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의 아이도 다른 아이도 너 나 없이 반가운 손님이라도 찾아 온 듯이 아니면, 하늘이 백색 잔치라도 벌린 것처럼 하얀 눈은 폭죽처럼 회색 하늘 사이로 흐트러져 내린다.
골목마다 빼곡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담장 구석구석으로 틈새 없이 쌓이고 내리는 눈.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통해 나는 그만 백색 세상과 아이들 웃음에 빠져들고 말았다.
눈밭에 그대로 주저앉아 옷가지가 젖는 줄도 모르고 또, 스미는 차가움에 빨게 진 두 볼도 아랑곳없이 눈덩이를 굴리는 아이들의 즐거움.
눈 한 번 오지 않던 곳에 눈이 오니 골치 거리도 사고도 많은 법이다. 자동차는 구석으로 미끄러져 헤어나지 못하고 바뀌는 연신 헛바퀴를 돌리고 있고 어른들은 쌀쌀맞다. 그러나 눈 내린 오늘만큼은 어른들이여 그러지 말자.
“아저씨 사진 찍어주세요” 아이들 모습과 내리는 눈을 찍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이렇게 소리쳤다.
방학을 맞아 대전에서 포항의 친적집에 놀러 왔다는 이보람(19, 학생)양은 "포항에 어제 왔는데 눈이 이렇게 많이 올지 몰랐다"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 사진 신문에 나올지 몰라요” 나는 보람양의 친척과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러냐며 어디 신문이냐고 묻지도 않고 가족사진 촬영을 응해 주었다.
교정은 추억을 불러오는 장소다. 내가 다닌 교정은 아니지만 어느 교정에 서든 초등학교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곳이다. 하얀 눈이 온통 뒤덮인 운동장. 나는 운동장 주변을 한 바퀴 돌고 허공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나의 어린 시절 고향의 들녘과 교정. 눈이 이렇게 아름답게 내린 것을 보니 천릿길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다. 나의 어린 시절 벗들도 이 눈을 보고 있겠지? 지금 무엇들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