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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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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며 일을 하는 노동이 자기구현이나 보람으로 이어지지 않고 그냥 그렇게 '돈'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보다는 직장밖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그래, 이 돈을 받아서 이거이거를 사야지. 이 돈으로 어디를 놀러가야지'로 이어진다.

결국 일하는 공간은 따분하게 변하고 만약 임금의 대가가 충분치 않다면, 그리고 자신의 행복이 욕망의 소비라고 한다면 자신의 인생은 결국 행복하지 않은 '쪼들리는 인생'이 되고 만다.

이런 일은 나의 가치관과 상대방의 가치관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때 더 극명하게 나타나고는 하는데 시민운동을 하면서 사는 나에게 "언니, 돈도 못 벌고 근근히 사는데 그거 왜 해요?"하고 말할 때 사실 가슴이 철렁하고 후배에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적어도 이게 내 궁극적인 행복이라는 것을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물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는 그럼 후배가 원하는 행복을 들어줄 생각은 했었나? 우리 사회가 사실 돈 없으면 살기 힘든 그런 사회인데 돈을 추구하게 만든 자본주의 사회가 잘못된 것이지, 내 후배가 마냥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나도 웃긴 것이지'하는 생각이 더불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후배가 돈 말고도 행복할 요소가 이 세상에는 많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느끼는 행복, 일상에서 나누는 행복을 더 많이 알았으면 하는 생각을 끝내 접지 못했다.

헬린 옥슨버리가 쓴 그림책 <행복한 돼지>를 보면 심심한 돼지 두 마리가 나온다. 부인돼지 이름은 베르타, 남편돼지 이름은 브릭스다. 둘은 풀밭에 뒹굴며 꿀꿀 불평을 한다.

"우리한테는 신나는 일이 안 생겨. 그날이 그날이고, 만날 똑같아!"

베르타와 브릭스는 여물통 안에 먹을 게 가득하고 뒹굴뒹굴 놀 서늘한 진흙탕도 있고, 신나게 뛰어놀 과수원도 있지만 심심하다. 둘은 돈많은 부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던 어느날, 둘은 보물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두 돼지들은 보물상자를 은행에 가져 가서 돈으로 바꿔 이쁜 옷도 사고, 최신모델 자동차도 사고, 예쁜 집에서 이불을 덮고 잔다.

베르타가 아침을 지으면, 브릭스는 어슬렁거리고, 브릭스가 차를 닦으면 베르타는 집을 치웠다. 베르타가 밥을 짓는 동안 빈둥거리던 브릭스는 차를 가지고 드라이브를 갔는데 그만 차가 망가져 스패너로 이리저리 손보지만 결국 포기를 하고 집까지 걸어오고 만다. 집에 들어 오니 베르타는 새 요리도구가 말썽을 일으켜 훌쩍이고 있었다.

베르타는 훌쩍훌쩍, "정말 끔찍한 날이에요! 하루 종일 일하느라 놀 틈이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브릭스는 베르타의 팔을 잡고 문밖으로 홱 뛰쳐나갔다. 둘은 옷을 벗어 던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언덕으로 올라갔다. 우선 당장 진흙탕에 한바탕 굴렀다.

그날 밤, 두 돼지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기쁨에 겨운 한숨을 쉬었다.

"우리 영원히 여기서 살아요."

두 행복한 돼지는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행복한 돼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아직도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돈=행복이라고 여기는 이들 대부분 박봉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만약 박봉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난다면 사실 행복한 돼지의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청년실업시대인 지금, 신용불량자가 가족 중에 한 명씩은 있는 지금, 그래서 나는 다른 이들에게 행복한 돼지가 되라고 말을 못한다.

후배를 만난 그날도 그 후배에게 '행복한 돼지'가 되라고 말을 못했다. 자신의 자본주의적 욕망을 다 내려놓는 것이기에.

덧붙이는 글 | 이선미기자는 평화와 참여의 공동체 <춘천시민광장>에서 어린이도서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돼지

헬렌 옥슨버리 글 그림, 김서정 옮김, 웅진주니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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