모아 법률안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가기밀 폭로로 논란을 빚었지만 한나라당과는 달리 대북안보 문제가 아니라 용산미군기지 이전 등 대미외교 문제가 주요 쟁점이었다. 노회찬 의원은 용산미군기지 협상과정이 담긴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를 공개했는데, 국방부는 이와 관련 노 의원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기도 했다.

노 의원은 "용산협상의 대부분은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끄러운 치부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며 "용산협정 관련 치부를 스스로 고백하지 않으면 본 의원이 직접 공개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참여연대 "비밀지정에 대한 개선책 필요"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도 "비밀지정·해제·공개 등의 문제점과 관련한 개선책 없이 비밀보호 강화조치만을 취한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며 "국회의 감시기능을 축소시키려는 의도"라고 정부 지침에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이날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그동안 행정부는 비밀과 비공개 지정에 대해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해왔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40조원대의 국민세금이 소요되는 한국형 다목적헬기 사업(KMH)의 감사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목차·표지조차 '국가에 중대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불허 조치를 받았다.

또한 참여연대는 박진 의원의 '서울 함락 논란'에 대해 "군사관련 자료에 대한 국민들의 정보 접근이 차단된 채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악용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기밀의 엄격한 통제는 이같은 사건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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