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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기술혁명>의 표지
<우리시대 기술혁명>의 표지 ⓒ 생각의 나무
한국공학학림원이 '공학지식의 대중화'를 위해 내놓은 시리즈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의 18번째 책 <우리시대 기술혁명>(생각의나무 펴냄)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전기, 자동차, 비행기, 상수도, 전자기기, 라디오와 텔레비전, 농업기계, 컴퓨터, 전화, 냉방 냉장, 고속도로, 우주선, 인터넷, 형상인식 기술, 가전기기, 의료기술, 석유 및 석유화학기술, 레이저와 광섬유, 원자핵 기술, 고기성능 소재 등과 같은 현대를 디자인한 20가지 대표기술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2003년 초에 시작되어 2년여만에 첫 성과물을 내놓은 이 책의 지은이는 김도연 교수. 김도연 교수는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서울공대 재료공학부 교수입니다. 요즘 그는 이공계의 위기를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고,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좌절을 몸소 체험하면서 매우 안타까워합니다.

다음은 이 책을 편집하면서 김도연 교수와 나눴던 얘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편집자(이하 편) : 김 선생님. 글 쓰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쓰신 것이니 반응이 좀 있어야 할 텐데, 편집자인 저도 부담이 됩니다. <우리시대 기술혁명> 제목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김도연 교수(이하 김 : 공학한림원에서 원고를 써보라고 얘기했을 때부터 내 마음 속으로 생각한 게 있었어요. 나한테도 공대 다니는 아들놈이 하나 있거든. 아 근데 이 녀석이랑 얘길 하는데 요즘 과 분위기가 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신문지상에서는 이공계 위기니 뭐니 하는 말들만 잔뜩 떠들고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지. 녀석이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선배들 중에선 이미 전망 없는 과 그만두고 한의학과니 고시니 비전 있는 데로 간다고 난리라더군요. 큰일입니다.

: 저도 그런 걸 다룬 신문기사를 종종 봤습니다. 정말 이공계에서는 심각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 같던데요. 그럼 슬슬 책 얘기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이 책을 쓰시게 된 이유는 뭔가요? 좀 전에도 아드님 얘기를 잠깐 하셨는데요.

: 요즘 대통령이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니 뭐 그런 얘기하고 그러던데, 그게 그냥 됩니까? 우리나라를 봐요. 땅 좁고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자원 척박지 아닌가 말이야. 이런 나라를 지금의 수준으로 만든 게 뭐라고 생각해요? 사람이야. 인력! 교육으로 사람을 키웠으니까 이만큼이라도 이뤄낸 거지.

앞으로 우리나라가 제대로 선진국이 되는 방법은 기술력을 갖추는 것밖에 없지 않겠어요? 이 기술력을 갖추려면 어찌 해야겠습니까? 기술을 만드는 건 사람이니까 결국 우수한 젊은 인재를 이공계로 이끌어서 그 젊은이들이 자부심 느끼면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건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내 아들도 그런 젊은이들 중에 하나니까요.

내 아들 같은 그 젊은이들한테 뭔가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 방법을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대놓고 그런 얘기를 해봐야 소극적인 방법밖에 안 될 테고 좀 긍정적이고 대안이 될 만한 방법을 생각해봤지요. 그 방법이 역사를 보여주는 거였어요. 20세기 들어서 그야말로 인류사에는 이전에 없던 놀라운 기술 발전이 이뤄졌는데 그게 다 누가 한 거겠습니까? 과학자들이 원리를 발견했다면 그 원리를 사람들이 직접 생활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준 건 공학자들이 아니겠어요?

그때 무릎을 쳤지요. 그래 이거다! 이제껏 인류의 생활을 바꿔온 선배 공학자들의 이야기를 얘들에게 해주자. 그럼 자연스럽게 자부심도 가질 수 있을 테고 앞으로 나도 이렇게 해보자 하고 포부도 생기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 거지요.

: 좋은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공학의 역사도 재미난 일화들을 통해서 전달하면서 공학에 대한 이미지도 높이고 꿈도 줄 수 있는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아이디어 같습니다. 선생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에 낸 선생님의 이 책도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이라는 시리즈 중의 한 권입니다.

이 시리즈는 요즘 대중을 상대로 한 과학서는 많이 나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공학서는 대개가 전문서라서 공학을 사람들에게 좀더 친근하고 편하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기획한 것이거든요. 그런 취지와도 딱 부합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학과 기술 발전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우수한 공학인을 발굴 지원할 뿐 아니라 공학의 대중화를 표방한 한국공학한림원이 이 시리즈를 기획했는데, 구체적인 책 내용으로 들어가서 여쭙겠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대표기술 20가지를 고르셨습니까?

: 미국에도 한국공학한림원 같은 미국공학한림원이란 단체가 있어요. 이 단체에서 20세기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20세기의 대표적인 기술이 뭐였나를 발표한 적이 있어요. 그 내용에서 실마리를 얻었어요. 아무래도 공학기술 발전에서 미국이 큰 역할을 맡아온 게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대표적인 기술들도 미국에서 고른 거랑 전 세계적으로 봐도 크게 차이는 없다고 생각이 되어서.

: 제가 편집하면서 이 기술들이 죄다 서양 사람들이 개발한 거라서 뒤에 나오는 기술의 간략한 역사를 정리할 때도 서양(주로 미국)의 역사대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글 중간 중간 선생님께서 우리나라의 사례들을 가능한 많이 사용하려고 애쓰신 흔적이 보이더군요.

: 허허. 뭐 그 문제는 앞으로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다음에 21세기 대표기술을 정리해서 책을 쓰는 사람한테는 훌륭한 한국의 공학자들이 자주 인용되어서 나와야 되겠지요. 또 그렇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 그렇게 되려면 공학 관련서들도 좀 많이 읽혀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대중들을 상대로 한 공학책들이 좀 널리 읽히고 토론도 되고 해서 붐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 앞으로도 꿈 많고 젊은 엔지니어들에 의해서 세계는 바뀌어갈 겁니다. 저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공학 책을 좀 많이 읽고 포부도 좀 크게 가지고 전 세계를 무대로 뛰어주었으면 합니다. 제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쁨이겠지요. 이런 자리를 마련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 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조성웅 기자는 <우리시대 기술혁명>의 편집자입니다.


우리시대 기술혁명 - 현대를 디자인한 20가지 대표기술

김도연 지음, 글램북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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