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13일 오후 2시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홍보전시관 옆부터 펼쳐져 있는 새만금 간척지 제1호 방조제. 그 콘크리트 덩어리의 거대함과 끝없음은 넓은 바다 갯벌과 계속 논쟁하고 있는 듯 했다.
이날 새만금 갯벌의 뭇 생명과 지역주민이 상생하는 새만금 그리고 생명평화의 부안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 끝나지 않은 논쟁 속의 새만금 방조제를 다시 찾았다.
초록행동단과 부안핵폐기장반대대책위, 부안지역 주민 등으로 이루어진 삼보일배단 50여명은 거대한 콘크리트 방조제 위에 올라 잠시 묵상을 한 후 곧바로 새만금 생명평화의 길 위로 무릎을 꿇었다.
다시금 이들이 칼날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부안 해안도로를 참회의 발걸음 하나, 소망의 발걸음 하나 내딛으며 삼보일배를 하고 나선 것은 새만금 갯벌에서 꺼져가는 생명과 평화의 초록불씨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지금 생명의 보고인 새만금 갯벌이 의문 없이 내달려온 개발 만능주의 시대에 이루어진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 때문에 죽음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8천년의 역사를 가진 갯벌이 길어야 100년을 넘지 못하는 인간이란 존재에 의해 죽음에 몰리고 있는 사실 앞에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우리는 너무 부끄럽고 또 죄스럽습니다.” - 1월 13일 삼보일배를 마친 후 ‘초록행동단의 다짐’에서-
이날 삼보일배단은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장비 하나 갖추지 아니하고 짧지 않은 삼보일배 행보를 진행했다. 땅을 내딛는 발바닥은 냉기 때문에 얼어붙지만 소망을 모 은 두 손은 따스한 열기로 후끈거렸다.
3여시간 고행의 삼보일배를 진행한 초록행동단과 부안 지역주민은 마지막 해창 갯벌에서 정리 집회를 열고, 진정한 새만금 갯벌의 생명을 살리는 길을 열자는 염원으로 초록초롱을 밝혔다.
새만금 갯벌과 칠산 바다가 살아야 부안이 산다
이날 삼보일배부터 함께 참여한 부안성당 문규현 신부는 “부안 지역 사람들에게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겠다고 일깨워 준 것은 지난 1년 7개월여 동안 끈질기게 해낸 핵폐기장 싸움”이라며, “이미 부안 사람들은 아름다운 부안의 산과 들, 바다, 갯벌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뭇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 생명평화의 길을 여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고 말했다.
또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초록행동단에게 “진정한 참회의 발걸음, 소망의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 끝까지 간다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부안은 지난 1년간 반핵투쟁의 열기를 모아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현을 준비하는 등 제 2의 부안 투쟁을 맞이하고 있다. 갯벌과 바다를 살리면서 부안 공동체를 이루고 부안 경제를 회복시켜 ‘생거부안’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부안 지역 곳곳에 퍼져 나가고 있다.
“갯벌에 살고 있는 조개와 갯지렁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인간의 권리가 아닙니다. 갯벌의 생명체들이 살 수 없다면 우리들도 살 수 없다는 공생과 상생의 가치관으로 이어가지 못한다면 21세기는 또 다시 야만과 폭력의 세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야만과 폭력의 세기를 상생의 세기로 전환시키기 위해 우리는 꺼져가는 생명과 평화의 초록불씨를 이곳 새만금 갯벌에서 뭇 생명들과 함께 되살려 이 땅에 살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전할 것입니다. 그 길에 초록행동단이 함께 할 것을 다시 한 번 새만금 갯벌에서 다짐합니다. 새만금 갯벌은 살아야 합니다.”-1월 13일 삼보일배를 마친 후 ‘초록행동단의 다짐’에서- ”
초록행동단은 이날 삼보일배를 통해 새만금 갯벌의 생명체와 주변 자연에게 더욱 깊숙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조혜진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인터넷기자 입니다. 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 미디어팀에 참여하면서 현장에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