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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성중, 박우진, 백아름, 기자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성중, 박우진, 백아름, 기자 ⓒ 전영준
- 2004년은 참으로 역동적인 한해였습니다. 세분 지휘자들께서는 감회가 남다르시리라고 보는데…

(김성중) “시립예술단의 창단이 양산 문화 발전의 촉매제가 되었다는 평가에 보람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박우진) “각종 공연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더러는 이벤트성에 치우친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소위 대가들의 무대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자칫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지요. 이런 이벤트성 행사는 이제 막 첫 걸음마를 시작한 지역의 시립예술단이 설 자리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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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종의 문화의 사대주의라고 할까요. 지역보다는 서울, 서울보다는 세계적이라야 눈길을 보내는 풍조를 지적하시는 것 같군요. 가까운 부산만 하더라도 서울의 한다 하는 공연단체나 외국의 연주단이 오면 객석이 차고 넘치는데, 지역의 예술가들이 애써 차린 무대는 파리를 날릴 정도라고 하더군요.

(박우진) “물론 지역 예술인들의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질 높은 공연을 마련해야 겠지요. 그러나 그 이전에 지역예술인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은 지역 사회 전체의 몫입니다. 내 고장의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애정과 보살핌 속에서 지역 문화예술이 싹트고 꽃피는 것이니까요.”

음악은 이상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

여기서 짐짓 엉뚱한 질문을 하나 던져 본다. 우문에 현답을 기대하면서…

- 우리의 삶에서 도대체 음악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냥 먹고 자고 서로 부비면서 살면 그만일 텐데…

(김성중) “정신, 다시 말해 영혼에 관한 것이죠. 구체화할 수 없고 표현하기 어려우면서도 누구나 쉽게 빨리 느낄 수 있는 것이 음악입니다. 저는 음악이라는 무형의 예술이 있었기 때문에 인간이 온갖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오랜 세월을 이만큼이라도 버텨온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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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름) “저는 음악을 생활 그 자체라고 봅니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늘 '음악하는 생활, 생활하는 음악'을 강조해 왔지요. 그리고 또 음악은 무용, 연극 등의 예술활동과 문화활동은 물론 우리들 삶의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음악을 모든 예술 장르 가운데서도 가장 우월한 예술이라고 봅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음악이 없는 곳이 없지요. 생활인들이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쉽게 접하는 것도 역시 음악입니다.”

(박우진) “두분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같은 의미에서 음악은 공기나 물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가령 드라마 한편을 보더라도 거기에 음악이 없다면 얼마나 밋밋하겠어요.”

(김성중) “저는 또 음악을 이상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음악의 3요소인 선율ㆍ리듬ㆍ화음을 놓고 볼 때, 선율은 ‘나’라는 주체로 볼 수 있겠고 리듬은 역동감과 생동감, 화음은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즉 음악이 아름답게 빚어지려면 음악의 3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듯이, 한 사람의 삶이 생동감 있고 역동적으로 펼쳐지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바람직하게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조화로운 만남은 바람직

격식을 차리지 않고 담론을 엮어가다 보니, 얘기가 갑자기 크로스오버로 넘어간다. 다른 범주에 속하는 2개 이상의 음악이 섞여 이루어진 음악이나 그런 무대 공연을 일컫는 크로스오버를 보는 이들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 오래 전, 성악가 박인수씨가 대중가요 가수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해서 숱한 비난이 쏟아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이 곧잘 한무대에 서기도 하고 장르의 파괴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데요.

(김성중) “필요하다고 봅니다. 클래식의 품위를 잃지 않는 가운데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만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우진)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조화롭게 만나면 클래식도 빛나고 대중음악도 빛날 수 있습니다. 저희 관악단의 프로그램 편성 때도 영화음악이나 대중음악을 편성하는데 청중들의 반응이 아주 좋아요. 또 국악과 협연을 해도 청중들이 매우 좋아하더군요. 저는 앞으로 관악단 TO에 국악 파트를 넣어 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태리 유학 시절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열살도 채 안되었을 듯한 손자ㆍ손녀의 손을 잡고 음악회에 온 것을 보고 몹시 부러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양악과 국악이 조화를 이루는 프로그램을 계발하면 세대를 초월해 함께 즐길 수 있는 신명난 놀이마당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참, 백 선생님은 왜 자신이 시립어린이합창단의 지휘자로 선정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편견과 시립어린이합창단의 초대 지휘자라는 자리가 갖는 무게감 때문에 다소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보는데요.

