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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도움으로 유진이 장례 치르기로' 기사는 모두 246명이 동참해 215만1000원의 원고료를 올려줬다.
'네티즌 도움으로 유진이 장례 치르기로' 기사는 모두 246명이 동참해 215만1000원의 원고료를 올려줬다. ⓒ 오마이뉴스

모금운동의 대표적인 예로 밀양성폭력사건을 규탄하는 커뮤니티 모임 '밀양연합사건이 던진 과제와 해법(café.daum.net/wpqkfehdhkwnj)'과 학교 내 종교자유를 위한 모임 '미션스쿨 종교자유(café.daum.net/whdrytkfkd)' 등을 들 수 있다.

밀양연합 모임은 지난 연말부터 계속해 온 토요일 촛불집회 비용을 네티즌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하고 있다. 모금운동은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운영진들 개인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걱정에서 네티즌이 제안하고 여러 네티즌들이 호응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밀양연합은 커뮤니티 모임의 모금만이 아니라 밀양 여중생들의 무료변론을 맡은 강지원 변호사와 협의해 한국성폭력상담소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밀양여중생돕기 후원 모금운동도 벌이고 있다.

미션스쿨 종교자유는 학교 내 종교자유를 위한 부산~서울 국토대장정(9일~23일) 후원금을 모금했다. 후원계좌는 강의석군이 종교자유 문제를 제기하면서 만들었는데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후원금을 보내왔다.

네티즌들의 모금 동참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마이뉴스>의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도 취지에 동참하는 네티즌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네티즌 도움으로 유진이 장례 치르기로' 기사로 모두 246명이 동참해 215만 1000원의 원고료를 올려줬다. 작년 도올의 헌재비판 기사와 속옷가게아줌마 기사 역시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으로 모금운동 효과를 만들며 여론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커뮤니티 모임의 모금 운동이 모두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돈'이 개입되다 보니 종종 불미스런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밀양연합과 관련해서는 모임 운영진을 사칭한 네티즌의 답신 메일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한 네티즌이 운영진에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질문했는데 이에 대해 심한 욕설과 함께 '어디에 쓰든 알 것 없다'는 식의 답변 메일이 와서 문제가 된 것. 조사 결과 이 일은 운영진 메일을 해킹한 네티즌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그 여파는 한동안 모임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모금 운동과 관련 '밀양여중생 돕기 후원계좌' 문제도 있었다. 지난 연말 연합뉴스 기사에서 밀양여중생 돕기 후원계좌가 최진실 변론 모금 계좌로 잘못 나가면서 인터넷은 한동안 사실 확인으로 들썩였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계좌문제를 발빠르게 지적한 네티즌들의 활약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다.

'밀양연합사건 과제와 해법' 통장 지출 내역. 모임의 성격상 신변보호를 위해 보낸 사람과 입금지역을 가리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밀양연합사건 과제와 해법' 통장 지출 내역. 모임의 성격상 신변보호를 위해 보낸 사람과 입금지역을 가리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 밀양연합

'후원금'과 관련 간혹 오해가 빚어지기도 하지만 이들 모임들은 비용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상세하게 보고하면서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은행수수료도 아까워서 소액으로 인출하거나 계좌개설 은행만 이용하고 있다.

미션스쿨 종교자유는 엑셀파일에 날짜 별로 성금 보낸 사람과 수입, 지출 내역을 꼼꼼히 기록해서 공개하고 있다. 밀양연합은 아예 통장 지출 내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 전체 공지 메일로 보내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밀양연합의 성격상 신변보호가 필요하다며 보낸 사람과 입금지역을 가리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기쁨은 함께 즐기고 슬픔은 나누어 짊어지며 올곧은 뜻은 함께 지켜내는 네티즌들. 이들이 후원하고 동참하는 후원금에는 밀양여중생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어린 학생들이 군것질을 참고 낸 돈도 있고, 유진이 장례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낸 피와 땀이 배인 돈도 있으며, 종교자유를 위해 사람들이 욕심을 버리고 낸 돈도 있다.

문득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떠오른다. '귀족에겐 그에 따르는 의무가 있다' 정도로 해석되는 프랑스어다. 이 말을 우리 사회에 적용시켜 보면 '엘리트 책임주의', '지도층의 의무ㆍ책임' 정도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에게는 '오블리주'를 바랄 수 있는 '노블레스'가 그리 마땅치 않은 것 같다.

이제는 네티즌들이 십시일반으로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삶을 가꾸는 '네티즌 오블리주'를 기대하는 편이 좋겠다.

미션스쿨 종교자유는 엑셀파일에 날짜 별로 성금 보낸 사람과 수입, 지출 내역을 꼼꼼히 기록해서 공개하고 있다.
미션스쿨 종교자유는 엑셀파일에 날짜 별로 성금 보낸 사람과 수입, 지출 내역을 꼼꼼히 기록해서 공개하고 있다. ⓒ 미션스쿨 종교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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