(백아름) “저는 제가 어느 누구보다도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줄곧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빚어내는 화음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지요. 제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가능성을 보고 쓰지 않았겠느냐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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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백 선생님은 예술단 창단 이전 5년 전부터 누구보다도 열심히 어린이음악을 지도해 왔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아마 그동안 눈물도 많이 흘리고 어려움도 무수히 겪었을 것입니다. 참으로 훌륭한 지도자입니다.”

- 지난 한해, 세분 다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보람이 적잖았을 것으로 봅니다.

(백아름) “지난 연말에 우리 단원들의 개인 실력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처음 오디션 볼 때의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음악적 기량이 볼라 보게 향상돼 있었는데 단원들의 실력 향상이 무엇보다도 큰 보람이지요. 즐거움과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고요. 그리고 학부모님들께서도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는 일과 합창단 연습이 겹칠 때. 항상 합창단 연습을 우선 순위에 두고 협조를 해 주심으로써 어린이들 실력향상에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 기회에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김성중) “단원들의 수준과 자질이 뛰어나 연습 때도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단원들이 지휘자의 요구에 잘 따라 준 것도 고맙고. 그리고 대학 학부과정이나 대학원에서 음악을 정식으로 전공한 정단원 외에 몇 분의 준단원이 계시는데 혹 이분들 사이에 알력이 있지 않을까를 우려했는데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것도 퍽 다행한 일이고요. 이는 양쪽이 다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노력한 덕분이지요.”

(박우진) “저는 보람과 함께 아쉬움도 참 많습니다. 앞으로 해야 될 일을 생각하면 마음도 무겁고… 관악단 구성을 100% 양산사람으로 채우고 싶은데 음악적 완성도를 걱정하는 목소리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 사이에서 조화를 찾는 일도 만만찮은 과제입니다.

관악은 부단히 자기 자신을 낮추어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한 악기라도 튀면 전체의 균형이 깨트려지지요. 이 점이 바로 지휘자가 단순히 악단을 지휘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대목입니다. 올해는 우리 관악단이 시민들에게 더 좋은 음악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나해 12월 30일에 가졌던 송년음악회
지나해 12월 30일에 가졌던 송년음악회
창단 2년차가 되는 올해, 시립예술단 세 파트가 다 정기연주회 외에도 의욕 넘치는 크고 작은 활동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합창단은 합창, 중창, 가곡으로 편성된 프로그램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가지고 가을에는 ‘갈라오페라’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어린이합창단은 2월 말에 있을 2개의 콩쿠르에 참가할 예정이고, 봄에는 어린이음악회를 가질 계획이다. 또 보육원이나 양로원 등의 시설과 공단근로자를 찾아가는 공연도 예정돼 있다.

관악단은 여름에 제주국제관악제에 참가하고, 소외 지역의 청소년들과 노인들을 찾아가는 방문음악회, 테마가 있는 음악회 등을 가질 계획인 가운데 특히 국악과 접목시키는 프로그램의 기획을 시도하고 있다.

이야기판을 벌인 지 2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기업메세나운동, 예술단 단원들의 복지 문제 등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특히 단원 활동비가 인구 15만명이 조금 넘는 진해시 시립단원들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진다.

이 문제는 예술단의 위상이나 단원들의 자존심과도 관련된 일이어서, 올해는 양산시와 시의회는 물론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일일 듯하다. 참석자들의 다음 일정 때문에 이쯤에서 대화 마당의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2005년 한 해, 양산시립예술단이 더 큰 발돋움을 하게 하는데 내가 할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숙제를 가슴에 담고 작별의 악수를 나누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의 지역신문, 양산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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